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의 웹툰산업│② 레진은 왜?

2017.12.19
지난 7일 청와대 국민 청원게시판에 올라간 ‘레진 세무조사를 요구하는 청원글’ 동의 인원이 5만명을 넘어섰다. 웹툰 플랫폼 레진 엔터테인먼트(이하 레진)는 이른바 ‘지각비’ (지체상환금) 논란에 이어 한 작가의 작품에 대한 정산이 2년 넘게 이뤄지지 않은 것, 누적 적자에 의한 웹소설 서비스 종료에 대해 웹소설 작가들이 장부 공개를 요구하는 등 여러 논란을 겪은바 있다. 국민청원은 이에 대한 연장선상으로, 한 작가는 SNS에 “원천징수 내역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원천징수는 소득 또는 수입 금액을 지급하는 자(원천징수의무자)가 그 금액을 지급할 때, 상대방(원천납세의무자)이 내야 할 세금을 국가를 대신해 징수하고 납부하는 조세 징수 방법 중 하나다. (레진 측은 이에 대해 동명이인이 있어 세부내역 신고 할 때 오류가 있었다고 답변 했다.) 레진에 대해 A 웹툰작가는 “작가들에게는 철저하게 지체상환금을 받으면서, 누군가에게는 서류 증빙을 요구하기도 하는 등 제대로 된 기준이 없다.”고 말했고, B 웹툰작가는 “레진 측에서는 국내외 정산을 투명하게 하지 않으면서, 작가들에게 받아갈 돈은 다 받아간다.”는 불만을 말하기도 했다. 

레진은 18일 “레진코믹스 ‘작가 커뮤니케이션 부서’신설, 내부시스템 보완하고 작가 소통 강화한다.”라는 자료를 보냈다. 레진의 이성업 이사는 “작가 커뮤니케이션 부서는 내부에서 조직을 통합하고 신규 인력을 채용해 집중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해당부서는 작품 외 전반에 대해 작가님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 뿐 아니라 행정과 정책보완을 주도하는 전담조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레진코믹스 웹툰팀은 작가들과 작품 관련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고, 신설 부서는 계약, 정산, 운영을 포함한 작품 외 커뮤니케이션을 전담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성업 이사는 “중국 정산 지연 지급 문제나 웹소설 서비스 종료 등 여러 사안을 진행함에 있어 저희의 미숙함이 많았다. 심려끼쳐 드려 죄송하다”며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지만 앞으로 작가님들의 의견을 더 귀담아 듣고 운영과 정책 전반에 대해 작가님들과 협의하면서 플랫폼을 보완 발전시켜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레진의 고용 인원은 현재 100명으로, 그중 경력자 편집PD 4명, 주니어 편집PD 4명이 레진 코믹스를 담당한다. 턱없이 부족한 편집부 인원과 함께 작가들에 대한 관리 및 처우가 문제가 되자 담당부서를 늘리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담당부서 신설이 지금까지 작가들이 제기한 의문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들은 레진이 작가 전체공지로 모 작가의 지각내역을 공개하면서 지체상환금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지만, 지체상환금을 받는 기준과 받지 않는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지체상환금이 얼마나 많은 작가들에게 얼마나 걷어지고 있는지를 밝힐 것을 요구한다. C 웹툰 작가는 “갑자기 마이너스 내역이 떠서 원장부를 달라고 했더니 답이 없었다. 몇 주나 기다리게 해서 겨우 받을 수 있었는데, 원장부에 결제취소 내역이 한꺼번에 떠서 왜 그런지 묻고 답하는 과정 역시 뱅뱅 돌리다가 겨우 받았다.”며 레진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국내 정산의 경우 계약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비율 분할이 있는데, 계약시점에 상관없이 레진 측에서 꼬박꼬박 더 가져간다”는 주장도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레진은 작가를 동업자로 대하지 않는다. 작품이 재미없다는 등의 일명 ‘후려치는’ 말도 서슴없이 하거나 고압적인 태도를 취한다. 작가들은 개별 작품마다 작가에 맞게 계약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계약서를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라 무조건 사인만 해야 하는” 일을 단지 소통의 문제로만 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해 레진은 현재까지 작가들이 제기한 의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하는 것을 피하고 있다. 대신 커뮤니케이션 부서를 만들어 앞으로 벌어질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거나, 때로는 이것을 작가의 감정 문제로 바라보는 입장을 내놓기도 한다. 문제제기를 한 작가에 대해 “너무 많은 전화를 해 정상적인 대응이 불가능했으며 담당 PD가 정신적으로 힘들어 휴직까지 했다.”는 식이다. 그러나 문제제기를 한 작가들은 제대로 된 답을 듣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고 말한다. 작가의 동의 없이 이벤트가 진행돼 CMS(콘텐츠 관리 시스템)를 보고 나서야 이벤트가 진행되는 줄 아는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휴재 중이던 작가가 이벤트에 참여하는 일도 있었다. 이조차도 CMS를 보는 작가들이나 알 수 있고, 매번 확인하고 문의하지 않으면 이 내용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작가를 거론하며 작가의 태도를 문제 삼고 비난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국민청원 이후 레진은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작가들에게 해결된 문제는 전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C 웹툰 작가는 레진의 입장에 대해 “전체공지를 통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작가와 그렇지 않은 작가들을 분리해 말하면서 작가들을 통제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D 웹툰 작가는 “레진보다 조건이 안 좋더라도 다른 플랫폼에 가서 동업자로 인정받으면서 일하는 게 차라리 낫다. 현재 속해 있는 플랫폼이 레진에 비해 작품수가 적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레진에서 일하다가 다른 플랫폼에 가면 확실히 다른 분위기를 느낀다.”고도 말한다. 레진의 대응은 작가들을 갈라놓거나, 아예 다른 플랫폼을 생각하도록 만들고 있다. 그리고 E 웹툰 작가는 “내가 그동안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었기 때문에, 레진에서 이벤트나 배너에 자주 걸어 준 것이 아닌가 죄책감을 느낀다.”고도 말하기도 한다. 심지어 “‘블랙 리스트’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아 한국만화작가협회에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작가들은 “청와대 국민 청원게시판에 글이 올라가거나, 언론에 논란이 돼야 레진이 답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불만을 토로하는 작가들과 실질적인 ‘커뮤니케이션’ 없이 앞으로 작가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한다고 언론을 통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오픈 당시 레진은 ‘친작가적, 다양성’을 내세웠다. 그런데 2017년이 끝나가는 지금, 레진은 작품을 연재하는 작가들과 가장 대립하는 플랫폼이 됐다. 과연 2018년에는 지각비, 정산, 계약 문제, 그리고 소통 등의 모든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까? 레진은 “작가 커뮤니케이션 부서 신설 공지와 함께 처음 열리는 1월 간담회는 작가들의 마감 일정을 고려해 1월 11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또 개인사정으로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작가들을 대상으로 간담회 후 관련 내용을 별도 공유하고 의견을 받을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과연 이 소통이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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