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코-크러쉬-딘의 1992년생 힙합

2016.12.05

지코의 새 싱글 제목은 ‘버뮤다 트라이앵글’로, ‘지나가는 배나 비행기가 자주 실종되거나 사라진다고 전해지는 대서양 버뮤다 제도 주변의 삼각형 지역’을 뜻한다. 물론 이것은 과장된 괴담이다. 그러나 많은 분야에 인용되어온 매혹적인 소재이기도 하다. 지코가 트라이앵글의 한 축이라면 나머지 두 축은 크러쉬와 딘이다. 셋은 92년생 동갑내기고, 이것이 이 노래에 셋이 함께 이름을 올린 이유다. 정리하면 이렇다. “92년 동갑내기인 우리 셋은 현재 가장 잘 나가는 힙합(알앤비) 아티스트야! 버뮤다 트라이앵글처럼 아무도 우릴 꺾을 수 없어!” 셋은 ‘팬시 차일드’라는 크루도 결성했다.

지코, 크러쉬, 딘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힙합을 위시한 흑인음악 계열 뮤지션으로 볼 수 있다는 점, 20대 중반이 채 되지 않은 나이에 또래보다 압도적인 부와 명예를 얻었다는 점, 동시에 폄하하기 힘든 실력을 갖추었다는 점 등이다. 때문에 ‘버뮤다 트라이앵글’에 드러나는 자신감은 어쩌면 필연이다. 이런 맥락에서 ‘또 자기 자랑 가사냐’는 인터넷 댓글과 “역시나 과시는 부담 없는 소재”라는 지코의 가사는 한 군데로 모인다. 젊고(Young), 부유하고(Rich), 유명하며(Famous), 이를 드러내는 데에 거리낌이 없는(Don't give a fuck) 90년대 생 한국 힙합 아티스트의 출현. 그들은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든 패션을 통해 스타일을 드러내든 음악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든 윗세대보다 ‘자기표현’에 주저함이 없다. 또 힙합 음악을 하거나 들을 때 표현/태도의 관점에서 내적으로 발생 가능한 ‘윤리적 충돌’의 정도가 윗세대에 비해 크게 약하거나 거의 없다. 또한 그들은 아이돌 그룹과 비틀즈를 동시에 좋아할 수 있다. 이것은 그들에게 전혀 어색하거나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비틀즈를 구닥다리로 취급하거나, 올드해서 다가갈 수 없는 존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신에 오히려 지금은 흉내 낼 수 없는 ‘멋’과 ‘특별함’을 지닌 존재로 받아들인다.

이쯤에서 미국의 힙합 듀오 래 쓰래머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래 쓰래머드의 두 멤버는 93년생, 95년생이다. 그리고 이들의 노래 ‘Black Beatles’는 현재 3주째 빌보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제목 그대로 이들은 이 노래에서 자신들의 위대함이 마치 비틀즈와 같다고 주장한다. ‘고작’ 93년생, 95년생이. 한편 한국에서는 ‘아름다워’라는 노래에서 92년생 지코가 93년생 씨잼과 함께 자신들은 “아름다운 존재”라고 이미 올여름에 외친 바 있다. 누구처럼? 무하마드 알리처럼. 이것이 우연이 아니라 ‘세대’와 ‘힙합’의 특성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는 데 한 표 던진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서 건배, 어린 나이에 돈 많이 벌어서 건배, 어린 나이에 유명해져서 건배, 무엇보다 나의 젊음 자체에 건배. 지코, 크러쉬, 딘 이외에도 92년생 래퍼 G2도 좋은 예다. 그가 최근 발표한 노래들의 제목이 ‘위하여’와 ‘Young & Alive’라는 사실에 주목하자. ‘겸손 프레임’ 앞에서 주저하기보다는 자신의 성취를 매 순간 자축하며 삶을 긍정성을 통해 이끌어나가는 점이 그들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이것은 한국의 청년세대가 ‘생존주의 세대’이기 때문은 아닐까. 일상이 곧 서바이벌인 그들에게는 경쟁에서 이겨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90년대 생과 완벽히 겹치는 한국의 청년세대에게 생존과 진정성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생존 자체가 곧 진정성이다. 다시 말해 돈과 성공에 대한 욕망이 기성세대에게는 ‘속물주의’였다면 청년세대에게는 생존이자 진정성이라는 말이다. 생존에 성공했다면, 진정성을 달성했다면, 자축하고 과시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쩌면 이 생존주의 세대 속에서, 하고 싶은 일로 돈도 많이 버는 젊은 래퍼들이야말로 가장 ‘질 좋은’ 생존을 이루어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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