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① 노인과 삶

2018.08.21
tvN ‘꽃보다 할배 리턴즈’는 제목처럼 3년 만에 돌아온 할배들의 여행을 그린다. 2013년 ‘꽃보다 할배’ 시리즈가 시작된 이후 5년이 흘렀고, 70대였던 할배들 중 반절은 이제 80대가 됐다. 새롭게 투입된 막내 김용건의 나이는 73세다. 평균 연령이 훌쩍 올라간 이 여행담이 이전과 다른 점은 분명하다. 늘 선두에서 직진하던 이순재는 가끔씩 뒤를 돌아보고 걸음을 멈추며, 백일섭은 앞서가는 일행들을 따라가기 위해 안달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행을 즐긴다. 이들을 인솔하는 이서진은“나이가 들면서 백일섭 선생님을 이해하게 됐다. 여러 명이 다니다 보면 빠른 사람도 있고 뒤처지는 사람도 있는데, 5년 전에는 그게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다”며 자신의 변화를 말한다. 그들은 이제 서로의 속도를 이해한다.

2014년 ‘꽃보다 할배 스페인편’에서 스케줄 관계로 이서진이 함께 출발하지 못하게 되자 이순재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학구열과 카리스마로 일행을 이끌었다. 2013년 ‘꽃보다 할배 유럽 & 대만편’에서는 신구가 숙소에서 만난 젊은 배낭여행객에게 진심어린 존경을 표현하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전의 ‘꽃보다 할배’ 시리즈는 노령에 접어들었어도 여전히 청춘의 마음을 가진 할배들의 모습을 그리곤 했다. 반면 ‘꽃보다 할배 리턴즈’에서는 노인의 삶 그 자체에 집중한다. 3년 사이 세 차례의 큰 수술을 받은 백일섭이 중심이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꽃보다 할배 유럽 & 대만편’에서 장조림 통을 걷어차며 심통을 부리거나 걷기 싫어 ‘파리 대분열’을 일으켰던 그의 모습은 여행을 버거워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그는 화를 내고 답답해하는 대신, 카페에 앉아 얼음을 넣은 콜라를 마시거나 일행보다 조금 먼저 숙소를 나선다. 오스트리아 샤프베르크 산에서 절룩거리면서도 끝까지 등반을 포기하지 않았던 백일섭과 그를 묵묵히 기다려주던 이서진의 모습은 노인과 그 주변의 사람들이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동시에 ‘젊은 피’로 합류한 김용건은 노인에 대한 편견을 뒤집는다. 사전모임에서 이서진은 “나도 이제 50이라 더 이상 힘들어서 못 하겠다”고 투덜거렸고, 제작진은 보란 듯이 짐꾼 보조로 김용건을 불러들였다. 이서진의 입장에서 김용건은 마땅히 모셔야할 대선배지만, 김용건은 끊임없이 ‘형님들이나 서진이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할배들을 살뜰히 챙길 뿐 아니라 이서진을 돕기 위해 직접 렌트카 운전까지 했다. 그와 함께 젊은 시절을 보낸 박근형과 백일섭은 YB로, 이순재와 신구는 OB로 묶이며 숙소부터 여행지까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노인으로 뭉뚱그려지던 70~80대에게도 서로 다른 과거와 공감대가 존재하고, 삶의 경험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여행을 할 수 있다. 그만큼 그들의 여행은 다양한 결로 뻗어나간다. 일면식도 없던 신구와 김용건은 여행을 통해 둘도 없는 사이가 됐고, 언제나 여행지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던 박근형은 샤프베르크 산의 아름다운 들판에서 카메라를 내려놓고 영화 같은 풍경에 심취했다. 신구는 이전 시즌과는 달리 생각을 내려놓고 ‘멍 때리기’를 실천했다. ‘이번에 못 보면 다음에 보면 되고, 다음에 못 보면 다음 생에 보면 된다’는 백일섭의 말처럼 여행을 하는 방식은 그들의 삶이 녹아든 결과물이고, 여행은 다시 그들에게 또다시 새로운 경험을 안겨준다. 그리고 여행 마지막 날, 제작진은 물었다. ’시간을 돌려 청춘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인생의 오랜 여정 끝에 한 여행이, 그렇게 다시 삶에 대해 질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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