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언니들의 슬램덩크 2], 걸그룹이 무엇이길래

2017.03.08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 2]에서 제작진은 걸그룹이 되고 싶어하는 출연자들에게 프로듀서, 트레이너, 숙소를 제공한다. 출연자들은 걸그룹 제작을 소재로 한 Mnet [식스틴]이나 [프로듀스 101]처럼 춤과 노래를 연습해 트레이너들에게 평가도 받는다. 시즌 2에서 걸그룹을 ‘극한직업’으로 묘사하며 걸그룹 되기의 어려움을 묘사하는 것은 시즌 2가 출연자들에게 요구하는 자세처럼 보인다. 한채영과 강예원은 걸그룹 트레이닝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당장 씨스타의 ‘Ma boy’ 안무를 연습해서 ‘통과’와 ‘불통’으로 나뉘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강예원처럼 다른 활동을 하면서 쉬지 않고 연습을 하는 태도는 출연자들 중 가장 훌륭한 것으로 묘사된다. 걸그룹이 되기로 했으니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채영은 인생의 전환점이 필요해서, 강예원은 전공이었던 성악을 포기한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언니들의 슬램덩크 2]에 출연했다. 전소미와 공민지는 이미 걸그룹 멤버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들은 [프로듀스 101]의 연습생들처럼 절박할 이유도, 시간을 쏟을 이유도 없다.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두 시즌 모두 ‘팀워크’를 위해 출연자들의 MBTI 검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시즌 1에서 걸그룹 도전은 한 출연자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였다. 다른 출연자들은 그 출연자를 위해 노력한 것이었고, ‘팀워크’는 이전의 다른 소원을 이루는 과정에서 이미 형성되고 있었다. 반면 시즌 2에서는 ‘팀워크’ 자체가 걸그룹 활동을 위한 것이다. 제작진은 새벽까지 연습을 한 뒤에도 추가 연습을 하는 분위기를 유도한다. 그만큼 출연자들의 실력이 지난 시즌보다 좋아질 수는 있다. 하지만 전소미와 공민지를 제외한 출연자들이 현재 활동 중인 걸그룹 같은 실력을 가지기란 불가능하다. 대신 시즌 1에서 걸그룹에 대해 잘 모르면서 뭐라도 해야 했던 출연자들의 고군분투만 사라졌다. [언니들의 슬램덩크 2]는 시즌 1과 [프로듀스 101] 어느 쪽에도 가지 못한 채 애매한 곳에 머무르고 있다.

애초에 출연자들의 노력으로 될 일이 아니다. 곧 데뷔를 앞둔 걸그룹 프리스틴은 멤버 중 상당수가 [프로듀스 101]에 출연한 후 1년 동안 수많은 사전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몇 개월 동안 무료 공연을 하고, 네이버 V앱으로 팬들과 대화를 하며, 유튜브에는 안무 커버 영상과 소속사가 자체 제작한 리얼리티 쇼를 올렸다. 그럼에도 그들의 성공 여부는 당연히 미지수다. [언니들의 슬램덩크 2]가 출연자에게 정말 걸그룹처럼 노력하기를 바란다면, 그들 역시 정말 기획사처럼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다. 강예원이 ‘Ma boy’를 연습하기 위해 씨스타의 멤버 보라를 찾아간 것은 그 자신으로서는 대단히 노력한 것이다. 하지만 정말 걸그룹이라면 회사에서 ‘Ma boy’를 연습할 수 있도록 트레이너를 붙이고 스케줄을 정리한다.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출연자를 위한 숙소는 만들었지만, 그들의 연습은 평가 시간을 제외하면 자율 연습이 대부분이다. [언니들의 슬램덩크 2]는 걸그룹의 현실과 이 직업에 대한 대중의 막연한 인식 사이에 걸쳐 있다. 제작진이 정말 걸그룹을 만들 각오를 했다면, 출연자들을 위한 네이버 V앱 프로그램 기획이라도 해야 했다. [언니들의 슬램덩크 2]는 그들이 해야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일치시키지 못하고 있다.

[언니들의 슬램덩크 2]에서 MBTI 검사를 하거나, 다른 걸그룹을 불러 경험담을 듣거나 하는 것은 기존 버라이어티 쇼의 진행 방식이다. 출연자들을 한데 모아 한정된 시간 안에 방송 분량을 뽑으려면 이런 이벤트를 촬영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러나 지상파 TV 바깥에서는 [프로듀스 101]처럼 출연자들을 합숙시키며 연습 과정 자체를 드라마로 만들어내고 있다.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시즌 1에서 걸그룹 에피소드가 가장 성공했고, 시즌 2에서는 [프로듀스 101]처럼 현실에 가까운 걸그룹 제작방식을 따르려 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기존 연예인들을 모아 과제를 주는 기존 리얼 버라이어티의 토대 위에 있고, [프로듀스 101]처럼 101명의 출연자에게 트레이닝 시스템과 무대를 마련할 만큼의 제작비를 쓰는 것도 아니다. 시대의 흐름을 따르긴 하는데 제대로 하지는 못한다. 지금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이 [프로듀스 101]이나 나영석 PD의 예능 프로그램들을 좀처럼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다.

[언니들의 슬램덩크 2]의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은 오히려 출연자들이다. 김숙은 프로듀서 김형석을 만화 [슬램덩크]에서 북산고의 감독, 안선생님에 비교하며 만화의 한 장면을 흉내냈다.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그렇게 [슬램덩크]처럼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진 출연자들이 무언가에 도전하면서 열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스타이면서도 가사 노동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한채영이 왜 자신의 전환점으로 걸그룹 도전을 선택하는가도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 극단적으로 대중의 요구에 자신을 맞춰야 하는 한국의 걸그룹이 자아 실현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다. 하지만 시즌 2는 대신 해병대 조교 모자를 쓴 허경환이 출연자들에게 의미 없는 PT체조를 시키는 장면으로 분량을 때운다. 애초에 걸그룹으로서 음원차트 1위까지 해본 김숙과 홍진경이 왜 다시 걸그룹을 해야 하는지도 설명하지 못하기는 했다. 정말, 시즌 1의 장점조차 제대로 가져오지 못할 만큼 안일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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