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열의 도시락 '시즌 2'는 가능할까

2018.08.02
지난주 ‘김창열 도시락 시즌 2’를 먹었다. ‘시즌 2’라는 단어는 ‘시즌 1’이 존재함을 의미하고, 모두가 알다시피 ‘시즌 1’은 김창열에게 ‘창렬스럽다’는 꼬리표를 남겼다. 하지만 ‘김창열 도시락 시즌 2’는 다르다. 명동 호텔 28 내의 월향에서 판매되고, 이전부터 케이터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월향이 준비한 도시락답게, 받아보는 순간 직관적으로 푸짐하다는 인상을 준다. 메인 메뉴인 제육 순대볶음은 칼칼한 양념에 불 맛이 더해져 흰 쌀밥과 잘 어울리며, 김치전과 어육 동그랑땡, 새우튀김 등 튀김 반찬도 넉넉히 들어 있다. 백김치와 장아찌, 리코타 치즈 샐러드 등의 곁들임 반찬은 맛깔스럽고, 수박을 비롯한 제철 과일에 미역냉국까지 딸려 나온다. 반찬의 가짓수와 양만 따져보아도, 이것은 꽤나 훌륭한 도시락이다. 단, 김창열의 이름이 붙지 않았다면 말이다.

7월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김창열 도시락 시즌 2’가 공개된 후 대중들은 1만 원이라는 가격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창렬하다’는 말을 지우고 싶어 만든 도시락치고는 비싸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 월향의 이여영 대표는 “‘김창열 도시락 시즌 2’는 편의점에서 파는 도시락과는 다르다. 호텔 도시락과 비교했을 때도 훨씬 가성비가 좋은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김창열 도시락 시즌 2’를 주문하면 이러한 논란을 인식한 듯 ‘편의점 도시락과는 다른 고급 수제 도시락’이라는 설명서가 함께 서빙된다. 앞서 말했듯 ‘김창열 도시락 시즌 2’의 구성은 가격을 감안해도 딱히 비싸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 판매되는 이 도시락이 왜 계속해서 편의점 도시락과 비교되는지에 대한 맥락을 살펴볼 필요는 있다. 첫 번째 이유는 김창열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안겨주었던 음식이 바로 편의점에서 판매되었다는 사실이다. 2009년, 세븐일레븐은 PB 상품으로 술안주 콘셉트의 간편식품 ‘김창렬의 포장마차’를 출시했고, 부실한 내용물로 비슷한 시기 판매되던 GS25의 ‘김혜자 도시락’과 비교되며 뭇매를 맞았다. 바로 이 ‘원죄’ 때문에 ‘김창열 도시락 시즌 2’는 퀄리티와 상관없이 편의점 도시락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번째로 편의점 도시락은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접하는 도시락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창열 도시락 시즌 2’가 편의점 도시락과 비교당하는 것을 피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물론 ‘김창열 도시락 시즌 2’는 편의점 도시락과 다르다. 하지만 호텔 도시락보다는 편의점 도시락을 접할 일이 훨씬 더 많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편의점 도시락은 어떤가. 편의점 도시락의 오랜 스테디셀러는 ‘김창열 도시락 시즌 2’와 비슷한 형태의 ‘정찬형 도시락’이다. 흰 쌀밥에 제육볶음으로 대표되는 고기반찬을 메인으로 하며 튀김과 볶음, 조림, 무침 등의 여러 반찬이 한데 담긴다. 셰프가 만든 도시락의 맛과 질에는 비교조차 할 수 없겠지만, 많게는 9가지 정도의 반찬이 담긴 도시락의 가격이 3000원에서 5000원 이하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도시락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가성비고, 이 지점에서 편의점 도시락은 쉽게 얕봐선 안 되는 상대다. 또한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존재했던 ‘편의점 도시락은 3500원 이하’라는 불문율이 깨지며 가격은 상승했지만 그만큼 품질도 올라갔다. 많은 편의점 도시락이 최고 등급의 쌀이나 고기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내세우며, 시즌 한정으로 장어나 전복, 한우 등 고급 재료를 사용하기까지 한다. ‘김혜자 도시락’으로 일찌감치 도시락 전쟁의 선봉을 차지했던 GS25는 오히려 현재 스타 마케팅을 하고 있지 않다. 대신 이들은 점주와 고객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도시락을 만든다. 고기반찬의 반응이 좋다면 고기반찬을 대폭 늘리고(‘고진많 도시락’), 맥주와 함께 도시락을 사 가는 비율이 늘어나면 치킨의 구성을 늘리는 식이다(‘치킨몬스터 도시락’). 이 밖에도 많은 편의점 브랜드에서 평범한 한식 도시락 외에 세계 유명 음식 또는 별미 도시락을 선보이거나 유명 프렌차이즈와 협업을 하는 등 차별화된 메뉴를 늘리기 위해 노력한다. 5000원 이하의 가격 선에서 고객들에게 최대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들이 가성비와 결합하면, 때로는 음식 본연의 맛이나 질을 뛰어넘는 만족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바로 이것이 요즘 사람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도시락의 실체다. 2009년 출시된 ‘김창렬의 포장마차’가 ‘김창열 도시락 시즌 2’로 다시 태어나기까지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기자회견에서 김창열은 “과거에는 음식이 어떻게 나가는지 확인하지 못했고 그것은 분명한 내 잘못”이라고 말했고, 이여영 대표는 “내년쯤 편의점용 ‘김창열 도시락’을 출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김창열 개인의 실수나 평판과는 상관없이, 음식으로 인해 얻은 불명예를 보다 나은 음식으로 회복하려는 시도 자체는 용기 있고 또 흥미로운 것이다. 그러나 푸짐하다는 것이 차별점이던 ‘김혜자 도시락’과 경쟁하던 때와 달리, 지금은 가성비는 물론 그 이상의 경험으로 소비자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김창열 도시락 시즌 2’의 상대는 문제의 ‘시즌 1’이 아니라 그새 만만찮은 상대가 된 편의점 도시락인 것이다.




목록

SPECIAL

image 2018 올해의 인물들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