강명석의 This is it

방탄소년단, 스타디움의 문이 열리면

2018.08.27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의 로고는 문을 형상화 했다. 필요에 따라 열리거나 닫히는 형태를 표현하기도 하는 이 로고는 지난 25-26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Love yourself’ 무대 중앙에 설치됐다. 

정확히는 문의 형태를 한 스크린이다. 스크린은 공연이 시작되자 양 옆으로 갈라지며 방탄소년단이 등장하는 문이었고, 공연 전체의 핵심적인 이미지이기도 했다. 무대 중앙의 스크린 양 옆으로 그보다 조금씩 앞에 있는 좌우의 작은 스크린들이 필요에 따라 등장했고, 그것들이 좌우 끝에 있는 가장 큰 스크린과 연결되면 관객들은 공연장 전면을 채우는 거대한 문을 보게 된다. 멤버 제이홉이 솔로곡 ‘Trivia 起 : Just Dance’를 부를 때, 스크린은 무대 중앙으로 들어가도록 안내하는 문의 형태를 띈다. 그 순간 관객들은 팀의 로고가 현실에서 3차원의 깊이를 가진 작품이 되는 것을 체험한다.

지난 1년 동안 방탄소년단은 어디에나 있었다. 음원차트, TV 음악 프로그램, 뉴스, V앱과 유튜브. 그들의 모든 활동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모든 미디어를 통해 기록으로 남는 중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팬이 그들을 직접 만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진다. 회당 4만 5천명 이상을 채운 이번 공연도 티켓을 좌석 위치에 따라 100만원 이상에 재판매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모두 방탄소년단을 알지만 누구나 그들을 만날 수는 없다. 이 시점에서 방탄소년단은 스타디움을 가로지르는 무대 전체를 노래, 뮤직비디오, 퍼포먼스 속의 그들과 현실 위의 그들을 연결하는 문이자 전시장으로 활용한다. 멤버 지민의 솔로곡 ‘Serendipity’에서 무대 중앙의 스크린은 우주를 소재로 했던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좌우의 스크린은 이 영상을 배경으로 춤을 추는 지민의 모습을 담아낸다. 하지만 이 곡의 결정적인 순간은 무대 위에서 지민을 중심으로 댄서들이 직접 별 모양의 대형을 표현할 때다. 멀리 떨어진 무대에서 이미지로만 존재하는 것 같았던 지민이, 처음 공개되는 퍼포먼스를 통해 관객에게 지금 공연장에 있다는 점을 와닿게 한다.

스타디움 공연은 대부분의 관객과 뮤지션의 거리가 멀리 떨어질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갖는다. ‘Love yourself’ 투어는 스크린을 활용해 이 거리를 오히려 관객에게 방탄소년단을 소재로 한 거대한 미디어아트이자 설치미술이라 해도 좋을 무대 연출로 삼았다. 뮤직비디오 속 연출을 무대 위에 옮긴 멤버 뷔의 ‘Singularity’, 무대 위의 퍼포먼스와 스크린의 영상을 결합해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정국의 ‘Euphoria’ 등 멤버들의 솔로 무대는 거대한 스크린이 있기에 가능한, 잘 연출된 영상물에 가까웠다. 반면 단체곡은 관객에게 방탄소년단이 같은 공간의 현실에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화양연화’ 시리즈의 두 타이틀 곡, ’I need U’와 ‘Run’을 부를 때 방탄소년단은 원래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무대 전체를 돌아다니며 분위기를 띄우고, ‘Run’의 하이라이트에서는 대규모의 물대포를 쐈다. 스타디움 공연에서 흔히 할 수 있는 구성이지만, 스크린의 영상을 통해 평면적으로 전달된 솔로 무대와 달리 청각과 촉각을 강하게 자극한다. 아마도 국내 스타디움 공연 중 가장 많거나, 최소한 세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많은 자본이 들었을 공연장 위에서, 방탄소년단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하나의 흐름 속에서 보여준다.

최근 앨범 'Love Yourself 結 ‘Answer’의 타이틀 곡 ‘IDOL’을 비롯, ‘DNA’, ‘FAKE LOVE’등 앨범 ‘Love yourself’ 시리즈의 곡들은 이 공연의 흐름을 나누는 막 역할을 한다. ‘IDOL’이 오프닝 곡으로서 관객이 방탄소년단을 드디어 직접 보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면 ‘DNA’부터 멤버들의 활동량은 더욱 많아지고, ‘FAKE LOVE’는 이 시작되자마자 팬들의 함성을 이끌어내는 공연 전체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세 곡은 모두 원래의 안무를 그대로 보여준다. 스크린을 중심으로 한 무대의 세트와 영상이 화면 속에 있던 방탄소년단을 현실에서 재현하고, 무대 전체를 누비는 멤버들이 관객에게 방탄소년단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면, 군무 중심의 퍼포먼스는 공연을 끓는 점에 도달하게 만드는 핵심이다. 탄생하는 순간부터 스타디움에서 울려 퍼져야 할 폭발력을 가졌던 ‘불타오르네’를 부를 때, 방탄소년단은 무대의 앞 쪽으로 걸어나와 호응을 유도하다 ‘3분 33초’로 유명한 이 곡의 하이라이트에서 군무로 관객들을 열광시킨다. 한국의 아이돌 그룹에게 퍼포먼스가 왜 중요한지 체험케 만드는 동시에, 스타디움 공연을 감당하려면 단지 안무를 잘 보여주는 것 만으로는 안 된다는 점을 증명하는 순간이다.

멤버 진은 오프닝 멘트에서 “악스홀(현재 YES24 라이브홀)”을 언급했다. 방탄소년단이 데뷔한지 1년이 지난 2014년, 그들의 콘서트가 열린 1~2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이다. 공연 후반에는 제이홉이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스탠딩까지 포함해도 2천명을 겨우 넘길 수 있는 공연장에서 4만 5천명 이상이 올 수 있는 스타디움까지 왔다. 그 사이 그들은 서울 잠실 핸드볼, 체조 경기장을 지나 서울 고척돔을 거쳤다. 일본의 ‘서머소닉 페스티벌’에서는 몇 백명의 팬들 앞에서 앨범 타이틀 곡 없이 힙합 곡 위주의 공연만 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앨범 ‘화양연화’, ‘Wings’등을 거치며 점점 방대해지는 세계관을 공연에 반영했다. TV 음악 프로그램에서 주로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중심으로한 아이돌그룹이 스스로를 힙합을 하는 팀으로 표방하는 동시에 소설이나 영화같은 가상의 세계관으로 서사를 쌓아 나갔다. 스타디움에서 시작한 ‘Love yourself’ 투어는 방탄소년단의 공연에 있어 ‘結’이자 ‘Answer’다. 랩을 담당하는 RM, 슈가, 제이홉은 ‘Tear’나 그들의 솔로 곡에서 무대를 걸어다니며 랩을 하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을 휘어잡는다. 정국, 뷔, 지민, 진은 솔로 곡에서 뮤지컬 같은 연출로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들의 프로듀서 방시혁이 만들어낸 팀의 이미지와 세계관은 무대를 이끌어가는 설계도가 된다. 그들이 지난 5년동안 여러 갈래로 만들어 나갔던 성격들이 가장 큰 무대에서, 막대한 자본을 투자한 순간에 하나의 정체성으로 통합됐다.

이것은 탄생의 순간이다. 방탄소년단은 ‘IDOL’에서 그들을 아이돌, 아티스트, 또는 ‘아님 다른 뭐’라 해도 상관 없다고 했다. 그들은 힙합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지난 5년동안 아이돌로서 성장하고 고민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들은 ‘Love yourself’ 시리즈에서 힙합을 통해 아티스트로 인정 받는 대신, 힙합을 통해 아이돌로서의 삶이 어떻게 진정성을 가질 수 있는지 증명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아이돌인가 아티스트인가. ‘IDOL’은 이 고루한 이분법의 명을 끝내면서, 새로운 존재의 탄생에 대한 선언처럼 보인다. K-POP과 힙합, 아이돌과 아티스트. 장르와 장르, 정의와 정의의 경계 사이에서 새로운 무엇이 나왔다. 아직 정확하게 설명할 언어는 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존재한다. 거대한 스타디움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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