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서현의 전력투구

2018.08.08
MBC 드라마 ‘시간’에서 서현이 연기하는 설지현은 온갖 시련에 맞서 싸우는 여자다. 무능력한 엄마(김희정)와 대학교에 다니는 동생(윤지원)을 뒷바라지하며 악착같이 살아가던 그의 삶은 갑작스러운 동생의 죽음으로 무너지고 만다. 지난 5, 6회의 마지막 술에 취한 설지현이 천수호(김정현)를 찾아가 눌러왔던 감정을 터뜨리는 장면은, 물에 빠진 사람의 몸부림처럼 처절한 것이었다. 땀과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 바닥을 나뒹굴 정도의 분노와 고통. 이것은 서현의 새로운 발견이기도 했다.

‘시간’의 설지현은 상당한 감정 소모를 필요로 하는 역이다. 그의 첫 등장은 영안실에서 동생의 시체를 마주한 채 오열하는 장면이었고, 재벌 2세 남자 주인공 천수호와의 첫 만남에서는 무릎까지 꿇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시청자들은 자연스레 설지현의 감정을 따라가며, 그가 비밀에 접근할수록 드라마의 긴장감은 고조된다. 이 역은 서현의 두 번째 주연작이자, 첫 번째 미니시리즈 주연작이기도 하다. 2017년, 서현이 첫 주연을 맡았던 MBC ‘도둑놈, 도둑님’은 50부작이라는 긴 호흡의 주말드라마였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반년여의 시간 동안 서현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다. 그가 속해 있는 걸 그룹 소녀시대는 10주년 기념 앨범을 냈고, 그후 몇몇 멤버들이 재계약을 하지 않고 소속사를 떠나기도 했다. 서현은 새로운 행보를 선택한 멤버 중 한 사람이었다. 서현은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도전해보고 싶었다. 물론 이 길이 100% 옳은 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선택한 이상 책임감을 갖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서울경제’)고 말했다. 당시 서현이 연기하고 있던 ‘도둑놈, 도둑님’의 강소주 역시 그에게는 도전이었을 것이다. ‘시크하다 못해 시금털털하고, 털털하다 못해 막가파 성격’인 서울 중앙지검 특수부 수사관은 그가 10년 동안 소녀시대의 막내로서 보여준 모습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멀었다. 하루 30분이라도 꼭 책을 읽고, 건강한 음식을 좋아하며, 유엔 사무총장을 꿈꾸는 소녀였던 서현은 어느새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룰이 어느 순간 조금씩 풀어졌다. 예전에는 ‘이렇게만 살아야지’ 했는데, 이제는 ‘이건 맞는 것 같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식으로 저만의 기준을 만들게 됐다”(‘쿠키뉴스’)고 말하는 어른이 됐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을 때 결심했던 것처럼,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차근차근 보여주고 있다.

‘시간’의 제작발표회에서 서현은 설지현에 대해 “나와 닮은 점이 많다. 타고난 성향이 긍정적인 것이나 강한 생존력이 가장 닮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고 “자신을 꾸밀 여유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못생겨 보일 수도 있지만 감독님과 상의해 메이크업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무대 위 소녀시대의 막내였던 서현은, 이제 자신의 방식대로 캐릭터를 해석하고 두려움 없이 전력으로 부딪친다. 자신의 역할에 대한 몰입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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