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시그널’부터 ‘로맨스 패키지’까지, 당신이 볼 로맨스 예능 프로그램은

2018.05.18
방송사마다 줄이어 이성 간의 로맨스를 주제로 한 관찰 예능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시즌 2를 맞이한 채널A ‘하트시그널’부터 tvN ‘선다방’, 파일럿 방송 이후에 정규 편성된 SBS ‘로맨스 패키지’, 10대의 연애를 다룬 jtbc2 ‘너에게 반했음’ 등 콘셉트도 제각각이다. 프로그램 MC와 패널들은 화면을 보며 연신 “예쁘다”, “부럽다”, “연애하고 싶다”며 호들갑을 떨고, 각 출연진들의 심리를 예측하며 당사자들만큼이나 설레어한다. 그런데 정말로, 이 로맨스 관찰 예능들을 보면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상처뿐이었던 과거를 잊고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아니, 솔직히 이렇게 치열하게 연애를 해야 하는 걸까? 연이어 생기는 의문들을 안고 네 편의 로맨스 관찰 예능을 시청했다.


# tvN ‘선다방’

연애세포 회복 지수 ★
현실성 지수 ★★★★★

“서로가 맞아야 이루어지는 게 결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tvN ‘선다방’에 출연한 한 여성의 말이다. 그러나 ‘선다방’은 전형적인 맞선 콘셉트로, 서로가 결혼 상대로 적절할지를 판단하기에 좋은 프로그램은 아니다. ‘하트시그널 시즌 2’, ‘로맨스 패키지’가 장시간에 걸쳐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면, ‘선다방’은 정반대로 짧은 시간 안에 상대의 정보를 획득해야만 한다. 그래서 공감대를 찾기 위해 서로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고, 그럴수록 설렘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특히 ‘6포 세대’로 접어든 지 오래라는 2030세대의 직장 이야기와, “자신의 일을 너무 사랑하는 분인 것 같다”는 거절 멘트에서 결혼보다는 자신의 일과 취미 생활을 우선순위로 여기는 젊은 세대의 이야기는 맞선 프로그램이 아니라 오히려 시대상이 담긴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지게 한다. 또한 액션 스쿨에 다니는 여성과 주짓수를 배운 여성을 보며 “운동하시냐”고 놀라는 남성의 모습은 여성들의 가치관 변화에 둔감한 한국 남성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비추기도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기까지. “30대가 되니까 체력도 달리고, 연애세포가 괴사되는 느낌”을 고백하며 “100세 시대를 어떻게 살지” 고민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연애 세포가 살아나기는커녕 나 혼자 벌이를 꾸려가기도 힘든 상황에 꼭 연애를 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부터 든다. 단, 이런 현실을 감안하고서라도 혼자보다 둘이 낫다고 생각한다면 가장 볼 만하다.

# 채널A ‘하트시그널 시즌 2’

연애세포 회복 지수 ★★★★
현실성 지수 ★

채널A ‘하트시그널 시즌 2’는 관찰 예능으로서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한 달 동안 8명의 남성과 여성이 같은 집에 모여 산다는 설정부터, 출퇴근과 끼니까지 함께 하는 설정은 하루에도 몇 번씩 널뛰기하는 연애 감정의 추이를 살펴보기 적절하다. 나도 모르게 내가 좋아하는 상대 앞에서 했던 온갖 행동의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 그러나 이런 ‘시그널’을 보여주기 위해 따라붙은 제반 요건들이 너무 화려해서,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상속자들’과 ‘응답하라’ 시리즈를 섞어놓은 청춘 드라마라고 하는 편이 설득력 있어 보일 정도다.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다 같이 모여 사는 작은 공동체에서 서로 정이 드는 과정을 보여주지만, 그들은 2층으로 된 넓은 단독주택에서 매일 함께 요리를 하고, 카풀로 출근한다. 직업도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대학을 마저 다니고 있는 학생부터 의사, 스타트업 CEO까지 다양한데, 개인 ‘움짤 계정’이 만들어질 정도로 뛰어난 출연진들의 외모도 화제다. 어디에 내놓아도 모자람이 없을 완벽한 사람들로 채워진 완벽한 주거 공간, 그 안에서 이뤄지는 로맨스는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꿈꿔봤을 이상적인 설렘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이렇게 완벽한 조건하에서 상대의 마음을 얻는 데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트시그널’을 두고 ‘부자들의 시그널’ 같다는 농담이 나오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 SBS ‘로맨스 패키지’

연애세포 회복 지수 ★
현실성 지수 ★

‘소개팅보다 짜릿하고 맞선보다 효율적인 주말 연애의 시작.’ SBS ‘로맨스 패키지’ 소개다. ‘휴가를 즐기며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최적의 장소와 최상의 일정을 제공’한다는 이 프로그램은 금요일부터 월요일 낮까지 짧은 시간 안에 즐길 수 있는 각종 스케줄로 빼곡하다. 커플 매칭 전문 기업에서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MC들도 “연애 안 할 수 없게 만드는 커플 메이킹 프로그램”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할 정도다. 하지만 ‘최적의 장소’라는 소개에서 예상 가능하듯, ‘로맨스 패키지’는 호텔이라는 특성에 걸맞게 수영장, 값비싼 레스토랑, 파티 자리를 돌며 여유를 만끽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채워진다. 파일럿 때 등장한 한 여성 출연자가 “내가 여기 나온 여자들 중에서 나이가 가장 많을 것 같다”며 밝힌 그의 나이가 30세라는 것을 고려하면, 성별을 불문하고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에 걸친 청년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로맨스 패키지’와 같은 커플 매칭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에 등장한 모든 남성들은 하나같이 고학력자에, 고가의 차량을 소유하고 있기까지 하다. 물론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현실에서 쉽게 체험할 수 없는 조건을 만들어두고 대리만족을 시켜주기도 한다. 만약 ‘로맨스 패키지’의 기능도 여기에 있는 거라면, “연애 안 할 수 없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라는 말은 모순처럼 들린다.

# JTBC2 ‘너에게 반했음’

연애세포 회복 지수 ★★
현실성 지수 ★★★★

앞에서 말한 세 가지 프로그램에서 출연자와 MC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어릴 때 순수하게 좋아했던 마음”을 느끼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어른들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JTBC ‘너에게 반했음’에 나오는 10대들은 아무런 고민 없이 상대에 대한 호감도만으로 YES or NO를 정한다. 데이트가 끝나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려 카드를 꺼내 계산하는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을 본 여학생은 “오늘 (다른 애들은 현금 냈는데) 너만 카드 썼다”고 재미있어 하지만, 경제적인 요건은 그들의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냥 친구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달하며 바로 “NO”를 외치는 여학생의 모습에, 정형돈은 “이게 끝이냐, 이렇게 쿨하냐”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할 뿐이다. 어른들의 로맨스 관찰 예능에서 볼 수 있었던 불편한 진실은 하나도 보이지 않지만, 오히려 요즘 10대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현실적이다. 상대의 성격, 외모, 직업까지 모든 것들을 보고 평가해서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어른들의 로맨스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10대들의 모습은 더 냉정해 보이지만, 덜 잔인하다. 자연스럽게 설레어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 다만 한 명의 학생에게 세 명이 동시에 고백하고, 그중에 하나만이 진심이라는 설정은 오히려 고백을 받는 학생이 놀림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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