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골목식당│① 노력 없이 ‘솔루션’ 없다

2018.06.26
요즘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최악의 식당을 찾아라’를 부제로 붙여야할 것 같다. 백종원은 죽어가는 골목상권의 식당에 ‘솔루션’주며 도우려고 하지만, 그가 만나는 식당 주인들 중 상당수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라고 해야할 만큼 심각한 문제들을 가졌다. 서울 해방촌 신흥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원테이블’의 주인들은 요리 경력 자체가 없다시피 하면서도 불고기 파스타를 15,000원, 간장 골뱅이를 23,000원에 판다. 당연히 맛은 없다. 서울 뚝섬의 ‘장어집’ 주인은 장어 가시조차 제대로 제거하지 않은 채 장어구이를 팔고, 고등어를 미적지근한 물에 해동시킨다. 백종원은 결국 참았던 분노를 폭발하고, 시청자는 이 순간을 기다린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신흥시장 편의 기사를 검색하면 ‘백종원의 골목식당 원테이블’ 389건, ‘백종원의 골목식당 중식당’ 188건, ‘백종원의 골목식당 횟집’이 131건이다. ‘횟집’은 백종원이 칭찬할 만큼 실력이 좋았다. ‘중식당’ 역시 요리의 기본기는 좋았지만 홀 서비스를 맡은 직원과 메뉴 선정에 문제가 있었다. ‘원테이블’처럼 문제가 많고, 심각할수록 화제성도 커진다. 현재 방영 중인 뚝섬편은 아예 수준 미달의 가게들만 나온다. 제작진은 예고편에서 백종원과 가게 주인들의 갈등을 부각시켰다. 제작진의 의도가 무엇인지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원테이블’이나 ‘장어집’ 같은 가게 주인들이 좋게 보이기는 어렵다. 그들은 이렇다할 경험도 없이, 그럼에도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식당을 창업한다. 그럼에도 메뉴는 인터넷에서 검색한 레시피를 응용하고, 메뉴의 핵심이 되는 재료를 직접 만들지도 않는다. 이런 사람들에게 노력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것만으로도 백종원은 이미 세상에 좋은 일을 하고 있다. 그는 ‘맛, 가격, 회전율’이라는 요식업의 기초부터 가성비 좋은 메뉴의 레시피, 홀 서비스를 하는 요령까지 식당 경영에 필요한 온갖 지식을 전수한다. 이 과정에서 식당 경영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우며, 그만큼 공부가 필요한 일인지 설명된다. 백종원이 모든 가게의 매출을 올릴 수는 없다. 하지만 그는 식당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첫 걸음을 제시한다고는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식당을 창업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초에 실패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수익형부동산 전문기업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하반기 전국 8대 업종 창업률은 2.1%, 폐업률은 2.5%다. 그 중에서도 음식업종은 창업률 2.8%, 폐업률 3.1%다. 창업도 많고 폐업은 더욱 많다. 그만큼 다른 업종보다 준비가 덜 된 사람들이 뛰어들 가능성도 높다. 애초에 실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당장 먹고 살기 위해 그나마 접근성이 좋은 업종을 찾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이 쇠락한 상권에서 식당을 차린다. 잘해서가 아니라 당장 먹고 살기 위해 식당을 차린 사람들이 많고, 그만큼 아는 것도 없기에 도움이 필요하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출연자들이 경영하는 식당이 엇비슷한 문제를 갖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좋은 직장이 없어 창업을 해야했고, 식당 경영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쌓기 전에 음식부터 팔아야 했다. 재료의 원가를 바탕으로 가격을 책정할 줄도 모르고, 맛과 서비스는 당연히 엉망이다. 타고난 재능이 없다면 망할 수 밖에 없다. 출연자 중에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고 창업 준비를 한 경우도 있을 만큼, 그들이 제대로 된 노하우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모으고, 소비자의 반응을 짐작하는 것 정도가 전부다. 그 결과 맛과 상관 없이 SNS에 사진을 올리기 좋은 메뉴를 만들면 다 되는 줄 아는 가게들이 많아진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는 시청자들이 문제의 가게들에 쉽게 분노하는 이유다. 이 가게들은 시청자이자 소비자가 몇 번씩은 경험해봤을 식당들의 집대성이다. ‘백종원의 골목 식당’은 많은 사람들이 직장 대신 식당 취업을 고민하는 시대에 등장했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시청자는 그들을 응원하기 보다 비난할 준비부터 할 수 있다.

백종원은 뚝섬의 가게 주인들에게 이 프로그램을 “로또"라고 생각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출연자들 같은 가게 주인과 매일 대면하는 많은 사람들은 수준 이하의 식당 주인들이 좋게 보일 수 없다. 이들에게 실력 없는 가게 주인들이 방송에 출연해 백종원의 ‘솔루션’까지 받는 모습은 ‘로또’, 또는 ‘무임승차’로 여겨질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소비자, 또는 시청자를 만족시킬 실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대부분 경력, 실력, 자본 모두 부족하기 때문에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했다. 이 괴리를 극복하는 방법은 결국 노력 뿐이다. 백종원은 식당 주인들에게 어떻게 노력해야할지 알려주고, 그들이 성실하게 미션을 완수했는지 검사한다. 다들 힘들고, 각박하고, 그만큼 더 노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 사이 컨설턴트는 엄한 트레이너가 되고, 고객의 위치에 있던 주인들은 혼나며 가르침을 받는 제자로 변해 간다. 구조적 문제가 해결될 날은 요원하고, 대신 “로또”같은 기업가의 도움과 개인의 노력이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되고, 성실한 이에 대한 칭찬 보다 불성실한 이에 대한 분노가 엔터테인먼트의 동력이 된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개인의 문제가 사회적 해결의 실마리 없이 쳇바퀴 돌듯 돌고 도는 한국 사회의 현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것은 지금 한국에서 백종원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이기도 하다. 시청자는 그를 통해 요리를 배웠고, 보다 다양한 먹거리에 대해 알게 됐으며, 이제는 식당 운영의 노하우에도 관심을 가진다. 자신의 지식을 주저하지 않고 세상에 전파하는 기업가로 인해 식당의 수준이 더 올라가고, 소비자도 식당에서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 가능성이 올라간다. 이것은 분명히 좋은 일이다. 어느 분야든 부단한 노력이 발전의 기본 바탕인 것도 분명하다. 다만 그래서 오직 노력만이, 백종원처럼 노력하고 성공해서 선한 영향력을 갖는 것만이 세상을 구원하거나 구원 받을 수 있는 방법일까. 백종원이 애초에 내건 목표와 달리,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결국 식당 주인들을 몰아붙이며 트레이닝 시켜야 하고, 시청자는 출연자의 불성실한 모습에 화를 내며 즐기는 프로그램이 됐다. 물론 그는 개인이 할 수 있는 한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또다른 차원의 ‘솔루션’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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