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몰아보기

서성덕의 ‘퀴어 아이’, 김지민의 ‘크로스핏 게임’ 시리즈, 정유민의 ‘Living Big In A Tiny House’

2018.08.17
퀴어 아이 (넷플릭스)

일찍이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코미디 분야에서 보여준 ‘게임 체인저’로서의 면모는 눈부시다. 다만 리얼리티 또는 버라이어티 분야에서는 좀 더 시간이 걸렸다. 언제 어디서나, 한 번에 모든 것을 소비할 필요가 없는 넷플릭스의 특성을 생각하면 다소 의외다. 넷플릭스는 전설적인 시리즈를 되살려 빈 퍼즐을 맞췄다. ‘퀴어 아이’는 2003년부터 5시즌에 걸쳐, 그 시기 가장 성공적이고 영향력 있는 시리즈 중 하나로 남았다. 이 쇼는 처음에 패션, 그루밍, 요리, 인테리어, 문화 등 전문 분야를 가진 동성애자 남성 5명이 이성애자 남성을 ‘메이크오버’ 한다는 컨셉으로 출발했다. 즉시 성공했고, 동시에 성적 취향에 대한 선입견에 기대고 그것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때때로 어떤 포맷은 미처 의도하지 못한 맥락을 만들어 낸다.

센스 없는 이성애자 남성에게 옷 좀 입혀주는 TV쇼라면 다시 만들 필요가 없다. 하지만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이상으로 더 나은 외양을 갖추는 취향과 안목의 중요함을 밝히는 것은 조금 다르다. 생활 공간을 구성하는 일,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행위는 또 어떨까? 지난 10여년간 널리 퍼진 깨달음은 이 쇼의 중요한 축이다. 동성애자로서 배척과 차별, 한 편으로는 기대 이상의 포용과 연대를 겪었을 멘토가 출연자를 가족과 사회와 화해하도록 하는 과정은 또 하나의 기둥이다. 이 쇼가 곧 성별과 성적취향에 관계없이, 더 나은 인생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을 출연자로 삼은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넷플릭스는 이 가치가 2018년에도 여전히 유효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주제라는 것을 알았음이 분명하다. 그 결과 올해 공개한 2개 시즌 16개 에피소드가 널리 호평 받고, 에미상 리얼리티 분야 4개상 후보에 오르고, 현재 3번째 시즌을 만드는 중이다.
글.서성덕(음악 칼럼니스트)

크로스핏게임(CrossFit Games) 시리즈 (넷플릭스)

한없이 늘어지고 무기력 할 때, 무언가 열심히 해야하는데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보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바로 ‘크로스핏 게임(CrossFit Games)’ 시리즈다. ‘크로스핏 게임’은 크로스핏 운동을 대회로 만든 것으로 2007년에 시작해 10여년 사이에 경기 내용과 규모, 참가 선수들의 기량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전세계 수백만 명이 예선(The Open)에 도전장을 내밀고, 지역예선(Regionals)을 거쳐 남자 40명, 여자 40명 만이 본선(The Games)에 오른다. 본선까지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전 세계 상위 1%의 선수들이며, 이들 중 최고의 단 한 명을 가리는 과정을 담은 것이 바로 ‘크로스핏 게임’ 실황 다큐멘터리다. 넷플릭스에 크로스핏을 검색하면 여러 영상이 나오는데 그 중 ‘크로스핏: 극한 스포츠의 최강자’와 ‘크로스핏 게임: 세계 최고의 피트니스 강자’를 특히 추천한다. 두 편을 보고 난 뒤 ‘크로스핏 게임’에 관심이 생겼다면 ‘1초도 놓칠 수 없다: 2008 크로스핏 대회’와 다른 관련 영상도 함께 보면 좋다.

‘크로스핏 게임’ 시리즈는 경기 내용이 반복되지 않고 매회 늘 새로운 종목과 규칙이 등장해 연이어 봐도 지루하지 않다. 또 경기장을 벗어나 목장, 산, 바다 등 탁 트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종목도 많아 눈이 즐겁다. 드론샷에 웅장한 음악이 깔리고 크로스핏 게임 창시자 데이비드 카스트로의 거창한 연설이 이어지면 흡사 히어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선수들 모두 수퍼히어로같은 몸을 가지고 있고, 마치 고문 기구처럼 생긴 갖가지 운동기구와 과연 인간이 할 수 있을까 싶은 정도의 경기를 소화해낸다. 한 해설자는 “선수들이 고생하는 게 보기 좋다”고 짓궂은 농담을 던진다. 다소 잔인한 말이지만 그것이 이 다큐멘터리의 묘미 중 하나다. 선수들은 오프시즌 없이 일년 내내 운동은 물론 식단, 휴식, 수면 등 모든 것을 통제하며 산다. 그리고 문자 그대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다. 시원한 방 안에서 선수들의 땀방울을 보고 나면, 마음 한 켠이 무거워지면서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 동네 한 바퀴라도 뛰어야 할 것 같다.
글. 김지민(백수)

Living Big In A Tiny House (유튜브)

오두막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작은 집을 짓고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만을 갖겠다는 이들의 로망이 미국, 호주 등 세계 곳곳에서 실현되던 때가 있었다. 내 한 몸 살 곳을 확보해보겠다고 이 좁은 땅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왜 굳이?’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니, 너희들은 땅도 넓잖아!

우연히 유튜브에서 ‘Living Big In A Tiny House’이라는 채널을 보게 되면서 이런 의문은 어느 정도 사그라들었다.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활동하는 유투버 브라이스 랭스턴은 다양한 초소형 주택들을 찾아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집 안 구석구석을 소개한다. 그는 단순히 작은 집을 소개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친환경적인 삶과 대안적 주거환경을 추구하는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준다. 1인 가구부터 아이 셋과 함께 사는 5인 대가족(?)까지, 물 위에 떠 있는 플로팅 하우스부터 집 전체가 거대한 부츠 모양인 집, 나무 위에 지은 트리 하우스, 안데르센 동화를 찢고 나온 듯한 작은 성 모양의 집까지. 그들의 집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넋을 놓고 빠져들 만큼 영상 속에는 기상천외한 건축 아이디어와 개성 있는 인테리어, 흥미로운 삶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초소형 주택에 산다고 해서 이들이 미니멀리스트인가 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저 작은 집에 뭘 저렇게 꾸역꾸역 쟁이고 사나 싶을 만큼 물건이 꽉 들어찬 집들이 상당한데, 자세히 보면 물건 하나하나가 집주인들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다. 작은 소품들에는 개인의 역사와 추억 또한 깃들어 있어 보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들에게는 공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므로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위한 기발한 수납 아이디어와 생활의 지혜까지 덤으로 얻어갈 수 있다.

10~15분 사이의 짤막한 영상 클립들을 하나둘 클릭하다 보면 ‘Tiny House Giant Journey’ ‘Kirsten Dirksen’ 같은 관련 채널까지 섭렵하며 유튜브 개미지옥에 빠질 수 있으니 주의하도록 하자. 한글자막이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지만 사실 인터뷰 내용이 들리지 않아도 상관없다. 이들의 생활공간을 보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것들을 짐작할 수 있으며 안정적인 카메라 워크로 담아내는 ‘tiny house’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이 채널을 구독할 이유는 충분하다. 주말 내내 영상을 다 보고 나면 ‘지금 우리 집이 쓸데없이 너무 큰 거 아닌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글.정유민(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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