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② 원작 vs 영화, 무엇이 달라졌나

2018.08.14
‘신과 함께’ 시리즈는 웹툰 원작 영화는 흥행에 실패한다는 징크스를 깨고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장기 프랜차이즈로 지속될 수 있는 거대 상품이 됐다. 그 근간에는 영화의 형식에 어울리는, 그리고 한국 관객에게 친근한 요소를 강조한 각색의 힘이 컸다. 원작의 3부작을 영화의 2부작으로 옮겨 오는 과정에서 주호민 작가의 원작 웹툰과 가장 두드러지게 대비되는 다섯 가지 변화를 정리해보았다.

* ’신과 함께’ 1, 2편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나태 지옥’의 신설

‘신과 함께: 죄와 벌’에서 관객을 가장 ‘뜨끔’하게 하는 관문은 단연 ‘나태 지옥’이다. 나태하게 살면 영원히 달리기를 하는 지옥에 가야 한다니, 근면과 성실, 열정을 강조하는 한국에서 무엇이 관객의 죄책감을 건드리는지 정확하게 인지한 설정이다. 하지만 원작에는 나태 지옥이 없었다. 웹툰에서는 도산·화탕·한빙·검수·발설·독사·거해 지옥 그리고 49일 안에 재판을 끝내지 못할 경우 만나게 되는 세 개의 대왕이 추가로 있다는 설정을 기반으로 한다. 도산 지옥과 화탕 지옥은 주로 공덕을 보는 편이고, 한빙 지옥은 불효를 했는지 따지며, 검수 지옥은 죄의 무게를 따진다. 염라대왕이 있는 발설 지옥은 입으로 짓는 모든 죄를, 독사 지옥은 연좌제를, 거해 지옥은 남을 속여 이득을 취한 일을 묻는다. 제때 재판을 마치지 못한 자는 철상 지옥(부정한 방법으로 재물을 모은 일)·풍도 지옥(간음)·흑암지옥에서 추가로 죄를 묻는다. 이는 한국의 사찰에 그려진 시왕도에서 영감을 얻은 설정인데, 영화판은 이 구성을 전면 수정해 살인·나태·거짓·불의·배신·폭력·천륜 지옥 총 7개 지옥을 새로 만들었다. 지옥의 이름만 들어도 무엇을 심판하는지 알 수 있게 만들어 관객의 이해를 돕고, 보다 추상적인 개념의 악행을 물음으로써 사람들이 보다 쉽게 자신의 상황을 대입하며 삶을 반추할 수 있게 하였다.

신파를 극대화한 현몽 장면

‘신과 함께: 죄와 벌’은 김수홍(김동욱)과 그의 말 못 하는 어머니(예수정)의 극적 상봉이 만나는 ‘눈물 구간’이 있다. 1편에서 재판을 받는 김자홍(차태현)의 동생인 그는 군대에서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한 후 원귀가 된다. 원한을 풀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는 형이 저지른 천륜의 죄를 해명하는 자리에서 ‘현몽’의 형태로 말 못 하는 어머니의 꿈에 나타나 모친의 진심을 전한다. 이 캐릭터는 역시 군에서 의문사 했던 웹툰의 유성연 병장을 변주한 캐릭터인데, 원작 캐릭터는 저승의 재판과는 무관하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어머니의 꿈에 나타난다. 또한 영화와 달리 어머니가 말을 할 수 있었고, 김수홍은 대법관이 아닌 하늘에서 잘 나가는 장군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농아 어머니가 평생 고생만 하시다가 아들 하나도 아닌 둘을 연달아 잃는다는 설정은 신파를 극대화하고, 사법고시 8수 끝에 1차 시험에는 합격했던 그가 부모의 꿈에서 대법관으로 등장하는 것은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각광받는 금의환향의 형태일 것이다. 한편 원작의 김자홍은 “어떻게 이렇게 특징이 없을 수가 있지?”라는 말을 들을 만큼 평범했고 일반 회사를 다니던 직장인이었는데, 영화판은 그의 직업을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다가 죽음을 맞이한 소방관으로 바꿨다. 시작부터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야기로 시작하며 이런 사람이 ‘귀인’으로 분류되어 환생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새로운 설정을 부여, 타인을 위한 ‘희생’의 가치를 강조했다.

진기한 변호사가 없다? 하지만…

‘신과 함께’ 영화화 캐스팅이 공개됐을 때 가장 큰 반발을 산 것은 웹툰 ‘신과 함께’ 저승편에서 가장 인기 있던 캐릭터, 진기한 변호사의 부재였다. 웹툰의 그는 지장 법률 대학원(저승 최초의 변호사 양성 기관. 변호사 및 각 지옥의 판관을 양성한다.) 시절부터 집요함과 뛰어난 임기응변 능력을 보여준 유능한 인물인데, 신이 아니기 때문에 초능력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그저 험난한 지옥 여정을 비교적 안전하게 헤쳐 나갈 방법을 찾거나 재판에서 저승시왕들이 놓치고 넘어가는 부분을 짚어줄 뿐이다. 영화판 ‘신과 함께’에서는 강림(하정우)과 그를 보조하는 덕춘(김향기)이 그의 역할을 대신한다. 오로지 두뇌와 언변만으로 지옥을 관장하는 대왕들과 맞설 수 있는 캐릭터가 주는 쾌감은 사라졌지만, 말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고 필요할 때 이승의 일에 개입도 할 수 있는 강림은 시각효과의 양과 질이 중요한 이 작품에서 거의 슈퍼히어로 영화 속 주인공 같은 기능을 한다. 한편 ‘신과 함께: 죄와 벌’ 마지막 부분에서 8수 끝에 사법고시 1차 시험에 합격한 김수홍에게 염라대왕(이정재)이 “진기한 이력을 가졌다”며 같이 일을 하지 않겠냐고 제안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3편 이후가 제작된다면 이승에서 법 공부를 오래 했던 그가 진기한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암시일 수 있겠다.

공룡이 왜 거기서 나와?

웹툰에서 진기한 변호사와 김자홍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본 재판도 치르기 전에 변성대왕이 다스리는 독사 지옥의 내부에 떨어진다. 깊은 굴 안으로 떨어진 두 사람은 살인·강도·강간 등 중범죄자들과 만나는 위기에 처한다. 영화판에서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등장하는 것은 강림과 김수홍이 배신 지옥을 지날 때 “망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과 마주치는 순간이다. 자신은 무서운 것이 없다고 자부하던 김수홍이 뜬금없이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공룡들을 언급하자 지옥 저 멀리서 랩터 떼가 몰려온다. ‘쥬라기’ 시리즈에서처럼 티라노사우루스가 결정적인 순간 등장하고, 모사사우루스까지 등장해 뱃속 체험까지 한다. ‘신과 함께’ 시리즈를 만든 덱스터 스튜디오의 현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는 스펙타클한 장면이지만 왜 많고 많은 것 중 ‘쥬라기월드’의 주요 캐릭터들이, 동양 전통 신화를 재해석한 독창성을 인정받은 ‘신과 함께’에 등장했는지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해원맥과 강림의 출생의 비밀

웹툰 ‘신과 함께’ 신화편은 저승 삼차사 강림과 해원맥(주지훈), 덕춘의 과거사를 담은 일종의 번외편이다. 원작의 강림은 김치고을의 사령 중 하나로 술과 여자를 좋아하고 가끔 뇌물도 받지만 무시무시한 괴력의 소유자인데, 영화판은 그가 아버지를 원망하는 고려시대 장수였다는 오리지널 스토리를 만들었다.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죽이던 ‘하얀 삵’ 해원맥이 죄책감을 갖고 오랑캐 소녀 덕춘을 돕는다는 웹툰 스토리는 영화판에 거의 그대로 반영됐다. 여기에 ‘신과 함께: 인과 연’은 해원맥이 강림의 입양된 동생이라는 반전을 넣었다. 또한 아버지의 사랑을 받는 동생을 시기하던 강림은 몰래 오랑캐들을 도왔던 해원맥 그리고 덕춘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때 염라대왕이 나타나 강림에게 저승 차사 직을 제안하는데, 그의 끔찍한 기억을 지워주지 않는다. 전생을 알지 못하는 해원맥과 덕춘과 천년 동안 함께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속죄의 과정이라 본 것이다. 반전과 출생의 비밀, 그리고 악인의 긴 속죄 등 한국에서 중장년층을 넘어 노년층까지 보편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설정의 집대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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