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부터 이재명까지, ‘국민면접’ 대선주자 다섯 명의 말하기

2017.02.24
‘벚꽃 대선’이 될지, ‘장미의 전쟁’이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조기대선을 앞두고 바빠진 것은 대선주자들만이 아니다. SBS는 지난 2월 12일부터 5일에 걸쳐 [대선주자 국민면접](이하 [국민면접])을 통해 문재인, 안철수, 안희정, 유승민, 이재명(이상 가나다순) 등 다섯 명의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를 차례로 소개 및 검증하는 시간을 가졌다. JTBC [썰전]도 매주 한 명씩 대선주자를 초대하고 있고, 이들 중 일부는 거리 강연 프로그램인 [말하는대로]에 출연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펼쳐기기 전에, 예능과 접목한 정치 시사 프로그램에서 미리 드러난 후보들의 캐릭터를 정리했다.


모범적 재도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원칙’이라는 단어를 가장 자주 쓴다. “책 많이 읽은 사람 중 말 제일 못한다”는 댓글이 [국민면접]에 소개됐을 만큼 원래 언변이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제가 재수에 강해요. 대학도 재수, 사법시험도 재수, 지금도 재수”라고 말했듯 지난 대선 때에 비하면 순발력이나 표현력이 뚜렷하게 좋아졌다. “자신 있다 그러면 벌써 다 된 것처럼 군다, (여론조사) 1등 하면 확장성이 없다, 근데, 대세는 대세죠”라며 자신감을 보이거나, “안철수와 문재인 중 누가 더 왼쪽에 있냐?”는 질문에 “아이, 요즘 좌우가 어딨습니까? 지금 대한민국 상황이 보수-진보, 좌우의 상황입니까? 상식-몰상식, 정상-비정상, 이런 상황이죠”라며 여유롭게 피해나가는 것처럼.

자신의 단점은 ‘노잼’이라고 쓰고 “다들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라고 겸허히 받아들이며 굳이 재치를 부리기 위한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 다만 [썰전]에서 경희대 법대 후배인 전원책 변호사에게 순수한 선의의 미소를 띠고 “우리 전 변호사님이 선배이신 줄 알았어요”라고 두 번이나 말해, 전 변호사가 자신은 어려 보이려 염색하고 왔는데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분통 터뜨리게 만든 것처럼 본의와 무관하게 웃기기도 한다. 이때 자신은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의 설리처럼 커다란 눈을 껌벅이며 선하면서도 약간 어리둥절한 듯한 표정을 유지한다는 것이 포인트. 웃을 때는 글자 그대로 ‘하-하-하’라는 소리를 내서, 머리 주위로 ‘HA HA HA’라는 텍스트를 띄워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경상도 출신인 데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재직 당시 과로로 치아가 10개나 빠져 임플란트 시술을 받는 바람에 발음이 다소 새고 ‘ㅆ’이나 ‘ㅓ’ 발음에도 어려움을 겪지만, “취임 연설 10분간 113회나 발음이 부정확했다”(KBS 공채 1기 성우 고은정)는 김영삼 전 대통령을 경험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사움(싸움)’이나 ‘벌랙리스트(블랙리스트)’ 정도는 애교로 넘길 수 있을 것이다.

꾸준한 향상심, 안철수 국민의 당 전 대표
“제가 더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자신의 단점으로 ‘감정 표현을 잘 안 하는 것’이라고 적었듯, 사업가 시절 직원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감정을 숨기던 훈련이 몸에 배어 표정이 다양하지 않고, 혀 짧은 소리와 나긋나긋한 말투 때문에 극적인 효과나 호소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국민면접]에 소개된 “안철수는 어릴 때 반찬 뚜껑 덮고 혼자 밥 먹었을 듯”이라는 댓글이나, ‘삐치다’라는 키워드처럼 정치인으로서의 왠지 얄미운 우등생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일단 들어보면 의외로 설득력 있다. 소통 능력 부재라는 지적에 대해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 부분이 제일 위협적이니까 정치적인 공세를 집중했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나이 들어서 바뀌지 않습니다. 예전에 소통의 아이콘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불통으로 바뀔 수는 없는 법입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자신의 행보나 주장하는 바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는 화법을 구사한다.

다만 “정치를 시작한 지 5년째인데 초심이 변한 게 없어서 주위에 자랑했더니 발전성 없다고 놀림받았습니다^^”라며 수줍게 자기 자랑을 펼친 그에게 경계할 지점은, 이력서에 특기로 적은 ‘아재개그^^’. 30년 전 바둑 실력이 ‘아마(추어) 2단’이었는데 지금은 “아마도 2단”이라거나, 세상에서 가장 폭력적인 동물이 뭔지 아냐며 “팬답니다”, 가장 폭력적인 스포츠 선수는 “펠렙니다”라고 연타를 날린 데 이어 “다 제가 생각해낸 겁니다^^”라고 뿌듯하게 말하는 그는, 앞서도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의 국민의 당 합류에 대해 “연대 아니고 고대”라는 쓸쓸한 농담을 남긴 바 있다. 오히려 [국민면접]에서 그가 가장 큰 웃음을 준 것은 “만약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북한에 보낼 첫 번째 메시지는?”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가장 솔직하게 말씀드리면”이라고 인자한 미소로 운을 뗀 그는 “정은아, 핵을 버려라”라고 말했다. 그리고 여전히 온화한 교수님 같은 얼굴로 덧붙였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벌써 말했으면서….

물 만난 아이돌, 안희정 충청남도지사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민주주의가 실제 우리 사회에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 저는 민주주의로서 그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 겁니다”처럼. 그리고 “우리는 먹어야 합니다. (컵을 들어 마시는 제스처, 한 템포 쉬고 활짝 미소 지으며)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같은 표현에서 볼 수 있듯 표정과 신체언어가 다양하고, 호흡과 어조를 조절해 드라마틱한 효과를 끌어올리는 데 능하다. 공격을 흡수해 자기 PR로 연결하는 경우도 많다. “아직 비서실장 후보도 생각해두지 않았다면 리더로서 준비가 덜 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모든 국민들이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고 저를 더 좋아해주실 것 같습니다”라는, 궤변에 가까운 자신감에 순간 전여옥조차 전의를 상실할 정도. “꽃으로도 때리지 말자”거나 “역풍을 받아도 요트는 앞으로 가거든요. 그게 요트 항해술의 핵심이죠” 같은 문학적 비유를 좋아한다. 비록 배우 손병호의 버스킹을 보며 남긴 “저 사나웠던 [파이란]에서의 눈빛은 그가 이 세상에서 받았던 모든 자기 고통의 쪽빛이 모여서 남긴 눈빛 아닐까요?” 같은 말처럼 자신의 수사에 취한 것 같을 때도 있지만. 

‘충남 엑소(EXO)’라는 별명을 처음 들었을 때 ‘XO는 코냑 이름인데?’라고 생각했다지만 지금은 자기 입으로 “충남 엑소 안희정입니다”라고 당당히 말하고, ‘빅시 키스(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들의 시그니처 포즈인 손키스)’를 태연히 날릴 만큼 쇼맨십이 강하다. 특히 [말하는대로]에서는, 예능 초보지만 모든 것이 신기하고 설레 누구보다 그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 40대(실제 나이는 53세) 배우 같은 태도를 보여줬다. 심지어 버스킹 관중들 앞에서 ‘안깨비’라며 tvN [도깨비]를 패러디한 연기까지 펼쳤으니, “제가 요즘 좀 뻔뻔해졌어요”라는 말에는 아무래도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과연, 요즘만일까?

은근한 파이터, 유승민 바른정당 국회의원
‘보수’라는 단어를 가장 자주 쓴다. 따뜻한 보수, 새로운 보수, 더 나은 보수 등등. 그리고 ‘수구’와 ‘보수’를 구분해야 한다며 “제가 보수를 대표하는 후보가 된다고 해서 태극기 집회 나가는 새누리당 후보들이 주장하는 가치를 다 대변해야 되는 건 아니죠”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원조 친박’이라는 혐의가 짙다 보니 대선 후보로서의 자신을 어필하기도 전에 해명해야 할 주제가 첩첩산중, [국민면접]에서는 한때 자신과 같이 박 대통령을 도왔던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과 열띤 논쟁을 벌이느라 귀가 새빨개지기도 했다.

“손맛이 너무 잘아서 시선을 확확 잡지 못한다”는 지적에 자신이 살아온 인생은 거칠고 강하다고 주장했지만, 판사 출신 국회의원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국회의원이 된 이력 때문에 ‘정치권 금수저’라는 말을 듣는 데 대해 “그거에 대해 큰 불만은 없습니다”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웃을 때는 애니메이션 [카드캡터 체리] 청명의 40년 뒤처럼 부드러운 인상이지만 “저도 여기(정치권) 온 지 17년 돼 가지고, 어지간한 몸싸움은 자신 있습니다”라는 말처럼 말싸움에서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스피드 퀴즈 수준으로 나오는 즉답, 속도감 있는 어조, 공격이든 방어든 구체적이고 명료한 논지 전개 등은 잘 가르치는 교수의 강의 같다. 표정 변화나 제스처가 적은 차분한 태도에 비해 “그것도 못하면 나라가 아니죠”, “저는 할 말은 하는 사람입니다”, “수십 년 동안 해왔던 방식으로 계속 한다면 보수는 망할 겁니다” 등 강경한 어조로 대권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는 편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보기보다 굉장히 민주적인 사람이라며 “뭐 하나 결정할 때 신중하게 여러 사람 의견, 반대 의견 다 들어본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렇다면 왜 “여성분들은 뭐라 그러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을까? 여러 의견 좀 들어보지.

전략적 워리어, 이재명 성남시장 
‘공정’이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사이다’라는 별명대로, 민감한 주제도 굳이 에두르지 않고 말한다. [국민면접]에서 인사 원칙은 이야기하되 특정 인물의 언급은 극구 피한 다른 후보들과 달리 그는 “노동부 장관으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사면시켜서 임명하고 싶다”고 발언해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데,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삼성그룹의 실질 지배 총수는 구속되는 게 맞습니다”라고 말한 내용이 방송된 지 이틀 뒤,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물론 속 시원하다는 반응 못지않게 ‘막말’ 논란에도 자주 휩싸인다. ‘ALL 단두대’를 입에 달고 사는 전원책 변호사조차 “전부 막말”이라고 비판했을 정도. 그러나 이재명 시장은 자신이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비슷하다는 말만은 극구 부정한다. “직설적으로 세게 말하는 건 사실인데 불합리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주장. 다만 그가 짧고 강력한 워딩의 효과를 잘 알고 활용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TV조선을 반드시 폐간시키겠다”는 발언의 배경에 대해 설명하다가,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지 그랬냐”는 지적에 “그렇게 말하면 너무 기니까…”라며 멋쩍게 웃은 것처럼.

온라인에서의 공격적인 글이나 집회 현장, 기자회견, 팟캐스트 등에서의 과격한 발언(예: 작살을 내야 돼요, 청와대 정문을 나오는 순간 철컥 수갑을 채운 다음에 수건으로 둘둘 말은 모습을 TV로 보여줍시다!)에 비해 TV에서는 ‘의외로’ 온화하고 잘 웃고 너스레도 잘 떤다. 그리고 말한다. “저한테 말 잘한다고 하지 마십쇼. 말도 잘한다고….” 그리고 [말하는대로]에서는 야권 경선 탈락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원래 정치는 경쟁에 참여하면 결과를 받아들여야죠. 경쟁에서 진다해서 다 날아가는 건 아닙니다. 정책은 남아요. 그것도 하나의 성과죠”라는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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