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솔로 가수들│① 보아 아이유 선미

2018.02.06
근래들어 그 어느 때보다 여성 솔로 가수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지금, 여섯명의 여성 솔로 가수에 대해 박희아 ‘ize’기자, 김윤하 음악평론가, 황효진 칼럼니스트 등 세 명의 여성이 글을 썼다.

보아의 키워드
다큐멘터리 ‘키워드 보아’는 그동안 보아가 발표했던 곡들의 가사를 뽑아 그에 맞는 이야기를 보아가 들려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중에서도 ‘발렌티’ 속 “그대가 바라본 내 모습”이라는 가사는 20년에 가까운 경력을 지닌 여성 솔로 가수 보아의 삶을 집약한 한 줄이다. 샤이니 키와 음식점 이야기를 하면서 “방 없는 데서 별로 안 먹어봤다. 불편하다, 뭔가.”라고 말하거나, “모두가 완벽하니까 내가 실수하면 큰일 날 것 같았다.”고 일본 활동 때의 기분을 이야기하는 그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었다. 심지어 보아는 좋아하는 골프에 대해 “‘실수 줄이기 게임’이다. 정신적인 부분이나 성격적인 부분에서도 성숙해야 잘할 수 있는 스포츠”라고 설명한다. 무엇이든 슈퍼스타로서의 삶에 충실한 모습이다.

그러나 ‘키워드 보아’는 대중 앞에서는 가수이자 30대 여성으로서의 보아를 모두 보여준다. 어린 나이부터 활동을 해서 돈을 벌었던 그는 “남자들이 싫어할 것 같아.”나 “남자들도 제일 예쁜 여자가 처음 본 여자라며”라고 자신의 상황을 남성의 시선에서 바라보기도 한다. 이 모습을 본 키는 ‘Kiss My Lips’로 활동하던 때 “되게 대중들한테 여성스러운 면을 보여주려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나 (생각했다)”며 은연중에 느끼는 강박이 있는지 궁금해하기도 했다. 보아만큼 많은 것을 이룬 여성도 무의식적으로 남성들의 시선을 생각한다. 그 사실이 보아를 포함해, 수많은 남성 연대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30대 직업 여성들의 현실을 비춘다.

그리고 신곡 ‘내가 돌아’가 나왔다. 그는 이 노래 속 남성에게 신경질적으로 ‘아이씨’라고 중얼대더니 카메라 앞에서 인상을 쓴다. 마치 내가 하는 이야기에 토 달지 말라는 듯. 그는 스타로서 타인의 시선을 걱정하는 듯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과감히 행동으로 옮겼다. 이제 30대가 된 스타가 여성으로서, 뮤지션으로서 하고 싶은 것을 시작했다. 지나온 시절에 해온 것만큼이나 앞으로도 할 것이 많아지기를.

글. 박희아

아이유의 지금

아이유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여자아이였다. ‘좋은 날’에서는 오빠를 사랑하는 소녀였고, ‘너랑 나’에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시계를 더 보채고” “눈 깜빡하면 어른이 될 거”라고 노래했다. 이것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국민 여동생’으로서의 포지션,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삼촌팬’과의 거리를 염두에 둔 기획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발표한 정규 4집 ‘팔레트’의 첫 곡 ‘이 지금’에서 미래로부터 날아왔다는 아이유는 말한다. “있지 그곳도 사실 바보들투성이야 아니 매우 반짝이는 건 오히려 Now now now.” 판타지의 세계에서, 그리고 국민 여동생의 캐릭터에서 빠져나온 아이유는 이제 뮤지션이자 이십 대 여성,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직접 곡을 쓰고 자신의 감정과 이야기를 들려준다. 스물다섯의 자신, 사랑에 대한 그리움, 이별 후 애써 담담하려 하는 마음, 술에 취했을 때의 혼란스러움 등 장르만큼이나 다양한 소재를 담은 ‘팔레트’의 수록곡들은 아이유의 지금을 구성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가장 최근 발표한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둘’에서 아이유는 자신이 좋아하는 과거의 노래들을 다시 부른다. 그는 원곡 가수들의 감정선을 모방하는 대신 지금 자신의 느낌대로 각 곡을 재해석한다. 수록곡 ‘개여울’에 대한 설명에서 아이유는 “(정미조) 선생님께서 처음으로 부르셨던 그 예전의 ‘개여울’과 몇십 년 후 다시 부르신 최근의 ‘개여울’은, 그 음성에 담긴 감정부터 이야기까지 확연히 다르게 다가옵니다. 기회가 된다면 저도 오랜 시간 후에 이 곡을 꼭 다시 불러보고 싶습니다”라고 썼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간은 달라지기 마련이고,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현재 이곳의 나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생각과 감정을 느끼는가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아이유가 실제의 자신을 드러낼수록 보는 이들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이 감을 잡을 뿐 한마디로 정의하거나 완전히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콘셉트나 캐릭터에 갇히지 않은 한 인간을 완벽하게 해석해내기란 불가능하니 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지금, 또 훗날의 지금 아이유가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뿐이다.

글. 황효진(칼럼니스트)

선미, 주목받는 여자애

언제 어디서나 주목받는 여자애. 2007년 그룹 원더걸스의 멤버로 데뷔한 이후 선미의 삶은 이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 데뷔 초, 그룹 안에서 적절한 포지션을 찾느라 잠시 주춤했던 시기를 제외하면 선미는 또래를 모아놓은 그룹 안에서도, 선미 개인으로도 늘 눈부신 스포트라이트 속에 있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긴 팔다리와 비밀스런 분위기를 함께 지닌, 쉽게 종잡을 수 없는 사람.

다음 스텝을 끊임없이 궁금하게 만드는 선미의 이런 캐릭터는 비단 이미지뿐만이 아닌 실제 커리어로도 이어졌다. ‘Tell Me’, ‘So Hot’, ‘Nobody’ 등의 연이은 히트로 한창 인기 가도를 달리던 데뷔 4년 차에 학업을 이유로 활동 중단을 선언한 것도, 같은 소속사를 통해 솔로 가수의 모습으로 가요계에 복귀한 것도, 5년 만에 같은 팀에 재합류해 베이스를 메고 무대 위에 선 것도 모두 선미였다. 2017년, 지난 10년간 몸담았던 JYP를 떠나 새 둥지에서 발표한 ‘가시나’로 다시 가요계 정상에 오른 건 그저 대단하다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결과였다. 일 년, 아니 고작 한 달 앞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때로는 말 한마디, 때로는 표정 하나 때문에 정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지기 일쑤인 한국 연예계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이토록 강인한 생명력. 여기에 그의 성별과 아이돌이라는 출신까지 더하면 이것은 차라리 기적이라 불러도 좋을 결과다.

이러한 선미의 성공담이 모두 정공법에 의한 결과라는 사실은, 선미라는 여성 솔로 음악가에 대해 지금보다 높은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당위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다. 데뷔에서 지금까지 선미가 걸어온 길은 하나같이 쉽고 빠른 길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자신만의 템포에 맞춰 뛰다 걷다 쉬다 다시 뛰기 시작한 선미가 대중에게 명확하게 남긴 단 하나의 이미지는 바로 ‘무대’였다. 우아한 동시에 위험한 ‘보름달’ 무대가 남기고 간 강렬함, 동료 가수는 물론 일반인들까지 앞다투어 카피하기에 바빴던 ‘24시간이 모자라’, ‘가시나’를 향한 뜨거운 반응은 선미가 무대를 통해 흩뿌린 카리스마에 대한 성실한 반작용에 다름 아니었다. 타고난 재능을 벗 삼아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만의 것을 만들 줄 아는 여자애. 그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글. 김윤하(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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