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함무라비│② ‘미스 함무라비’가 부당한 일에 대처하는 법

2018.06.12
여성이기 때문에 겪게 되는 불편하거나 부당한 일들이 있다. 그리고 여전히 여성들이 해결하기엔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JTBC ‘미스 함무라비’의 박차오름(고아라)을 비롯한 여성들이 제안하는 몇 가지 방법들은 현실적인지는 모르겠지만 통쾌할 때는 있다.

성추행범을 목격했을 때

붐비는 지하철에서 성추행범의 범죄 현장을 목격한 박차오름은 증거 영상을 확보한 뒤, 큰소리로 주변의 시선을 모으고 범죄 상황을 알린다. 또한 박차오름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손에 신체 부위를 스스로 접촉한 것처럼 말하며 승객들의 관심을 끌기도 한다. 물론 이런 박차오름의 대응을 그대로 쓰기는 어렵지만, 영상과 목격자를 확보한 후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는 행위만으로도 피해 여성을 도울 수 있다.

회식 중 먼저 귀가한다고 눈치 줄 때

이도연(이엘리야)이 회식 도중 먼저 일어나자 맹사성(이철민)은 분위기 좋은데 어디를 가냐며 타박을 하고, 이도연은 “밤에 하는 일”이라며 더 이상 질문을 할 수 없도록 차단해버린다. 현실에서 이렇게 대응하는 것은 무리가 가는 일일 수 있지만, 애초에 퇴근 후 직원들을 붙잡아놓고 억지로 술을 마시게 하는 회식 분위기 자체가 문제다. 회식을 빠지기 위해 퇴근 후 사생활에 대해서까지 말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또한 이도연이 회식에 빠지는 데 있어 다른 직장 동료들이 거들어줬다는 점도 잊지 말자.

편견으로 여자를 대할 때

역시 같은 회식 자리, 임바른(김명수)이 맥주 한 잔에 잠들자 한세상(성동일)은 그를 “여자보다 못하다”고 한다. 회식 자리에서 주량이 약한 사람에게 눈치를 주고, 더 나아가 가만히 있던 여자들까지 거론하며 모두를 기분 나쁘게 하는 것은 여전히 직장 상사들의 레퍼토리 중 하나다. 이에 대해 박차오름이 “듣는 여자 기분이 쌍큼해진다”고 비꼬자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 들으라고 하는 것 역시 정말 많이 볼 수 있는 풍경. 술에 취한 임바른이 “처음부터 찰떡같이 말하면 되지 무슨 개떡 같은 소리냐”고 하는 것처럼 받아치고도 싶지만, 현실에서는 역시 어려운 일이기는 하다. 다만 요즘 점차 바뀌는 회식 분위기와 함께, 박차오름처럼 돌려 말하기라도 하면서 듣기 싫은 상사의 말을 잠시나마 끊어볼 수는 있겠다.

외모에 대한 평가를 할 때

민사 제44부에 놀러온 정보왕(류덕환)이 이도연의 헤어스타일을 칭찬하자, 도연은 머리를 안 감아서 그렇다며 냄새도 맡아보겠냐고 머리를 내민다. 평소에도 업무 외적인 이야기에 대해 원천봉쇄로 대응하는 도연의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 물론 대응은 각자 하기 마련이지만, 이것만큼은 잊지 말자. 어떤 모습으로 있든 직장에서 외모를 평가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또 다른 예로, 박차오름은 정보왕과 임바른이 여자가 성적 불쾌감이나 굴욕감을 느낄 일이 그렇게 흔하냐고 하자 그들을 시장으로 데리고 가서 여성들이 남자들에게 끊임없이 몸매를 평가받고 옷차림을 이유로 성적인 발언을 듣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남자들은 여성에게 그것이 외모에 대한 칭찬이자 장난이라는 얘기까지 한다. 남자는 신경쓰지 않지만, 여자는 매일 겪는 현실.

성폭력 피해자에게 연대할 때

인턴 성추행 사건에 대해 한세상은 성추행범을 해고까지 해야 할 사건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사회가 변하는 걸 미처 따라잡지 못하고 그게 잘못인지 모르고 살아온 기성 세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자 박차오름은 “그들이 따라잡을 때까지 계속 용서하고 이해해야 하냐”고 되묻는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한가?

성차별적인 조직 분위기에 문제를 제기할 때

성공충(차순배) 판사가 출세를 위해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고 그로 인해 좌배석인 홍은지(차수연) 판사가 유산을 한다. 여성은 연애, 결혼, 임신 등을 경험할 때 직장에서의 여러 편견에 시달리고, 이 때문에 자신이 겪는 문제를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미스 함무라비’에서는 여성이 육아 휴직을 쓰는 것만으로도 눈총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에 대해 박차오름은 임바른과 함께 전체판사회의를 소집하고 이를 위한 연판장을 돌리는 등 제도적, 실질적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조직의 부당한 일에 대해 법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피해자를 위해 존재하는 제도라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언제 피해자의 위치에 놓일지 모를, 그리고 피해자의 상황에 공감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의 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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