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② 김용건에게 배우는 ‘꽃할배’의 조건

2018.08.21
김용건은 tvN ‘꽃보다 할배’ 시리즈에 가장 늦게 합류했지만, ‘꽃할배’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출연자다. 73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의 세련된 감각은 물론, 언제나 유쾌하고 누구에게나 다정한 태도까지 갖추었기 때문이다. ‘꽃보다 할배 리턴즈’의 ‘막내’이자, 한국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유형의 남성노인이기도 한 김용건을 통해 ‘꽃할배’의 조건을 추려봤다.

첫 만남은 격식 있게

여행을 떠나기 전, 사전모임에서 김용건은 비교적 편안한 차림의 기존 출연진과 달리 격식을 갖춘 정장 차림으로 등장했다. 네이비 스트라이프 슈트의 앞섶까지 단정하게 채운 채 등장한 그는 이서진을 비롯한 모든 이들에게 90도로 인사를 한 후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김용건에게 이 모임은 방송을 떠나 ‘연기자로서 꿈을 키우게 만든 범접할 수 없는 선배’들을 만나는 중요한 자리이기도 했다. 그는 제작진을 향해 “더 멋있게 하고 나올걸. 지금 괜찮아요?”라고 물어보거나 “이번에 동참하는 게 정말 기적 같아. 저보다 훨씬 좋은 할배들이 얼마나 많아요”라고 말할 만큼 긴장되면서도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고, 이는 최대한 멋진 모습을 보여주려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그런 그를 다른 할배들이 진심으로 반긴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어진 일은 책임감 있게
‘꽃보다 할배 리턴즈’에서 김용건에게 주어진 포지션은 ‘73세 막내’다. 흔한 예능 프로그램의 가족설정일 뿐이지만, 그는 정말로 형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뿐만 아니라 ‘짐꾼’인 이서진의 보조까지 자처하며 여행이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왔다. 이서진이 늘 앞장서서 직진하는 이순재를 따라가는 사이, 김용건이 다리가 아파 제대로 걷지 못하는 백일섭을 살뜰히 챙기는 식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이서진이 뭔가를 부탁하기 불편할까봐 “필요한 거 있으면 같이 해”, “나는 막내라 체력은 자신 있어”라고 먼저 손을 내밀기도 했다. 이러한 책임감이 가장 빛났던 순간은 프라하에서 빈으로 넘어가던 날, 이서진을 대신해 렌터카 운전을 맡았을 때다. 다소 긴장된 모습으로 운전에 집중하던 그는 마침내 안전하게 도착한 목적지에서 “입술이 타더라고. 그래도 안했으면 후회할 뻔 했어. 저를 믿고 핸들을 맡겨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패션은 과감하게
여행지에서 김용건의 하루는 그날의 패션을 결정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침 일찍 일어나 몇 번씩이나 옷을 갈아입고, 전신거울 앞에서 멋지게 포즈까지 잡으며 확인한 후 향수와 미스트까지 꼼꼼하게 뿌리고 나서야 나갈 준비가 끝난다. 패션에 관심이 많기로 유명한 그는 여행 전 다른 누구보다도 많은 옷을 챙겨왔으며, 날마다 새로운 패션을 선보이는 것을 즐겼다. 노년의 남성이 쉽게 선택하지 않는 컬러나 무늬를 과감하게 매치하는 것이 바로 그의 스타일. 비록 다른 할배들에게 ‘톱니바퀴’나 ‘산악기차용 옷’같다는 혹평을 듣기도 했지만, 결코 기죽는 법이 없었다. 평소 편집샵에서 보물찾기 하듯 옷을 고르고, 잠깐 짬을 내 쇼핑을 하면서도 꼼꼼하게 자기에게 맞는 사이즈의 모자를 선택하는 그에게 패션과 쇼핑은 여행의 또 다른 재미다.

배려는 세심하게
받는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게 도움을 주는 것은 김용건의 특기다. 그는 버스를 기다리던 중 급하게 화장실로 향하는 신구를 따라가며 “천천히 가세요. 놓치면 따라가면 되니까”라고 끊임없이 안심시켰다. 또한 한발 앞서 화장실로 뛰어가 문이 잠겨있지는 않은지, 바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고 덕분에 신구는 버스가 오기 전에 무사히 복귀할 수 있었다. 또한 박근형이 손자에게 주려고 산 마리오네트를 카페에 놓고 왔을 때도 자신이 가겠다는 그를 만류하며 “키도 나한테 있으니 내가 가져올게. 그래야 문 여는 것도 연습하지”라고 말했다. 냅킨 한 장이 모자라면 주저 없이 자신의 것을 반으로 잘라 나눠주거나 늦게 일어난 백일섭을 위해 매일 커피 한잔을 챙기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사소하지만 섬세한 배려가 없다면 할 수 없었을 행동들이다.

농담은 능청스럽게
‘꽃보다 할배 리턴즈’에 김용건이 합류하며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대화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김용건이 합류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백일섭은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싱거운 사람”이라고 평했고, 이 말처럼 김용건은 여행 내내 끊임없이 농담을 하며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다. 본인은 자신의 농담에 대해 “저는 말을 할 때 나쁜 습관이 있어요. 스트레이트로 안가고 꼭 나갔다 와”라고 했지만, 신구는 “되게 구체적이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잘 한다”, “같은 말을 하는데도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재주가 있잖아. 그거 재능이야. 순발력이고”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만큼 김용건은 쉴 새 없이 다른 사람들을 웃게 했고 할배들의 사이는 그 어느 때보다 돈독해졌다.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입술에만 마스크 팩을 붙여야 할 정도’로 성실한 재담가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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