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사위와 며느리는 어떻게 다를까

2018.07.19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한다. 방송초반 제작진은 “왜 사위는 백년손님이고, 며느리는 백년일꾼일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이에 대답은 실제 결혼한 여성 출연자들이 겪는 현실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한국의 전통적인 가정 속에서 남녀의 위치는 얼마나 다를까.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서 이러한 차이를 보여주는 순간들을 모아봤다.


서로의 부모님을 만날 때

민지영은 신혼여행을 다녀온 다음날 새벽 3시에 일어났다. 결혼하고 시댁 식구들을 처음 만나는 자리를 위해 미용실까지 예약한 그는 ‘착해 보이는 메이크업’을 해야 할지 고민했으며, 미리 준비한 옷이 ‘너무 캐주얼하다’는 이유로 치마 정장으로 갈아입기도 했다. 반면 그의 남편 김형균은 이런 민지영의 고민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모자를 눌러쓰고 트레이닝 복을 입은 채 민지영의 부모님 집을 방문한 적도 있다는 그는 계속해서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다음부터 편하게 하고 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댁에 가는 길에 잠깐 들른 친정 부모님의 집에서 만난 민지영의 어머니 역시 딸의 옷차림에 적지 않게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결혼 후 첫 어버이날에도 각자의 부모님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지영이 새벽에 일어나 시부모를 위한 선물과 이전에 받은 반찬통 등을 챙기고 서둘러 화장을 하는 동안 김형균은 쇼파에 누워 “화장 안 해도 돼”라고 말할 뿐이었다.

다 같이 먹을 음식을 준비할 때
시댁에 결혼 후 첫 인사를 하러 간 민지영은 좀처럼 자리에 앉지 못했다. 시어머니가 부엌에서 끊임없이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 민지영 뿐 아니라 시고모들까지 총동원되어 밥상이 차려지는 동안 김형균은 거실에서 어른들과 함께 다과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잠깐 부엌에 들른 김형균은 아내가 앞치마를 입고 있다는 사실조차 눈치 채지 못했고 수북하게 쌓인 설거지 거리를 보고도 무심히 지나쳤다. 40년차 며느리이기도 한 시어머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아버지가 굴비 살을 바르기 위해 주방에 들어서자 시조부모는 이를 못마땅하게 바라봤지만, 시어머니가 식사 중에도 언제든지 부엌에 들어갈 수 있도록 식탁 끝에 앉으려 하자 말리는 사람은 민지영 밖에 없었다. 김재욱의 집에 간 박세미의 상황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설날 음식을 준비하는 것은 오로지 박세미와 시어머니의 몫이었고, 김재욱을 비롯해 하나 둘 거실에 모인 나머지 식구들은 모처럼만에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만끽했다.

부간의 중요한 문제를 결정할 때
박세미는 둘째를 임신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시부모와 시댁 어른들로부터 셋째에 대한 압박을 받아야 했다. “엄마에게는 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바로 그 엄마 본인이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말이다. 출산 뿐 아니라 양육에 있어서도 시댁 어른들의 간섭은 끊이지 않았다. 시부모는 박세미의 육아 방식을 무시한 채, 아이에게 간식을 먹이고 “재욱이는 돌 지나고도 아이스크림을 먹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세미가 출산과 육아문제로 시부모와 논쟁할 때 김재욱은 그 자리에 없거나 소극적인 태도만을 보일 뿐이었다. 반면 같은 아이 문제에서 제이블랙은 자신의 부모와 아내 마리 양쪽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의 일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아이를 가지지 않을 생각도 있다”는 부부의 뜻을 분명히 밝혔고, 부모님은 일단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가족들끼리 갈등이 생겼을 때
파일럿 방송에 출연했던 김단빈은 시어머니와 언성을 높여 싸우는 일이 많았다. 시부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하는 그는 아침부터 쉴 새 없이 걸려오는 시어머니의 전화에 시달렸지만, 그의 남편 김진민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아내를 바라보면서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자녀 교육 문제로 자신의 어머니와 아내가 말다툼을 벌이고 있을 때 그는 슬그머니 뒤로 돌아앉을 뿐이었다. 시아버지 역시 그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병원에 가는 문제로 말다툼을 하는 아내와 며느리를 향해 “싸우시오 싸워”라며 방관하는 태도를 보인 것. 아내들이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이로 인해 가족과 갈등을 겪는 동안 남편들은 애매한 태도로 평화주의자를 자처한다. 제왕절개를 해야 했던 박세미는 시아버지가 자연분만을 고집하며 손주만을 생각하는 태도에 섭섭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김재욱은 아버지를 설득하기 보다는 의사에게 소견서를 써달라거나 ‘1~2시간 정도 노력해보고 안되면 제왕절개를 하겠다’라는 말도 안 되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이는 갈등을 해결하기보다는 회피하려는 쪽에 가깝다.

가족 모임이나 행사에 참여할 때
박세미는 설날 김재욱의 스케줄 때문에 홀로 아이를 데리고 시댁에 가야 했다. 뿐만 아니라 모처럼 쉬는 날 갑작스러운 시어머니의 호출에 그가 일하는 미용실까지 간 박세미에게 김재욱은 “잠깐 친구 좀 만나고 올게. 엄마랑 집에 가 있어”라고 말한다. 그대로 시댁에 간 박세미는 꼼짝없이 저녁 준비를 해야 했다. 남편이 없어도 아내는 시댁의 모임이나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시 된다. 마리 역시 제이블랙 없이 시댁에 가서 김장을 도와야 했으며 민지영은 ‘남편이 못가더라도 선산으로 성묘를 하러가라’는 시아버지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만큼 며느리에게 남편의 가족 행사는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민지영은 결혼 후 첫 어버이날 미혼일 때와 마찬가지로 부모님과 식사를 하려고 했지만 그의 아버지는 “결혼을 했으면 모든 것이 시댁 중심이어야 한다”며 딸과의 식사를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민지영의 어머니는 딸이 시아버지의 칠순 생신상을 차리는 것을 돕기 위해 직접 집으로 찾아와 요리까지 했다. ‘백년손님’과 ‘백년일꾼’의 입장은 이렇게나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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