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48’은 일본 연습생들에게 무엇을 남길까

2018.08.23
전 시즌 가운데 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Mnet ‘프로듀스 48’도 어느덧 막방을 눈앞에 두고 있다. 벌써 세 번째 시즌이지만 ‘프로듀스 48’는 인원수 등을 제외하면 기존 포맷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연습생들 간의 관계는 ‘악마의 편집’을 통해 조정되고, 무대에서의 실수는 지겹도록 재생된다. 게다가 이전 시즌들보다 화제성도 떨어진다. 10회차까지의 평균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기준 2.25%로, 시즌 1의 2.87%과 시즌 2의 2.75%에 못 미친다. 이런 와중에 바다 건너 한국까지 새로운 도전을 하러 왔던 34명의 일본 연습생들은 바라던 것들을 얻었을까?

9주차 방송에서 공개된 순위에서 현재 1위는 AKB48 소속 미야자키 미호다. AKB 사단 내에서 ‘친한파’로 통할 만큼 한국에 호감을 갖고 있는 그가 ‘프로듀스 48’에 참가한 이유는 일견 뚜렷해 보인다. 하지만 그에게는 다른 동기도 충분하다. 미야자키 미호는 2009년 AKB48 5기생으로 데뷔했다. 3년 연속으로 총선거에서 1위를 달성한 사시하라 리노와 동기다. 데뷔 당시에는 차세대 에이스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인기가 떨어지면서 미호는 선발 라인에서 밀려났다. 총선거에서도 순위권에 들지 못한 지 오래다. 인기가 떨어진 이유는 살이 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살을 뺀 뒤에는 다시 나이 때문에 인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일본의 인터넷에서는 만 25세의 미야자키 미호에게 ‘아줌마’라는 멸칭을 사용하곤 한다. 낮은 연령대를 선호하는 일본 아이돌 업계의 경향이 낳은 문제다. 4회에서 “언니들은 일본에서 데뷔를 하시고 기다려준 팬분들도 계시고 기회가 있으시다, 근데 저희는 여기서 떨어지면 돌아갈 곳이 없는 거다”라고 말하는 팀원 조사랑에게 미야자키 미호는 “근데 우리도 정말 목숨 걸고 한국에 왔기 때문에 이거 끝나면 돌아갈 곳이 없거든”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사실이다. 미야자키 미호는 일본 아이돌 업계를 떠나기 위해 ‘프로듀스 48’을 선택했다. 그리고 7회에서 진행된 포지션 평가에서 방탄소년단의 ‘전하지 못한 진심’을 열창하며, 자신이 유망주로 키워졌던 이유는 가창력과 댄스실력 때문이었다는 사실과 아직 자신의 실력은 건재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미야자키 미호처럼 새로운 활로로 ‘프로듀스 48’을 선택한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일본 내에서 AKB 사단으로 활동할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 ‘프로듀스 48’에 출연 결정을 내렸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최근 문제가 된 시타오 미우의 발언에서도 잘 나타난다. 개인 인터넷 방송인 ‘쇼룸’을 진행 중이던 시타오 미우는 현재 방송을 시청 중인 팬들의 국적을 투표하면서, ‘오늘 일본인이 꼭 이겨주었으면 좋겠어요’라는 발언을 했다. 일본 연습생 중에서 유일하게 정식 멤버가 아닌 연구생이었던 사토 미나미는 이른바 ‘지옥의 붐바야 2조’에서 같은 팀이었던 강혜원과의 관계성이 생기면서 ‘딸나미’라는 캐릭터를 부여받았다. 이후 사토 미나미는 AKB48 퍼레이드 행사에 참가 자격이 주어졌고, ‘쇼룸’의 조회수가 누적 3만 명을 돌파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정식 멤버로 승격할 기미가 보이고 있다. 아사이 나나미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팬이 블리자드의 전략 카드 게임 ‘하스스톤’의 DC인사이드 마이너 갤러리에서 투표 인증 이벤트를 열었는데, 이 이벤트로 입문했던 게이머들은 아이돌에 전혀 관심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아사이 나나미의 쇼룸 방송에 몰려 서버를 터트리는 등 확실한 팬층으로 유입됐다. 최상위 인기 멤버인 사시하라 리노가 했던 ‘일단은 팔릴 만한 기회가 있다면 응모하는 게 좋겠죠. 팔리지 않는 아이는’이라는 말이 맞아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거시적인 관점에서 본 ‘프로듀스 48’은 현재 일본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활로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야자키 미호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한국에서 남자들이 많이 모이는 사이트에서 주목 받은 시타오 미우, ‘엔딩 여신’ 무라세 사에, 아티스트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타케우치 미유 등에 대해 일본 내에서는 ‘우리가 왜 저런 멤버들을 알지 못했는가’에 대한 성토가 벌어졌다. 현재 일본의 아이돌 프로듀싱과 스타일링이 얼마나 엉망인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 것이다. ‘프로듀스 48’의 제작이 발표되었을 당시, 많은 이들은 이 프로그램이 J-POP이 한국을 바탕으로 글로벌 음악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으로 기능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반대다. AKB 사단이 새로운 시장으로 한국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글로벌 음악시장이 K-POP을 주목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프로듀스 48’은 앞으로 종방까지 단 2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생방송까지 가는 길은 여전히 험난하기만 하다. 매 회차마다 순위 변동이 심해서 생방송 이후 탄생할 한일합작 걸그룹의 윤곽은 뚜렷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스케줄 조율 문제 등도 남아 있다.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 무엇을 얻고 남길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 그렇지만 단 하나 분명한 것은, 일본 연습생들은 어쩌면 한국 연습생들보다 무언가를 좀 더 더 얻은 채로 돌아가거나 남아 있으리란 것이다. 그 결과는 2018년 하반기의 AKB 사단이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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