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겪은 일

2018.05.29
누구도 더이상 한류라고 이들을 설명하지 않는다. 얼마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는 심지어 ‘케이팝’이라는 레이블을 달지 않아도 설명이 어렵지 않은, 세계적인 팝 그룹으로 거듭나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미국 내 위상을 확인한 흥미로운 순간이었다. 빌보드 '탑 소셜 아티스트' 2년 연속 수상의 가치를 얼마나 크게 매길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하지만 이 수상의 의의는 역으로 지난 수상자를 돌아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2011년에 첫 시상이 이루어진 후 이 상은 단 두 팀, 미국 팝의 우상 저스틴 비버와 BTS만이 수상자로 호명되었다. 열광적 팬덤의 보유자이자 틴 팝의 절대자로 군림한 팝 스타 저스틴 비버의 6년 연속 수상을 한국 아티스트인 BTS가 저지하고 그 자리를 대체했다는 이 기이한 현실만으로 그 의미는 충분해 보인다.

올해 빌보드 뮤직 어워드의 주인공이 방탄소년단이라는 사실은 행사의 구석구석에서 확인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공연장 입구와 레드카펫 주변을 둘러싼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떼창하며 세를 과시했고, 주최측은 안전요원을 대거 투입해 이들을 배려했다. 현지 미국 외신들은 물론이고 호텔에 투숙한 일반인들은 이 신기한 풍경을 폰에 담기 바빴는데, 심지어 필자가 한국 언론인임을 알아보고 이 현상의 의미를 역으로 인터뷰 하는 해외 언론도 있었다. 레드카펫 정중앙에서 열린 v-live는 레드카펫에서 가장 열렬한 취재 열기를 불러일으켰는데, 한류 관련 매체들 뿐 아니라 일본, 멕시코 등 비-미국권 언론사는 물론이고 힙합 전문 매체 역시 방탄소년단의 레드카펫 등장을 밀착 취재하는 모습은 흥미로웠다. 중요한 것은 빌보드 측에서 이 흐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빌보드는 방탄소년단의 2년 연속 수상을 일찌감치 예상이라도 한 듯 지난해와는 다른 각별한 대우로 이들을 맞았다. 공연을 홍보하는 배너며 관련 영상은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메인 이벤트처럼 묘사했고, 시상식 맨 앞 자리 좌석을 내 준 것은 물론 현 스타들 중에서는 가장 마지막 순서인 뒤에서 두번째에 공연을 배치한 것은 대중성을 가장 큰 미덕으로 삼는 빌보드가 방탄소년단과 팬들의 영향력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 같은 대우는 시상식의 주인공인 뮤지션들 사이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슈가는 “우리가 누구인지 의아해했던 작년의 분위기에 비해 놀랄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세계적인 스타들이 먼저 우리를 알아보고 말을 걸어오는 모습에서 전과는 달라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며 놀라워 할 정도였다. 이날 수상자로 지목된 체인스모커스가 무대로 다가가며 방탄소년단과 포옹을 나누는 모습은 미국 팝 시장에서 이들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순간일 것이다.

팬클럽 '아미'를 의식한 듯 공연 중간중간 격려의 멘트로 분위기를 돋우는 장내 아나운서의 모습, 방탄소년단을 '코리안'이나 '아시안'이라는 말 대신 '글로벌'이라는 수식어로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신인으로 이름을 알리는 과정에 있었던 지난해 빌보드 뮤직 어워드와 어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비해서도 한층 격상된 위상을 느낄 수 있었다. 아리아나 그란데, 카밀라 카베요, 숀 멘데스 등 미국 팝 아이돌 스타들이 모두 등장했지만 이 날 가장 큰 환호는 여지없이 방탄소년단의 신곡 'Fake Love'의 프리미어 무대에 쏟아졌다. 이들이 등장하자 객석의 외국인 팬들은 카메라를 관중석으로 돌려 열광적인 분위기를 담기 바빴고 공연이 끝난 휴식시간에는 옆사람과 소감을 나누고 음원 사이트에서 음악을 찾아 듣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공연 후 제이홉은 “시상식 현장의 분위기 역시 지난해에 비해 훨씬 열광적으로 바뀌었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떄마침 공개된 새 앨범 Love Yourself 轉 ‘Tear’는 이번주에 공개된 빌보드 200에서 아시안 뮤지션 최초로 정상을 차지했다. 한국 대중음악사를 다시 쓴 순간이다. 현장에서는 이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발매 직후부터 감지되었다. 아마존에서는 발매전에 베스트 셀러 1위에 올랐는가 하면 오프 매장인 타겟에서는 발매 당일부터 대부분 품절을 기록하고 있었다.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기존에 케이팝이라는 개념으로 설명 가능한 어떤 한계점을 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말해주는 부분이다. 'Tear'는 미국 현지의 유력 매체, 그 중에서도 입맛이 까다로운 롤링스톤, 피치포크, 올뮤직 등의 평단으로부터도 호평을 이끌어 내고 있다. 리더 RM은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기대, 달라진 위상속에 부담감도 많이 느꼈지만 최선으로 뽑아낸 결과물”이라고 밝히며, 특히 “내러티브의 유기성과 보컬 레인지의 조합에 있어서 이상적인 작품”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리뷰의 내용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BTS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음악을 비평적 태도로 ‘성의있게’ 다루기 시작했다는 부분이며, 이는 빌보드 시상식을 통해 확인된 위상의 변화와도 결을 같이 한다. 현재 미국 주류 시장은 방탄소년단의 현상을 일시적인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그들의 팝 신 안에 품을 준비를 마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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