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서가 왜 그럴까’, 약간의 변화, 나아진 재미

2018.07.05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정경윤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현재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하는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완벽함을 자랑하지만 자기애의 결정체인 부회장 이영준(박서준)과 9년 동안 완벽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그의 업무를 도운 비서 김미소(박민영)의 이야기를 다룬다. 웹툰을 16부작 드라마로 만들면서 빠른 전개 속에 스토리가 압축되고 원작에서 비중이 크지 않았던 고귀남(황찬성)의 에피소드도 추가되는 등 일부 각색되기도 했지만,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흐름으로 전개된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원작을 살리면서 원작이 갖고 있던 중요한 미덕들을 살린다. 이영준이 박미소와 사랑에 빠지는, 부유한 기업인과 그의 곁에 있는 현명한 여성의 사랑은 과거 드라마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설정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영준이 김미소와 사귀기로 생각하게 된 계기는 김미소가 사직 후 “김비서가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진 뒤고, 그는 김미소를 붙잡기 위해 김미소가 원하는 연애와 결혼을 해주겠다는 나름 합리적인 이유를 갖는다. 반면 비서 일을 하며 합리적인 판단에 단련이 된 김미소는 이영준의 구애에도 지금 자신이 살고 싶은 인생에 대해 생각한다. 자기 주도적이고 자존감이 있는 여자가 노력으로 일궈낸 직장인으로서의 기반을 바탕으로 차분하게 자신이 할 말을 하는 모습은 색다르게 다가온다.

김미소의 과거는 이 드라마에 조금 더 깊이를 더한다. 김미소는 수능 1등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사채를 쓴 아버지와 의대생 언니들의 학비 뒷바라지를 위해서였다. 그가 사직서를 낸 것은 이제라도 자신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해서였다. 다른 꿈을 펼칠 수 있었음에도 가족을 위해 희생한 직장 여성의 과거가 더해지면서 김미소가 이영준의 제안을 거절하는 이유도 보다 명확하게 설명된다. 김미소에게 자신의 인생을 살고 싶은 마음은 그만큼 소중하다. 김미소는 정식으로 연애하자는 이영준에게 “질투와 승부욕에 사로잡혀서 몰아붙이듯이 내뱉는 말로 연애를 시작하고 싶지는 않다. 이런 분위기, 이런 상황 별로다. 아무튼 지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 김미소는 자신이 무엇이 좋고 싫은가에 대한 확실한 기준이 있고, 경제적인 차이를 뛰어넘어 이영준과 동등하게 설 수 있다.

그래서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직장 여성의 이야기면서, 과거 트렌디 드라마의 설정들을 뒤집는다. 돈 많은 남자와 그렇지 못한 여자가 있는 드라마지만 여성의 뛰어난 업무 능력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서로 사랑하게 되는 과정은 외부의 자극 같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에 바탕을 둔다. 이영준은 김미소가 아픈 기억을 떠올리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김비서가 원하는 거, 알고 싶은 거, 다 받아들일” 테니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고 말한다. 그는 사귀자고 말한 상대를 몰아붙이거나 자신의 경제력을 과시하거나 하지도 않는다.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위해 성실하게 상대방에게 맞추고, 천천히 마음을 열어간다. 오랫동안 익숙한 설정을 바탕으로, 지금 ‘로맨스’에 필요한 조건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사랑을 하든 하지 않든 한 명의 개인으로 잘 살아가는 여성이 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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