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방이 없네

2016.12.23
“방이 없네~ (방이 없네)/ 방이 없네~ (방이 없네)/ 나실 방이 없네~”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에 교회에서 불렀던 노래다. 제목은 정말로 ‘방이 없네’다. 예수가 태어난 날 그의 부모 요셉과 마리아가 호적 등록을 위해 고향 베들레헴에 갔을 때, 모든 여관의 방이 차서 머무를 곳이 없는 상황을 그린 노래다. 가사가 대부분 ‘방이 없네’여서 좀 괴상한 센스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이 노래는 생각보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스무 살이 넘어, 이 노래는 다시 크리스마스마다 생각나게 됐다. 크리스마스에는 정말 방이 없으니까.

크리스마스에는 미국의 시트콤 [프렌즈]처럼 친구들끼리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보드게임을 하고 싶었다. 카카오톡 단체방(이하 단톡방)에 이런 이야기가 올라왔고, 마음이 맞은 사람들은 실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울은 베들레헴보다 더 방을 구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대학생, 작가 지망생(다른 말로 무직), 비정규직, 프리랜서, 소규모 회사의 정규직, 대기업을 다니는 정규직 등 평균연령 30세의 여섯 사람은 누구도 함께 모일 집을 갖지 못했다. 부모님이 살고 있는 집이 아니라면 경기도 권이라서 모두 모이기 어렵거나, 너무 좁았다. 유독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는 아니다. 작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조사한 ‘대학생 원룸 실태조사’에 따르면 70%가 최저 주거 기준보다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중에는 2평 정도밖에 되지 않는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많다. 일을 5년 내외로 한 사람들도 대학가 원룸 형태의 주거 방식을 벗어나기 어렵다. ‘사회초년생 주거실태’에서도 원룸이 54%다.

누구의 집에도 모일 수 없으니 숙소를 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같은 날에 이 정도 인원이 들어갈 모텔이나 레지던스는 50~60만 원 정도로 가격이 뛴다. 역시 포기. 대안으로 생각한 에어비앤비는 크리스마스에도 가격이 뛰지는 않는다. 하지만 에어비앤비의 문을 두드릴 때마다 돌아온 답은 “방이 없네”였다. 대부분의 에어비앤비 숙소는 주택가에 있고, 때문에 소음은 이웃과의 분쟁으로 이어질 수가 있다. 크리스마스 모임에 방을 빌려주기 싫은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5개의 숙소에서 거절당한 후 겨우 안 사실. 알고 보니 내국인이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것은 불법이었다. 에어비앤비에서는 일반 숙소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방을 빌릴 수 있었지만, 불법이다. 

결국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을 통해 그 주에 여행 가는 친구의 집을 빌리기로 했다. 하지만 그 집도 방음이 잘 되지 않아 조용히 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에 마구간도 아니고 방은 구했으니 만족할 만하다. 다만 살면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 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마스에 친구들끼리 모이기도 힘들고, 모여도 조용히 해야 한다. 혼자 크리스마스를 보낸다 해도 그리 달라지는 것은 없다. ‘사회초년생 주거실태’에 따르면 내 집이 아니더라도 집을 꾸미고 하고 싶어 하는 사회초년생은 47%였다. 하지만 대부분은 최소 주거 기준인 4.2평의 방에서 산다. 평소에도 공간을 아끼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 위주로 책을 선택하고, 좋아하는 캐릭터 굿즈도 장식장을 놓을 곳이 없어 크기와 선호도를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그러니 크리스마스 트리를 들여놓을 곳은 없다. 스터디룸뿐만 아니라 사교를 위한 대관 공간을 네이버 쇼핑을 통해 예약하는 것. 크리스마스는 많은 20대에게 삶의 많은 부분이 잘려 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날이 됐다. 요즘 길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롤이 많이 들리지 않는 이유가 그래서는 아닐까. 방이 없네, 방이 없네. 크리스마스를 보낼 방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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