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예인들│② 여성연예인들이 겪는 일들

2018.05.29
여성 문제에 대해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는 여성 연예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여성으로서 자신들의 문제이기도 한 일들에 관심을 기울이거나 영향력을 행사하고,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뜻밖의 반응들이다. 여성 연예인들이 의사 표현을 했을 때 벌어진 일들을 모아봤다.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자는 주장을 했을 때
정려원은 2017년 KBS ‘연기대상’에서 여자 최우수상을 수상한 후 성범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성범죄가 감기처럼 만연하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자신을 숨길 수밖에 없는 피해자에 대한 공감과 연대 그리고 성범죄에 대한 법이 강화되기를 바란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이는 그에게 상을 안겨준 KBS ‘마녀의 법정’의 검사 마이듬 배역과도 깊은 연관이 있는 이야기였지만, 공식 석상에서 누구도 쉽게 꺼낼 수 없을 만큼 민감한 주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용기 있는 발언은 뜬금없게도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으로 인해 논란에 휩싸였다. SBS 김성준 앵커는 자신의 SNS에 ‘정려원의 수상 소감에 기대를 걸었으나 생각보다는 아니었다’, ‘훌륭한 연기자들이 연말 시상식 무대에만 올라서면 왜 연기를 못하는 걸까’라는 평을 남겼다. 네티즌들이 이를 비판하자 그는 자신이 ‘평소 정려원의 팬’이며 ‘성폭력에 대한 입장은 공감하나 좀 더 완성된 입장을 내놓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사과문을 게시했다.

‘girls can do anything’이라고 적힌 핸드폰 케이스를 사용했을 때
지난 2월 손나은은 자신의 SNS에 사진을 올렸다. 편안한 차림으로 식사를 즐기는 일상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사진으로 인해 그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그가 손에 든 핸드폰 케이스의 ‘girls can do anything’이라는 문구가 페미니즘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바로 삭제되었으며 손나은 측은 해당 제품이 그가 모델로 활동하는 브랜드의 것이고, 심지어 그 브랜드의 화보 촬영 일정 중 찍은 사진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야 했다. 하지만 손나은을 공격하는 사람들은 핸드폰을 쥔 손의 각도를 분석하며 ‘의도적으로 메시지를 강조했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사람들은 손나은이 페미니스트인지 아닌지를 밝혀내기 위해 그를 공격했다. 애초에 ‘소녀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긴 물건을 사용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 또는 페미니스트인 것이 과연 무슨 문제인가에 대한 논의는 아예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페미니즘과 관련된 책을 읽었을 때
지난해 혜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여성 기업인의 저서 ‘Lean In’의 사진을 올렸다가 이른바 ‘페미니스트 의혹’을 받았다. 또한 현재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최수영은 자신의 딩고 리얼리티 제목 ‘90년생 최수영’이 소설 ‘82년생 김지영’에서 영감을 얻은 것임을 밝히며 “그 책을 읽고 여자라는 이유로 불평등하게 차별받아왔던 것이라는 걸 알게 되며 뒤통수 맞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단지 소설을 읽고 자신이 느낀 바를 이야기했을 뿐이지만, 그는 상상 이상의 악플에 시달려야 했다. 아이린은 팬 미팅에서 최근 읽은 책을 묻는 질문에 ‘82년생 김지영’을 포함한 여러 책들을 언급했다가 공격을 받았다. 일부 남자들은 레드벨벳의 음반을 부수거나 아이린의 얼굴이 나온 사진을 찢는 것으로 불매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여성 연예인들의 모든 성취가 오로지 자신들의 구매 활동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고 굳게 믿는 이들은, 어떤 책을 읽었다는 사실에 이렇게까지 분노할 수도 있었다.

무대에서 옷으로 엉덩이를 가렸을 때
얼마 전 하니는 ‘초심 논란’에 휩싸였다. 5월 초 촬영된 ‘위아래’ 직캠에는 그가 짧은 반바지를 입고 춤을 추다가 겉옷을 내려 엉덩이를 가리는 모습이 담겨 있었고, 일부 팬들은 이것이 하니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위아래’ 직캠과는 달라진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비난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하니의 몸에 대한 의사결정권은 하니 본인에게 있다. 이는 그가 어떤 옷을 입든, 어떤 동작을 취하든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하지만 여성 연예인들의 경우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었다는 이유로, 조심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조차 조롱이나 논란거리가 된다. 하지만 여성 연예인이 옷으로 엉덩이를 가리는 것에 화가 난다면, 그를 공격하기에 앞서 자기 자신부터 되돌아봐야 하는 것 아닐까.

개인 SNS에 여성 문제와 관련해 의사 표현을 했을 때
지난 16일 유튜버 양예원이 자신의 채널에 성폭력 사실을 공개했다. 그리고 이 사건을 접한 수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관련 수사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에 동의하는 영상을 올렸고, 피해자에게 연대하며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하지만 그가 동의한 국민청원에는 가해 스튜디오의 상호가 잘못 기재되어 있었고 이후 모든 비난은 수지에게로 집중됐다. 수지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국민청원에는 그의 처벌을 요구하는 게시물이 여러 차례 올라왔다. 그중에는 사형이나 자살도 포함되어 있었다. 소유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혜화역에서 열린 불법 촬영 관련 편파 수사 규탄 시위를 지지하는 입장을 드러낸 게시물을 올렸다가 바로 삭제했다. 이처럼 여성 연예인들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쉽게 공격의 대상이 된다. 수지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단 여성 연예인들 역시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믿고 걸러야 할 페미 연예인’의 목록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고, 해당 인물들의 이름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페미’, ‘메갈’ 등의 연관검색어가 자동으로 완성된다. 여성이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을 사상의 문제로 규정하고, 논란이나 의혹을 제기한다. 그들은 정말 무엇을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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