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자, 여자 예능인의 인생

2018.05.21
ⓒIOK COMPANY
본명 이유미. 하지만 데뷔하면서 이영자가 된 사람. 몸집이 크고, 음식 먹는 것을 즐기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유미’보다 ‘영자’가 어울린다는 말을 들었던 코미디언. 여기에 “알고 보면 여성스러운”, “굉장히 섬세한”이라는 평가까지 듣곤 했다. 이영자는 그렇게 데뷔부터 지금까지 여성에 대한 사회의 편견 어린 시선을 받아왔다. 그러나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이영자는 판매용 화분을 예쁘게 만들면서 또다시 ‘의외의 모습’을 지녔다는 평을 들었지만, 그보다 장사하는 내내 어묵을 봉투째로 먹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재미있어했다. 누구든 두 가지 모습을 다 가질 수 있고, 어느 쪽을 더 즐거워하는지는 스스로의 선택이다. 하지만 이영자가 이런 당연한 모습을 TV에서 보여주기까지 30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1991년 데뷔한 이영자가 스타가 되는 과정에는 그에 대한 편견을 활용한 부분이 컸다. 그는 SBS ‘기쁜 우리 토요일’의 ‘영자의 전성시대’에서 다른 여성 연예인들이 좀처럼 할 수 없는 행동들을 했다. 소리를 지르고, 남자 연예인에게 거리낌 없이 스킨십을 하고, 특정 지역이나 직업을 희화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른 여성들보다 체구가 큰 편인 이영자에 대한 편견을 활용한 캐릭터였고, 당시 그가 보여준 코미디 중 일부는 지금 방영됐더라면 많은 비판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는 당시에도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코미디언이었다. 하지만 그는 ‘영자의 전성시대’에서 자신보다 예쁜 여성 코미디언에게 먼저 어깨동무를 하면서도 자신에게 손조차 내밀지 않는 남성 연예인을 향해 “돼지발처럼 보이나 보다”고 씁쓸해하기도 했다. 심지어 데뷔 20년이 지난 후에도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서 “주면 다 받아먹는” 캐릭터로 묘사되기도 했다. 이영자는 인기를 얻는 과정에서 자신을 스스로 부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딱뜨려야 했다. 그가 다이어트 과정에서 지방흡입 사실을 숨긴 것이 밝혀진 것은 대표적인 예다. 그의 거짓말은 잘못이다. 하지만 여성 코미디언이 본인의 캐릭터를 바꿀 수도 있는 다이어트를 선택한 것이 과연 그만의 판단이고, 잘못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이영자가 언제나 옳은 선택을 한 것도, 고결한 인품을 가진 것도 아니다. 지금의 그도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다. 여전히 그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영자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삶을 방송에서 긍정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취향은 ‘이영자미식회’라는 이름 아래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그만의 특징이 됐고, 하고 싶은 말은 그대로 던지는 화법은 토크쇼에서 대화를 진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서 이영자는 어머니를 속썩이며 경찰서를 드나드는 남고생을 향해 “실속 없다”, “약속을 지키라”며 사람 사이에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한다. 사생활이라고만 할 수 없는 심각한 일들을 방송 소재로 삼기도 하는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가 가진 문제와 별개로, 이영자는 다양한 사연을 들고 나온 게스트들에게 필요한 말을 해주는 상담자가 됐다.

이영자의 ‘전지적 참견 시점’ 녹화 거부는 그의 인생이 그린 궤적이 자연스럽게 도달한 한순간일 것이다. 한창 인기를 얻고 있던 프로그램이고, 그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다. 게다가 제작진이 자신이 음식을 먹는 장면에 세월호 참사 속보 보도를 넣었다는 점에서 가장 큰 피해자 중 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는 먼저 녹화에 불참했다. 그는 행동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냈고, ‘전지적 참견 시점’ 제작진이 저지른 일은 사회적인 이슈로 확대됐다. 자신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바탕 삼아 성공했고, 그로 인해 괴로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새 자신을 긍정하고, 다시 한 번 큰 인기를 얻는 상황에서 그것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 결정을 내린다. 잘한 것도, 잘못한 것도 있지만 결국 자신을 긍정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삶. 이는 한 사람의 성장이되, 여성 연예인은 좀처럼 TV에서 보여줄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지금 이영자를 보다 주목해야 할 이유다. 그리고 ‘전지적 참견 시점’의 문제가 이영자의 하차나 프로그램 폐지가 아니라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에 대한 징계와 방송사의 대책 수립으로 귀결돼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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