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MBC 사장님의 전지적 유체이탈 화법

2018.05.14
지난 5일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제작진이 출연자인 이영자가 어묵을 먹는 장면에 뉴스 속보 장면을 편집해 넣었다. 속보를 알리는 앵커 뒤에 잡힌 영상은 뿌옇게 처리됐지만, 세월호 침몰 장면이었다. 어묵은 극우 커뮤니티 일베 등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비하하는데 쓴 단어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방송 사고에 대해 MBC가 해야할 일은 분명하다. 누가, 왜, 어떻게 문제를 일으켰고, 누구에게, 왜, 어떻게 책임을 물을지 결정하고 발표한다. 그러나 사건이 벌어진지 10일동안, MBC는 어느 쪽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최승호 MBC 사장은 사건이 일어난지 4일만에야 페이스북을 통해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일어난 사안을 제대로 조사해 밝히기 위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꾸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 후 11일에 MBC가 보도자료를 통해 “보다 투명하고 객관적인 검증을 위해 세월호 가족이 조사위원회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가족 측에 참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10일째인 지금도 진상 규명은 이뤄지지 않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어떤 식으로 책임을 물을지에 대한 입장 역시 없다.

어떤 일이건 진상규명은 철저히 해야 한다. 그러나 ‘전지적 참견 시점’의 방송사고는 근본적으로 복잡한 사건이 아니다. 누가 세월호 영상을 집어넣기로 결정했고, 세월호 참사 관련 화면임을 알면서도 효과를 입힌 사람은 누구이며, 연출자는 왜 시청자도 쉽게 발견한 문제를 지나쳤는지 확인하면 된다. TV 프로그램은 제작진의 일에 따라 크레딧이 세세하게 나눠질 만큼 역할 분담도 철저하다. 해당 업무에 관련된 사람이 누구인지도 파악하기 쉽다. 단지 실수였을 뿐이라 해도 최소한 ‘전지적 참견 시점’의 연출자와 CP, 예능국장, MBC 사장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정말 신중하고 싶다면 우선 사장이 어떻게 책임을 지고, 조사 결과에 따라 문제가 된 인력들을 어떻게 조치할지 밝히면 된다. 하지만 MBC는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지고, 관계자를 문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신 조사를 위한 조사위원회를 만들고, 조사위원회를 다시 조사하기 위한 외부 인력의 참여를 요청한다. 조사가 계속되는 동안 ‘전지적 참견시점’은 2주간 결방이 결정됐다. 그 사이 이영자를 비롯한 출연자들은 출연료를 받지 못한다. 제작진과 경영진의 잘못을 ‘전지적 참견 시점’의 출연자와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떠안고 있다.

지난 두 정권 동안, 여러 방송사에서 ’전지적 참견 시점’과 비슷한 사건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그 때마다 방송사들은 시청자에게 사과했지만, 사건의 진위를 밝히거나 그에 따른 책임 소재를 밝히지 않았다. 고의든 아니든, 제작진이 비슷한 방송 사고를 주의해야할 필요가 없었다. 설사 프로그램이 폐지된다 해도 다른 프로그램에 투입되면 그만이다. 문제를 일으킨 개인에 대한 명확한 징계는 좋은 방송을 위해 필요한 경영 시스템의 일부다. 하지만 최승호 사장은 자기 자신마저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페이스북에 쓴 글을 통해 “MBC정상화가 어느 정도 진척되고 있다고 생각하던 차”라며 자화자찬 한다. “더 확실히 개혁해서 국민의 마음 속에 들어가라는 명령으로 알고 힘을 내겠습니다.”라는 말로 스스로 용서까지 한다.

세월호 참사 당시 MBC는 유가족들이 받게 될 보험금에 대해 보도했다. 최승호 사장 부임 후, MBC는 이 때의 MBC와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다. 과거의 잘못된 보도행태를 스스로 비판했고,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사회 현안에 대해 왜곡 및 편파 보도를 한 인물들을 좌천 시켰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한 MBC의 대응은 지난 두 정권 하의 MBC보다 크게 나아 보이지 않는다. 과거나 지금이나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을 저질렀고, 사장부터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행태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최승호 사장은 페이스북의 글에서 “이런 형태의 조사위는 MBC 역사상 처음”이고 “그만큼 이 사안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마치 그는 제3자처럼 사건을 조사하고, 평가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MBC 사장이 이런 사건에 대해 해야할 일은 책임지고,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방법을 내놓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MBC정상화”는 어느 프로그램이든 비상식적인 방송이 나가지 않을 수 있는 시스템이 완성돼야 가능하다. 그리고 사장은 그것을 최대한 빨리 해낼 책임이 있다. 피해자인 이영자가 프로그램에 빨리 복귀할 방법을 약속하는 대신 연출자 시절 사적인 인연을 언급하며 페이스북으로 사과 하는 사장이라니, 어떻게 이 회사가 정말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믿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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