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번역, 요즘은 괜찮나요

2018.06.15
지난 4월,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개봉 직후부터 오역 논란이 일어났다. 이 작품의 팬들이 번역을 맡았던 박지훈 번역가에 대해 개봉 당일부터 작품(번역) 참여를 반대하는 국민 청원까지 했을 정도다. 이는 ‘데드풀2’, ‘쥬라기 월드’, ‘오션스8’ 등의 번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여성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오션스8’의 경우 박지훈 번역가가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번역이 제대로 됐는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까지 ‘오션스8’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같은오역 논란은 없다. 이에 대해 ‘오션스8’의 홍보사 A씨는 “여성의 관점에 중점을 두고 있기에 여성 활동과 관련된 외부인에게 검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의 검수 과정도 번역가 1명에게 맡기지 않았지만” 전제한 뒤, “검수 과정에서는 관객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는 만큼 더 세밀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며 외화 수입사및 직배사가 번역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을 인지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시리즈로 된 작품의 경우에는 작품 속 단어표현이나 세계관에 맞춰 검수를 진행하고, 영화 관련 분야가 아닌 외부 인물에게도 검수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박지훈 번역가가 영화 ‘스파이’를 번역하며 원래 대사에는 없던 여성 혐오적인 욕설을 집어넣은 것과 비교하면, 검수 과정이 정말로 효과를 발휘한 것일 수도 있다.

다만 박지훈 번역가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오역 뒤에도 ‘오션스8’에 참여하는 것처럼, 한 배급사 관계자 B씨는 “각 영화의 장르나 내용별 특성에 맞춰서 번역가를 선정하는 기준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검수 과정 역시 모든 영화가 ‘오션스8’같은 과정을 밟지는 못한다. 영화 특성상 전문가의 확인이 필요하거나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에 기반한 작품 등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번역 검수는 해외 업무를 담당하며 해당 언어를 구사하는 내부 직원들의 자체적인 검수를 거치는 정도다. 애초에 수입사나 직배사는 “원작의 흐름과 관련된 내용 확인은 번역가가 처음 번역을 맡았을 때 기본적으로 체크를 하며 번역을 진행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전제”로 번역을 의뢰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1차 번역이 끝나고 내부 검수 단계를 거치면서 오역을 최소화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검수 과정은 오역을 완전히 잡아내기 어렵다. 시사회에서 오역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는 개봉 전이기 때문에 수정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KBS NEWS’). A씨는 “개봉일과 시사일 사이에 물리적 기간의 문제만 해결이 된다면 수정 작업이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물리적 기간이 너무 짧으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배급사 관계자 C씨는“수정작업은 자막 작업을 하는 곳에 따라 다르다”면서 “영화에 따라 유출 문제 때문에 처음부터 해외 자막 회사를 지정해 계약을 맺기도 하고, 이런 경우 자막을 만드는 작업은 국내 회사에 맡긴다 하더라도 본편은 보내지 않으며, 영상과 자막의 믹싱 작업은 해외 회사에 맡긴다.”고 밝혔다. 해외에 자막을 맡길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그 이외에도 수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화의 내용 자체를 뒤틀어 버릴만큼 심각했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오역은 이런 과정들이 쌓여 큰 문제로 돌아온 경우다.

물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이후 ‘오션스8’의 경우처럼, 배급사 및 직배사가 그 어느 때보다 번역에 신경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 직배사 관계자 D씨는 “오역을 줄이기 위해 내부적으로 몇 단계의 검수 과정은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본사에 연락하여 자막 수정도 몇 번이고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관객들의 요구는 그 이상이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물론, 팬덤이 많은 작품들의 팬은 스스로 작품의 번역에 나서고, 오역이 발견되면 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린다. 반대로 좋은 번역에 대해서는 열렬한 환호를 보내기도 한다. 자막이 대략적인 뜻만 통하게 하면 됐던 시절은 이미 지나간지 오래다. 이제는 번역가가 누구인지가 영화의 홍보에 까지 영향을 줄 정도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오역을 비판하던 팬들은 이 작품 이후 논란의 여지가 될 번역가의 정보를 노출시키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할 정도다. 이에 대해 A씨는 “이전부터 공식적으로 번역가의 정보를 노출시키지 않았다. 다만 최근에 들어서 번역가가 노출이 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특별히 달라지거나 신경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번역에 대한 기존의 과정들이 이미 꼼꼼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의 말처럼, 현재의 영화 번역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도 있다. 하지만 번역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은 이미 수입사나 배급사의 눈높이를 뛰어넘은 것처럼 보인다. 올 하반기에는 ‘앤트맨과 와스프’,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범블비’ 등 역시 관심을 모으는 작품들이 개봉할 예정이다. 과연 이 작품들은 지금 관객의 요구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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