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스플레인

사이버성폭력에 관하여

2018.05.28
©Shutterstock
지난 5월 12일, 여성혐오 페이지 유머저장소에서 남자들이 약물강간 피해촬영물을 보며 저지르는 사이버성폭력을 고발하는 내용의 글에 대해 반발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정말 의아했다. 남자가 이 의제로 무슨 말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최근에는 스와핑 모임에 참석해보았다며 소라넷이 꼭 나쁘기만 한 곳은 아니라는 듯이 쓴 글도 나왔다. 거기 참석하는 여성들이 남편의 성적 판타지를 위해 어떻게 가스라이팅 당했는지 모르고 하는얘기였을까? 소라넷이란 공간에서 여자들에게 성범죄를 저지른것이 몇십 년 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한 것도 아닐텐데, 이게대체 무슨 일인가 싶다.

혜화역 시위에 대해서도 참 말이 많더라. 성별에 따른 편파 수사가 아니라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도촬과 유포 범죄는 마치포르노의 한 장르처럼 ‘국산’이라는 딱지가 붙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심지어 국내 사업자인 웹하드 업체조차 피해촬영물 판매를 통해 돈을 벌고 있는 중이고, 국가는 십수 년간 이를 방조해온 상황이다. 그러던 와중 피해자가 남자, 가해자가 여자가 되니갑자기 불법 촬영과 유포 범죄는 물론 2차 가해 및 플랫폼 운영자까지 수사하는 모습을 보게 된 여성들의 심정이 어떻겠는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은 ‘편파 수사가 아니었다’는 발표에 이어 ‘편파 수사는 아니지만 여성들이 일상에서 불안과 불편함을 느꼈다면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차라리 언론의 주목을 받아서 평소와다른 자세로 수사를 했다는 솔직한 자백이었다면 이렇게 그의 말에 다시 반박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이미 관련 내용을 발표했지만, 이 사건이 본 단체가 지원해온 사건에 대한 수사와 어떻게 달랐는지 얘기해볼까?

1. 용의자가 20명으로 특정되었기 때문에 잡을 수 있었다고 하는의견이 있다. 그러나 용의자가 전 남친 1명뿐이었던 사건에서, 경찰은 전 남친의 “내가 하지 않았다”는 진술만을 증거로 채택해불기소로 사건을 종결하는 등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다.
2. 다른 사건은 해외에 서버가 있는 포르노사이트라서 수사가 어려웠던 거라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워마드 또한 해외에 서버를두고 있는 사이트다.
3. 경찰은 불법 촬영 사건 검거율이 96%라는 통계를 언론을 통해 계속 노출하였다. 하지만 사이버성폭력 피해자들의 사건 접수자체를 잘 해주지 않았던 것은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사항이다. 검거율은 ‘피의자를 특정해 조사해보았다’ 정도의 의미라서 범인을 잘 잡고 처벌했다는 근거가 될 수도 없지만, 애초에 잡을 수있는 사건만 적게 받으면 당연히 검거율이 높아진다는 점 또한주목해야 한다. 사이버성폭력은 사건이 발생한 지역의 구분이 필요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가해자 거주 지역 경찰서로 가라’, ‘사건 발생 지역 경찰서로 가라’고 피해자들을 돌려보내곤했다. ‘영상 속의 인물과 인상착의가 달라 보여서 무고죄로 고소당할 수 있으니 신고하지 말라’고 회유하기도 했고, ‘청소년은 공부나 해야지, 이런 피해신고는 받아주기 어렵다’고 무시하기도했다.
4. 검거율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이버성폭력의 높은 암수율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고백과 마찬가지다. 본 단체가 지원한 피해자의피해촬영물이 발견된 포르노사이트만 200개 이상, 한국 사이버성폭력 대응센터(한사성)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혼자 사건을 진행하거나 신고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여성의 수는 훨씬 많으며,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여성의 수는 집계조차 할 수 없다.

왜 사건을 남녀 성 대결로 몰아가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가해자의 대다수가 남성, 90% 넘는 피해자가 여성인 현실은 의견이 아닌 사실이다. 그 옛날 ‘빨간 마후라’부터 연예인 비디오 유출까지, 우리는 남성사회가 피해촬영물을 어떻게 다루는지 질리도록보아왔다. 피해촬영물을 포르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리는 것, 영상 속 여성을 끝내 죽음으로 몰고 간 후 유작이라 조롱했던 것, 모두 남성이 한 일이 맞다. 그래서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이제 그만하라고 외칠 수밖에 없다. 너희가 여성으로 여겨지는 인간들에게 하는 짓을 보라고 싸울 수밖에 없다. 여성을 향한남성의 폭력을 끝내기 위한 움직임을 성 대결이라 평가해서는 안된다. 폭력에 반대하는 목소리와 폭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목소리의 대결로 보아야 한다.

젠더화된 사이버공간의 깊은 곳까지 들춰볼 필요도 없다. 당장페이스북상에도 ‘이 정도는 알아야 남자지’라며 피해촬영물 캡처를 올리고 실명 계정으로 거리낌 없이 낄낄대는 사람들이 널렸다. 최근 한사성의 활동을 소개한 기사에도 한사성 팀원들은 매일 야동 보면서 돈 버냐고, 좋겠다고 하는 댓글이 꽤 달리더라. 피해촬영물은 ‘야동’이 아니다. 피해자가 존재하는 영상이다. 범죄가 일어났다는 증거물일 뿐, 피해촬영물은 야하지 않다. 그런사고와 행위는 사람을 죽인다. 그것은 성폭력이다. 그만두어야한다. 이 이야기는 논쟁거리가 될 수 없다. 찍지 말고, 보지 말고, 공유하지 말라.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남혐세력’으로 보인다면 자신이 너무나 그릇된 관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할 때다. 실제로 요즘 한사성의 페이스북에는응원의 목소리를 남기고 좋아요를 누르는 정상적인 남성들이 많이 늘었다. 이것은 성 대결이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의 싸움임을알아야 한다.

지금은 폭력을 근절하려는 여성들에게 대들 때가 아니다. 입을다물고 경청하라. 세상이 변했고, 더 변화하리라는 것을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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