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 민박│② 정효민PD, 마건영PD, 윤신혜 작가 “‘효리네 민박’은 욕심을 버려야 잘 될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

2017.09.12
온하게 햇볕이 내려앉은 마당. 노을을 보며 보이차를 마시는 테라스. 고양이와 강아지가 여유롭게 늘어져서 낮잠을 자는 거실. 이효리와 이상순이 운영하고, 아이유가 스태프로 일하는 JTBC ‘효리네 민박’은 편안하고 여유로운 제주도의 삶을 보여준다. 관찰 예능 프로그램 특유의 인터뷰도 없고, 그저 민박객을 맞이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낮에는 청소 후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은 어떤 생각에서 시작됐을까. ‘효리네 민박’의 정효민, 마건영 PD와 윤신혜 작가에게 제작과정을 들었다.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결코 안온하지만은 않았다.

마건영 PD, 정효민 PD, 윤신혜 작가

‘민박’이라는 키워드는 어떻게 잡았나.
정효민
: 이효리가 JTBC뿐만 아니라 다른 기획사나 방송사와 계속 기획안을 주고받았던 것으로 안다. 그러던 중에 우리와는 ‘부부’와 ‘여행’이라는 키워드로 이야기를 발전시키고 있었고, 거기서 ‘민박’이라는 키워드를 추가해보면 해보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박 손님 선정 과정을 많이 궁금해 하더라.
윤신혜
: 회의를 가장 오래 했던 부분이다.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사는 실제 집에 어떤 사람이 와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다 실제 민박집에 어떤 사람들이 오는지 생각하게 됐다. 결론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더라. 평범한 사람이지만 호감이 가고, 말을 걸어보고 싶고, 맥주도 한 잔하고, 고기도 같이 구워먹고, 일정이 맞으면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분 중에서 다양한 관계를 가진 사람들을 위주로 선정하게 됐다. 1만 5천건의 사연이 들어왔고, 그 사연을 작가들이 추려서 비슷한 관계들을 분류 하고, 그 중에서 전화로 1차로 인터뷰, 2차로 대면 인터뷰를 해서 총 600팀을 만나 그 중 13팀을 선발했다.
마건영: 그 600명을 마치 Mnet ‘슈퍼스타 K’처럼 모두 인터뷰를 녹화했다. 같이 모여서 복기하면서 서로 어떻게 보이는지 이야기하며 결정했다.

민박집에 머무는 조합은 어떤 식으로 결정 했나.
윤신혜
: 제작진은 민박집을 중간에 연결해주는 사이트라고 생각했다. 민박객들이 각자의 일정을 짜면, 거기에 맞춰서 연결을 해주는 역할 정도라고 생각해서 치밀하게 각각의 민박객들을 조합하진 않았다. 다만 첫 투숙객은 스스럼없이 말하는 밝은 성격의 분들로 하는 게 좋겠다고 결정한 정도였다.
마건영: 스케줄을 조율 하거나 첫 주에 남자나 여자 손님 한 쪽만 계속 온다든가 할 수는 없으니까 그 정도를 조율했다고 보면 된다. 방송으로 나갔을 때 중복되는 느낌이 없을 정도만 생각하는 느슨한 계획이었다.

계획이 느슨하면 제작진 입장에서는 촬영이 불안할 거 같은데.
정효민
: 우리가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결정이 된 다음 바로 이효리, 이상순 부부의 집에 가서 자봤다. 그런데 서울이랑 삶의 템포가 너무 달랐다. 거기 있으면 사람이 멍해지고, 생각이 없어진다. 그런 자연스러움을 살려야 프로그램이 잘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살려야한다고 생각해서 계획을 느슨하게 잡았다. 욕심을 버려야 잘 될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보통 예능처럼 접근하면 잘 안 풀릴 프로그램이다”라는 게 공통의 결론이었으니까, 그에 대한 확신은 있었다.

화면상에 촬영 스텝들이 눈에 띄지 않더라. 그렇게 보이기 쉽지 않았을 거 같다.
마건영
: 사전에 라인 작업을 해놔서, 현장에서 일어난 일을 듣고 보고 할 수 있게 했다. 민박집을 게시하기 전에 2주 전부터 세팅을 시작했고, 10일 정도 이효리, 이상순 부부도 카메라에 적응하는 시간을 줬다. 그래서 민박객을 받을 시점에 두 사람이 많이 적응돼서 카메라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까지 갔다가 “아 맞다 여기 카메라 있었지”하고 말하더라. 집 안에 카메라가 60대, 고프로 카메라는 40대고, 밖에 있는 카메라까지 합치면 100대가 넘는다. 캠프파이어를 할 때는 방송용 카메라가 들어가긴 했는데, 그쪽에 계신 카메라 스텝도 집 뒤에 나무숲에 숨어서 찍었다.

부부와 민박객들 사이에 아이유가 들어가게 되면서, 또 다른 이야기의 갈래가 생겼다.
정효민
: 두 사람과 상의를 하는 과정에서 부부만 출연 하기는 버거울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 우리도 방송을 3달 동안 끌고 가려면, 부부와 민박객의 이야기로는 단조로울 것 같았다. 이야기의 흐름이 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러면 거기에 적합한 인물은 누굴지 생각하다 1순위가 아이유였다.
윤신혜: 사전에 조사 하면서 그 동안 이효리, 이상순이 출연했던 방송, 라디오, 기사를 훑어 봤는데 이효리가 “포스트 이효리로 누가 적합할까?”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요즘 눈여겨 보는 후배로는 아이유가 있다”라는 답을 한 것을 봤다. 아이유를 염두 해 두고 ‘팔레트’를 들었는데 첫 줄에 “이상하게도 요즘엔 그냥 쉬운 게 좋아”라는 가사를 듣고, “이것만큼 쉬운 것은 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서 쉽고, 편안한 생활 한 번 해보자고 제안을 했다. 또, 이효리와 아이유 모두 가사를 직접 쓰는데, 가사들이 둘 다 따뜻하고 편안한 이미지가 있어서 둘이 굉장히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건영: 아이유가 “정말 아무것도 안 해도 돼요?”라고 묻더라. 원래 하던 대로 말도 없고, 낯도 가리고, 멍도 잘 때리는데 “그게 방송에 나갈 수 있어요?”라고.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시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부부랑 잘 지내고 오면 된다”라고 했다. 본인이 일은 열심히 하긴 했는데, 그게 예능적인 부분이 아니라 아이유의 성격이라서 잘 나왔다.

이런 자연스러운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했겠다.
정효민
: PD라는 역할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한 역할 같다. 일하는 사람들이 스스로가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고, 소외당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어야 공동의 창작물로서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게 메인작가, 메인PD의 역할이다. 그게 어느 정도 본능적으로 되는 것 같아서 PD란 직업은 참 재미있다. 그래서 ‘효리네 민박’의 네이버 소개에서 되도록 많은 작가와 PD의 이름을 넣으려고 했다. 또, 후배PD들에게 디렉션을 할 때 “정말 이렇게 찍어도 되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걱정하지 말아라. 그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고 말해주며 안심시켰다.

후배들도 후배들이지만, 그 책임을 지는 각자의 마음을 안심시키는 일은 어땠나 (웃음)
정효민
: 우리가 우리 각자를 안정시키는 게 가장 힘들었다.
윤신혜: 누가 힘들어하면 좀 쉬고 오라고, 차 마시고 오라고 보내고 그랬다. 지금 이정도 됐으니까 이렇게 말하는 거지, 그때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래도 너무 다행인 것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정신이 나갔다는 거다. 오늘 내가 너무 초초한 날은 PD 두 분이 “작가님 괜찮아요. 지금까지 분량 충분히 나왔어요” 이러고, 다른 분이 정신이 나가면 내가 “내가 있는 동안 분량이 충분이 나왔다. 괜찮다” 이렇게 말해주곤 했다.
마건영: 사실 우리도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다녀오면 힘들었지만 다녀오면 안정을 좀 찾았다. 요가 촬영 분 보면 시커먼 물체들이 있는데 그게 우리다. 평소에 그런 운동을 많이 안 해봐서 힘들긴 한데, 하고 나서 굉장히 개운하고 머리가 맑아지고 밥도 많이 먹게 되더라. 그런데 이번 촬영은 정말 숨어서 가만히 찍다보니까 움직이지를 않으니까, 보통 촬영을 하면 살이 빠져서 오는데 이번에는 살이 쪄서 왔다. (웃음)

예전 작품들과 비교하면 어떤가.
정효민
: 이렇게 촬영한 적이 없어서 비교하기는 어렵다. 이렇게 보름 넘게 24시간을 촬영을 계속 한 적은 없다. 어떤 버라이어티도 이렇게 촬영을 하진 않을 거 같다. 우리가 예능이라고 생각이라고 생각 안하고, 예능의 범주를 확장한다고 생각을 해서 가능했던 것 같다. 일반 예능의 방식으로 풀라고 생각을 했으면 정신이 남아나지 않았을 거다. 처음에 그 회의를 단단하게 한 게 도움이 많이 됐다.
윤신혜: 보통 사후 프리뷰만 하는데 ‘효리네 민박’의 경우는 현장에서 막내 작가들이 모든 장면을 프리뷰 했다. 우리가 모든 카메라를 다 모니터링 할 수 없으니까. 현장에 오디오실이 따로 있었고, 모든 이야기를 다 기록했다. 전체 프리뷰가 다 뽑혀서 정말 백과사전 몇 개 분량이 나왔다. 녹화가 끝나고 시스템 정비를 하는 동안 모두 작가들이 모든 프리뷰를 다 읽고 회 차 별로 끊고, 묶어서, 논의를 한 다음 편집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이것도 나름 노하우고, 새로 시스템을 만든 거다.
마건영: 그래서 편집하는 PD들이 “이 부분의 이런 그림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면 작가들이 부부가 뽀뽀한 장면은 몇일 째 녹화분의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다, 아이유가 설거지 하는 장면은 며칠 부분 아침, 점심에 있다고 말을 해준다. 편집이 워낙 방대하니까, 작가들이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편집을 진행했다.

그렇게 했기 때문에 인터뷰 장면이 없어도 맥락이 형성된 것 같다.
곽건영
: 사실 인터뷰나 자막이 PD의 의도를 몰아 갈 수 있는 도구인데. 우리는 ‘자연스러움’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 도구를 사용하지 않았다.
정효민: 우리도 인터뷰가 더 친절하고 직접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도 마지막 날에 인터뷰를 하긴 했다. 이것을 넣을 것이냐 말 것이냐 우리끼리 시사도 하고 그랬지만, 없이 가는 걸로 결정 했다. 조금은 불친절 할 수 있지만, 그렇게 가자고 했다. 끝까지 안 넣는 것으로.

덕분에 자연스럽게 이효리와 아이유의 관계가 잘 드러났다.
정효민
: 이효리와 아이유가 출연을 하는 이상, 특정 세대나 특정 사람들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할 수는 없다. 전세대가 보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건데, 어쩔 수 없이 광범위한 시청 층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향 하지만, 대신 다른 가능성도 남겨 둘 수 있으면 제작진으로서 뿌듯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유사 가족 같은 느낌이 나더라도 다른 예능과 차이점이라면 ‘효리네 민박’의 관계들은 자신들의 커리어를 기본으로 한다. 방송 상에 민박집에서 직원과 사장님이긴 하지만, 이효리와 아이유는 슈퍼스타라는 커리어를 기반으로 가까워지는 게 있다. 또 아이유와 이상순은 뮤지션으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유사 가족 느낌이 덜 나는 것 아닌가 싶다.

정효민PD와 윤신혜 작가는 JTBC ‘말하는 대로’에 이어 또 같이 하게 됐다.
윤신혜
: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는데? 옆에다 두고 이런 낯부끄러운 이야기를 해도 되나? (웃음) 작가와 PD의 위치상 ‘내가 이 이야기를, 아이디어를 냈을 때 나를 한심하게 보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도 사람인지라. (웃음) 그런데 정효민 PD는 이야기를 해도 되는 사람이다. 하고 싶은 아이디어를 모두 공유해도 이것으로 나를 평가하지 않고, 내가 그런 고민을 하지 않게 한다는 것. 세부적인 부분까지 이야기를 해도 부끄럽지 않은 대상이고, 그것을 같이 발전시키고 작은 이야기 하나도 흘려듣지 않아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해도 같이 발전시킬 수 있는 분이라서 계속 같이 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정효민: 작가님의 장점은 성공에 대한 욕망이 있다는 점이다. 나는 그게 좀 없는 편이고. 그리고 능력과 인성? (웃음) 그 세 부분이 매우 조화롭다. 작가가 축구 게임 ‘위닝 일레븐’의 선수라면 누군가는 어떤 능력치가 높고 어떤 부분은 낮은데, 윤신혜 작가는 모든 수치가 균형 잡혀 있다. 게다가 커뮤니케이션에 군더더기가 없다. 주 단위로 하는 방송은 할 일도 많고, 예민한 부분이 많은데, 어떤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10분~20분씩 설명을 하지 않고 한마디면 된다.

마건영PD는 MBC에서 조연출에서 입봉할 시기 쯤에 JTBC로 넘어왔다. JTBC는 MBC와 어떻게 다른가.
마건영
: 여운혁 전 JTBC CP가 JTBC에 오면 바로 프로그램을 하게 해준다고 해서 왔는데, 2년을 세컨드 PD로 일했다. 하하하. 그런데 JTBC 분위기가 좋아서 괜찮았다. 조연출 같은 경우에 같이 촬영장에 나가고 스텝들을 만나고 매니저도 만나고, 연예인도 만나야 나중에 입봉을 할 때 자양분이 생기는데, 현재 MBC는 조연출이 그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장에 나가는 경우가 드무니까. 편집 스케줄이 힘들다는 이유인 건데, 그러면 그게 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JTBC는 촬영을 편집과 같이 하니까 더 힘들긴 해도 나중에 가면 더 배우는 게 많다. 안 그러는 경우도 있겠지만 조직 문화 자체가 PD가 현장에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JTBC 1기 PD들만 해도 점점 성장해서 지금은 정말 잘한다고 싶을 정도로 컸다.

‘효리네 민박’ 반응이 굉장히 좋다. 어떤 기분인가.
마건영
: 나는 자본주의적인 사람이라서 시청률이 잘 나와서 좋다. 이런 시청률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장실에 가서 다리를 올릴까? 예전에 박진경PD랑 했던 말인데, 이럴 때는 흙 묻은 발을 책상에 올려야 한다고. (웃음)
윤신혜: 시청률도 잘 나오고, 브랜드 ‘2017 올해의 브랜드 대상’에서 상을 타기도 했는데, 체감은 잘 되지 않았다. 내가 만드는 프로그램이지만 집에서 생방송으로 모니터할 때 고통스러울 때가 있는데, 이상하게 ‘효리네 민박’은 프리뷰할 때와 똑같이 재미있는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즐거운 작업을 했고, 내가 스스로 부끄럽지 않았다고 느끼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느끼기 쉽지 않은데, ‘효리네 민박’은 그랬다.
정효민: 다행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효리, 아이유가 출연한다고 하니까, 프로그램이 시작도 하기 전에 화제가 워낙 많이 돼서, 망하면 제작진이 못했다는 이야기가 될 거니까. 그런데 회사나 시청자들이 생각했던 기대치보다 높은 평가, 성적이 나온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다. 또, 전시청자 층을 대상으로 만든 프로그램은 어쩔 수 없이 기존의 가치관에 편입될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기존의 것을 가져가지만 약간은 다른 가능성을 볼 수 있다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게 진심으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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