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김은숙의 대중성 vs [푸른 바다의 전설] 박지은의 대중성

2016.12.12
드라마의 시청률이 점점 떨어지는 지금, 김은숙 작가와 박지은 작가는 문자 그대로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는 작가들이다. 그들은 각각 KBS [태양의 후예]와 SBS [별에서 온 그대]로 큰 화제를 모은 것은 물론, 해외에서까지 큰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2016년 말, 공교롭게도 두 스타 작가는 모두 판타지를 소재로 한 tvN [도깨비]와 SBS [푸른 바다의 전설]로 돌아왔다. 지금 가장 대중적인 작가들이라 할 수 있는 두 사람은 그들의 판타지로 어떤 재미를 주려는 것일까.

도깨비의 설정에 주목한 김은숙 vs 인어의 비주얼에 주목한 박지은
[꼬비꼬비] 같은 만화에서 도깨비는 바람머리에 팬티만 입고 요술 방망이로 마법을 부리던 존재였다. 그러나 김은숙 작가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기본 설정만 차용하고, 겉모습은 인간과 똑같은 도깨비를 탄생시켰다. [도깨비]가 한국 전통 설화에서 소재를 가져온 것은 초능력을 발휘하는 슈퍼히어로를 한국화하는 데 영리한 선택이었다. 그가 손짓 한 번으로 금을 만들고 공간을 이동할 수 있다는 설정은 도깨비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한국 배경에서도 설득력을 갖는다. 한편 [푸른 바다의 전설]은 인어를 통해 한국에서 시도된 적 없는 새로운 비주얼을 보여준다. 특히 인어로 분한 전지현의 모습은 시청자들이 마음껏 경탄할 수 있게 마련된 쇼에 가깝다. 모델 같은 실루엣도, 무용수의 춤처럼 살랑살랑 흔드는 꼬리도 죄책감 없이 감탄할 수 있는 아름다운 피사체가 된다. 물에 흠뻑 젖어서 화장기 없는 얼굴도 잡티 하나 없는 전지현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적절한 설정일 수밖에 없다.

공유와 이동욱의 밸런스를 보여주는 김은숙 vs 전지현의 매력을 보여주는 박지은
도깨비 김신(공유)은 마음만 먹으면 많은 금덩어리를 만들고 어떤 사람의 미래도 내다볼 수 있으며 심지어 날씨까지 조절할 수 있지만, 원해도 죽지 못하고 계속 살아야만 한다. 저승사자(이동욱)는 김신만큼 다양한 재주를 갖고 있지는 않은 대신 죽음에 관한 온갖 행정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여기에 이동욱의 창백한 얼굴은 갓의 현대 버전을 연상케 하는 검정 페도라와 잘 어울리고, 공유는 터들넥 상의에 롱코트를 입어 훤칠한 키가 부각되는 스타일을 완성한다. [도깨비]는 이렇게 서로 다른 매력과 능력을 가진 두 남자가 한집에서 살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함께 걸어오는 모습을 담은 ‘투샷’을 강조한다. 두 남자의 상호보완적인 매력과 케미스트리에 집중하며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반면 [푸른 바다의 전설]은 전지현 개인의 매력에 포커스를 맞춘다. 특히 그가 연기하는 심청이 인간 세상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은 배우 전지현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 그 자체. 모든 게 어설픈 그는 웃음을 겨냥한 갖가지 소동을 일으키게 되고, 전지현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 시절부터 강세를 보인 특유의 코믹 연기를 아낌없이 펼친다. 심지어 인어이기 때문에 엄청난 괴력을 타고나 건장한 체구를 가진 남자들을 제압하는 등 액션 장면마저도 전지현의 몫이다.

별도의 러브라인을 만드는 김은숙 vs 삼각관계를 만드는 박지은
[도깨비]에서는 지은탁(김고은)과 김신, 저승사자와 써니(유인나)의 러브라인이 독립적으로 진행된다. 두 주인공 외에 일방적인 짝사랑을 하며 때때로 극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인물을 만드는 대신, 주변 캐릭터에게도 독자적인 러브 스토리를 주는 것이다. 김은숙 작가의 [태양의 후예]도 유시진(송중기)와 강모연(송혜교), 서대영(진구)과 윤명주(김지원)의 연애 이야기를 병렬적으로 진행시켰고, SBS [신사의 품격]에서는 무려 네 커플이 따로 등장했다. 서로 다른 관계성, 서로 다른 갈등을 담은 스토리를 통해 시청자의 다양한 로맨스 취향을 건드릴 수 있다. 반면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는 준재(이민호)의 옛 여자친구 차시아(신혜선)가 준재에게 여전히 마음을 표현하며 심청의 존재를 의아해하고 경계한다. 이러한 전형적인 악녀 캐릭터는 기능적으로 소모되는 경우가 많지만, 주인공을 향한 감정이입을 부추기면서 로맨틱 코미디에서 커플이 이루어지는 시점을 늦춰줄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전생의 사연을 미스터리로 남기는 김은숙 vs 전생에서 이어지는 사랑을 중시하는 박지은
[도깨비]의 과거 이야기는 김신이 도깨비가 된 이유에 집중한다. 김신이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도깨비 신부를 찾아야 하고, 19년 전 목숨을 구해준 아이가 바로 그 도깨비 신부라는 운명론적 이야기는 주변 인물들의 입을 통해 설명될 뿐이다. 언제 어떻게 사랑하게 됐는지 가슴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은 서로에게 첫눈에 반했던 SBS [상속자들]이나 [태양의 후예]의 주인공들도 마찬가지였지만, 대신 김은숙의 드라마는 의도와 무관하게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해석을 낳기도 한다. 요즘 SNS상에서는 써니가 전생에 김신의 누이였다는 추측글이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이와 달리 [푸른 바다의 전설]은 매회 주인공들의 전생을 보여준다. 주인공들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전사를 반복해서 보여주며, 주인공들의 감정이 그만큼 오래되고 깊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성실하게 쌓아둔 드라마는 초반만큼 스피디한 전개가 쉽지 않은 후반으로 가도 힘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인상적인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여성의 솔직함을 강조하는 김은숙 vs 여성의 기다림을 강조하는 박지은
[도깨비]의 은탁은 10대 소녀고, 에둘러서 말하는 것 없이 직설적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자신이 ‘도깨비 신부’라고 한 치의 의심 없는 표정으로 주장하고, 해맑게 웃으며 “나 아무래도 요정인가 봐요. 팅커벨” 같은 낯간지러운 말도 주저 없이 하며, “혹시 내가 안 예뻐서 도깨비가 아니라고 한 거 아니냐”고 펑펑 울며 크게 화도 낸다. 그래서 [도깨비]는 “사랑해요”처럼 폭탄 같은 대사가 첫 회부터 은탁의 입에서 나오고, 탁구를 치듯 빠르게 대사를 주고받을 수 있으며, 주인공들의 오해도 빠르게 해결한다. 반면 박지은 작가의 [푸른 바다의 전설]이 그리는 여성은 전작에 비교해도 훨씬 수동적으로 변했다. 인어는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수백 년이 지나도 심청은 한 남자만을 생각한다. 자신의 눈물인 진주가 돈이 된다는 것을 알자마자 남자에게 다 갖다 주겠다고 말할 정도로 맹목적이고 유아적이기까지 하다. 예전의 박지은 작가가 MBC [내조의 여왕],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새로운 여성 캐릭터들을 탄생시켰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아쉬울 수밖에 없는 지점.

2회에 남자주인공이 멋지게 걸어오는 김은숙 vs 2회에 키스신이 나오는 박지은
사채업자들에게 납치당한 은탁을 구하기 위해 어둠 속에서 걸어오는 김신과 저승사자의 모습은 방송 직후 큰 화제가 됐다. 방송 첫 주 차, 2회 엔딩에서 남자 배우가 확실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김은숙 작가의 전작에서부터 이어지는 경향이다. SBS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현빈)이 스턴트 연기를 하며 감독에게 구박받는 길라임(하지원)을 위해 나타나 “길라임 씨에게 소리 좀 그만 지르세요. 저한테는 이 사람이 김태희고 전도연입니다. 제가 길라임 씨 열렬한 팬이거든요”라고 말하던 유명한 장면도, [태양의 후예]의 시진이 선글라스를 끼고 헬기에서 내려 오랜만에 마주친 모연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장면도 2회 엔딩이었다. 그와 달리 박지은 작가는 의식적으로 엔딩에 힘을 주기보다는 [별에서 온 그대]처럼 에필로그로 여운을 남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푸른 바다의 전설]만큼은 첫 주부터 주연 배우들의 키스신을 넣었다. 인어와 신체 접촉이 있을 때 기억을 잃게 만들 수 있다는 설정을 이용한 상황이지만, 스페인 지중해에서 인어와 사람이 입맞춤을 나누는 그림은 그 자체로 드라마의 결정적인 이미지가 된다.

재벌가 이야기를 뺀 김은숙 vs 재벌가 이야기를 넣은 박지은
김은숙 작가는 SBS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상속자들]에서도 재벌가 내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다뤘다. 후계자 자리를 놓고 싸운다거나 계급 차이가 사랑의 장벽이 되는 설정은 신데렐라 스토리의 욕망을 충족시키면서 기업 드라마의 클리셰도 활용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하지만 [태양의 후예]의 시진은 재벌 2세가 아니었고, [도깨비]의 김신은 호텔을 소유할 만큼 부자지만 도깨비의 능력으로 얻은 것이기 때문에 재벌가 상속 문제에 휘말릴 일은 없다. “도깨비와 저승사자는 재벌 10명이 와도 못 이길 만큼 엄청나게 멋있다”([도깨비] 제작발표회)고 자부하는 김은숙 작가는 자기복제라는 의심을 벗으면서 여전히 신데렐라 판타지를 이어갈 수 있다. 재벌 이야기는 대신 박지은 작가의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발견된다. 부동산 재벌가의 아들 준재는 어머니가 버림받은 후 집을 나가지만 워낙 머리가 좋아 사기를 쳐서 번 돈으로 호화스러운 집에 살 수 있다. 동시에 재산 상속 지분을 위해 그를 죽이려는 위협에 노출돼 있고, 어머니와 심청의 유사점을 찾으며 결핍된 모성애를 채우려고 한다. 때문에 [푸른 바다의 전설]의 닮은꼴은 어떤 측면에서는 이민호가 출연하기도 했던 김은숙 작가의 [상속자들]에 가깝다. 가장 전형적인 스토리지만 적절하게 활용했을 때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던, 한국 드라마의 가장 검증된 클리셰를 선택한 것이다. 현재 [푸른 바다의 전설]의 시청률은 20% 가까운 선을 유지하고 있고, [도깨비]는 이미 tvN [응답하라 1988]의 시청률 추이를 넘어섰다. 그들은 다시 한 번 지금 그들의 방식이 가장 대중적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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