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김남주의 드라마

2018.02.28
JTBC ‘미스티’는 이른바 ‘막장 드라마’에 가깝다. 경쟁 관계에 놓인 여성 주인공들은 서로를 헐뜯거나 위기에 빠뜨리기 바쁘고, 절친했던 친구가 자신의 남편과 내연 관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여성이 거꾸로 친구의 남편을 유혹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 서사의 중심에는 김남주가 연기하는 고혜란이 있다. 그는 ‘미스티’에서 끊이없이 위협하고, 유혹하고, 반대로 위협 당하고 유혹을 받으면서 산다. 오직 성공하기 위하여. 어머니의 임종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단독 인터뷰를 따내려고 일에 매진하고, 잠깐 조는 사이에 성적인 내용의 꿈을 꾸자 “욕구불만이냐”며 스스로를 자책하기까지 하는 그런 여자.

김남주가 드라마를 통해 똑똑하고 자신감에 찬 여성을 연기한 것은 이미 오래 된 일이다. 그러나 MBC ‘내조의 여왕’에서 그가 연기한 천지애는 완벽한 커리어우먼이면서도 백수 남편을 취직시키기 바빴다. 5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는 시댁과 얽히지 않고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기 위해 고아인 남성을 선택할 만큼 자기애가 넘쳤지만, 남편이 친부모를 찾으면서 가부장적 문화에 적응하며 며느리에게 요구되는 조화의 미덕을 받아들인다. 드라마에서 파격적인 기혼 여성 캐릭터를 원할 때마다 김남주는 자신의 매력을 보여줬지만, 동시에 그 여성이 기존 가족 제도 안에서 여성에게 요구하는 역할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멈추지 않고 밀어붙이는 고혜란이 김남주의 작품 중에서도 눈에 띄는 이유다. ‘미스티’ 제작발표회에서 김남주는 고혜란에 대해 “사회에서의 완벽한 모습을 지켜내기 위해서 처절할 만큼, 굉장히 불쌍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성공과 돈을 벌기 위해서 앞만 보고 달렸던 나 같더라.”고 말했다. 20년 이상 주인공으로 살기 위해 경쟁해온 그의 인생은, 고혜란을 통해 그 에너지를 시청자에게 그대로 전달하게 됐다. JTBC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고혜란이라는 인물 자체도 최선을 다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김남주도 고혜란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는 말 그대로.

최근에 김남주는 “처음”이라는 단어를 유독 여러 번 썼다. 인터뷰 영상에서는 “대본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이 드라마는 다른 배우에게 갔을 경우 굉장히 샘이 나고 후회할 것 같았다.”고 말했으며, 제작발표회 현장에서는 “신인 때도 그렇게 열심히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혼자 방문 닫고 대본 연습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미스티’는 25년 가까이 연기를 해온 그에게 “처음으로 드는 (몰입하고 싶은) 감정”을 불러일으킨 작품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드라마에서 돋보이는 주연을 맡으며 살아온 그가 무려 처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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