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홈커밍│① 마블의 집으로 돌아오다

2017.07.11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이하 '홈커밍')은 외계인이 미국 뉴욕을 침공한 '어벤져스'로부터 8년 후를 다룬다. 아이들은 동화책 주인공 대신 어벤져스 멤버들을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는 학생 교육을 위한 홍보 영상을 찍는다. 피터 파커(톰 홀랜드)가 다니는 미드타운 고교에서도 슈퍼히어로는 스타다. 친구 네드(제이콥 베덜런)는 그가 스파이더맨이라는 것을 알자 자신이 "의자에 앉은 사람"(슈퍼히어로가 활약하는 동안 본거지에서 상황을 파악하며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슈퍼히어로가 활약하는 세계에서 자란 아이들이 슈퍼히어로가 됐다. 당장 어벤져스의 멤버가 되고 싶다. 그러나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서 그에게 첨단 기능의 슈트를 선물한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연락은 없다. 월등한 능력을 갖고도 외계인의 무기를 개조해 판매하는 벌처(마이클 키튼) 일당의 예상치 못한 공격에 당하기도 한다. 학교 안과 밖 양쪽에서, 피터 파커에게는 교육이 필요하다.

피터 파커의 실수로 많은 사람이 위험에 빠지자, 토니 스타크는 스파이더맨 슈트를 압수한다. 슈트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그에게 토니 스타크는 그렇다면 더욱 슈트를 가질 수 없다고 말한다. 이것은 '아이언맨 3'에서 아이언맨 슈트 개발에 집착하던 그가 슈트 없이 문제를 해결하며 얻은 깨달음이기도 하다. 토니 스타크는 목숨이 달린 위기에서 이것을 깨달았다. 반면 피터 파커는 토니 스타크를 비롯한 어른 슈퍼히어로들에게 배울 수 있다. 10년 동안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작품들이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시점에서, '홈커밍'은 피터 파커처럼 마블의 슈퍼히어로를 좋아하는 10대들의 시각을 반영한다. 피터 파커는 지루한 학교 수업을 견디고, 친구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아직 슈트를 갈아입을 곳도 마땅치 않아 인적이 드문 골목을 찾아야 한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50대가 된 지금, '홈커밍'은 '어벤져스'를 보고 자란 세대를 위한 MCU의 새로운 씨앗처럼 보인다.

그래서 '홈커밍'의 스파이더맨은 엄청난 활약을 하는 영웅이 아니다. 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한 '스파이더맨 2'처럼 피터 파커가 생활인이자 스파이더맨인 자신의 삶을 고민하며 뉴욕의 빌딩 사이를 활강하는 우아한 순간은 없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처럼 스파이더맨이 뉴욕 전체를 휘젓고 다니는 스펙터클한 볼거리도 없다. 대신 마블은 그들이 10년 동안 쌓은 세계관을 울타리처럼 쳐놓고, 이 10대 영웅이 충분히 자랄 시간을 준다. 아이언맨을 합류시키며 '홈커밍'을 개봉 전부터 흥행이 보장된 작품으로 만들었다. 스파이더맨의 첫 상대가 어벤져스에게 정체를 들킬까 두려워할 만큼 상대적으로 약한 벌처 일당인 것 역시 어벤져스가 더 강한 적들을 상대해서다. 피터 파커가 학교 실험실에서 거미줄로 쓸 용액을 만드는 것처럼, 마블은 '홈커밍' 전체를 스파이더맨이 뛰놀며 어벤져스의 정신을 배울 수 있는 안전한 훈련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주변에 좋은 어른들을 배치한다.

'홈커밍'에는 피터 파커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벤 삼촌의 죽음이 등장하지 않는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그의 말도 나오지 않는다. 피터 파커가 높은 도덕성을 갖게 된 비극이 설명되지 않은 상황은 그가 왜 슈퍼히어로의 길을 걸으려 하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피터 파커는 어째서 벌처처럼 자신의 능력을 나쁜 곳에 쓰지 않을까. '홈커밍'은 명확한 답을 하지 않는다. 대신 어른들이 그를 좋은 길로 인도한다. 이전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달리 젊은 메이 숙모(마리사 토메이)는 피터 파커의 방황을 바로잡아 준다. 그는 방황하는 피터 파커의 마음을 잡아주고, 여자친구에 대한 매너를 가르치며 피터 파커가 건강한 마음을 갖도록 한다. 피터 파커의 비밀을 아는 토니 스타크는 그의 시행착오를 바로잡아 준다. TV 속에서 학생들에게 옳은 메시지를 전하는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는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홈커밍'이 피터 파커의 친구들을 다루는 방식은 마블이 피터 파커의 또래 관객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처럼 보인다. MCU의 어떤 작품보다 흑인과 아시아계가 많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영어 억양은 모두 같다. 이민자 1세대가 아니고, 학교에서 섞여 생활하니 당연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억양을 통해 인종적 차이를 강조하거나, 웃음거리로 삼는 작품들은 얼마든지 많다. '홈커밍'은 그렇지 않다. 좀 더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어른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 결과 '홈커밍'은 스파이더맨의 이상에 접근한다. 벤 삼촌의 일이 언급되지 않기에 무거운 감정에 눌리지 않는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으로 활약할수록, 정의와 일상 사이의 선택에 대한 고뇌는 점점 더 커진다. '홈커밍'은 밝은 분위기 속에서 피터 파커가 맞이할 그 비극의 전조를 차분히 쌓아 놓는다. 슈퍼히어로가 되면 좋아하는 여학생과의 데이트 약속을 깨야 한다. 학업에 집중하거나 대학 진학에 도움을 줄 행사에 참여하기도 어렵다. 심지어 옳은 행동을 한 결과가 주변 사람들의 비극으로 이어지거나, 자신의 실수가 수많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아직 슈퍼히어로로서 완성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러 사람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켰다. '홈커밍'의 첫번째 쿠키 영상에서 암시하듯, 이것은 피터 파커의 인생에 계속되는 시련을 안겨줄지도 모른다. 10대가 슈퍼히어로가 됐다. 하지만 이 능력은 10대가 누릴 수 없는 것을 주는 대신 누려야할 것들을 빼앗아 간다. 어린 시절 저지른 경솔함은 영원히 불행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터 파커는 문제에 대한 답을 찾고,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그 때마다 메이 숙모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온다. 

'스파이더맨' 코믹스의 원작자 스탠 리가 처음 스파이더맨을 구상했을 때, 그는 자신이 다루지 않았던 10대의 이야기를 그리고자 했다. '홈커밍'에서 피터 파커가 어벤져스에 합류하기를 원하는 것처럼, 스탠 리가 직접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작업하던 시절에도 피터 파커가 판타스틱 포를 찾아가 합류 가능성을 물어봤다. 애초에 스파이더맨은 거미의 힘을 갖기 전까지 소심했던 학생이 슈퍼히어로로 활동하며 성장해나가는 이야기였다. 마블이 스파이더맨 영화화 판권을 가진 영화사 소니로부터 제작에 대한 허락을 받아 만든 '홈커밍'은 바로 이 주제를 MCU에서 구현한다. 앞으로의 인생에서 수없이 많은 불행과 싸우며 그래도 고결한 도덕성을 잃지 않을 슈퍼히어로의 등장. 하지만 처음으로 그를 접할 관객들을 매혹시킬 유쾌한 템포의 작은 이야기. 다시 말하면, 새로운 슈퍼히어로의 코믹스 단행본 한 권 분량. '홈커밍'은 그렇게 슈퍼 히어로의 등장에 필요한 딱 그만큼의 이야기와 스케일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홈커밍'은 단지 새로운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의 성공이 아니다. 오히려 슈퍼 히어로 코믹스가 시장을 확장하는 과정을 영화 산업안으로 완전히 이식한 것에 가깝다. 원작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 MCU에서도 10대의 방황과 좌절과 성장이라는 새로운 눈높이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MCU의 시작이었던 '아이언맨' 마지막, 토니 스타크는 기자회견에서 우쭐한 나머지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반면 '홈커밍' 마지막, 토니 스타크의 가르침을 받은 피터 파커는 그가 제안한 어벤져스 합류와 기자회견을 거절한다. 그는 자신이 배워야 할 것이 더욱 많다는 것을 안다. 앞 세대의 경험을 통해 다음 세대가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나은 사람이 될 기회를 얻는다. 지난 10년을 거쳐 마블은 그들의 세계를 보고 자란 새로운 세대에게 어울리는 이야기를 만든다. 그리고 10대들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홈커밍'을 보며 감정이입하고, 용기를 얻을 것이다. 코믹스나 만화를 통해 같은 경험을 했던 옛날의 10대들처럼. 마침내, 스파이더맨이 집으로 돌아왔다. 메이 숙모와 토니 스타크와 스탠 리가 기다리는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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