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여성 스포츠의 새로운 정의

2016.08.18
“파이팅이 넘치는 누나.” 지난 6월, KBS [우리동네 예체능]에 출연해 멤버들에게 배구를 가르치는 김연경에게 제작진은 이런 자막을 달았다. 프로그램에서 “손만 마주쳐도 파워 업”이 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 그의 ‘파이팅’ 넘치는 모습은 올 8월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배구 예선전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나면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힘차게 뛰어올라 강한 스파이크 공격을 하거나, 득점한 후 양팔을 활짝 벌리거나 주먹을 치켜올리며 포효하는 김연경의 모습은 ‘파이팅’이라는 단어로도 부족할 정도다. 심지어 점수를 뺏긴 순간 욕설을 하는 입 모양이 카메라에 잡혔을 때조차 “착한 식빵 인정합니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올림픽 기간 동안 주목받았던 각 종목의 선수들 중에서, 김연경은 지금 가장 독특한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가대표 당시 세터로 김연경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이숙자 해설위원은 KBS [스포츠 이야기 운동화 2.0]에서 김연경이 “본인에게 공을 달라고 사인도 많이 하고, 가끔 공을 안 주면 흥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채널A [불멸의 국가대표]에서는 재미 삼아 족구 게임을 할 때조차 “아, 언니!”라며 실수한 선수를 호통치고, “한 번만 더 (실수)하면 빠져”라며 실수한 팀원들을 다그치기도 한다. 코트 안팎에서 이기고 싶다는 승부욕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전혀 숨기지 않는 김연경의 이런 성격은 그가 지금 상당한 주목을 받게 된 요소이기도 하다. ‘현역 선수 중 세계 최고의 공격수이다’라는 짓궂은 질문에 대해서도 바로 YES라고 대답하고, 겸손하게 너스레를 떠는 대신 “제 포지션에 있어서는 아직까지는 세계적으로 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당당하게 말하기도 했다. 물론 그의 말처럼 김연경은 한국 여자 배구 사상 최초로 해외에 진출한 선수이자, 데뷔 이후 지금까지 국내외를 넘나들며 소속 구단의 우승은 물론 MVP, 득점상, 서브상 등 수상 내역만 해도 전례가 없을 정도로 많다. 해외 구단으로 진출할 당시 구단과의 분쟁도 겪었지만, 그는 그때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독보적인 배구 실력을 바탕으로 한 김연경의 승부욕과 자신감은, 지금 그가 가진 매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연경의 이런 모습은 스포츠 선수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어떤 편견이나 무관심을 시원시원한 태도로 돌파해내는 것이다. 최근 그는 인스타그램에 [코스모폴리탄]과 위스퍼가 함께하는 ‘여자답게’ 캠페인에 동참해 ‘#여자답게’, ‘#멈추지마’ 같은 해시태그와 함께 ‘여자라서 배구선수는 힘들다’는 말을 언급하며, “만약 그때 이러한 주위의 편견에 운동을 그만두었다면 현재의 김연경은 없었을 것”이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평소 드러내는 태도만으로도 그에게 씌워진 틀을 깨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외모 순위를 묻는 질문에는 수줍어하거나 겸손한 모습으로 대처하기보다 “내가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든다”(Mnet [비틀즈코드])고 태연하게 대답한다. 올림픽 예선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여성 선수로서 지카 바이러스가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임신할 생각이 없어서”라는 답변을 되돌려주었고, 그럼으로써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한 선수를 운동선수보다 ‘여성’으로 한정 짓는 질문을 그대로 격파했다.

그렇기에 지금의 김연경은 한 명의 운동선수로서 그가 살아가는 모습, 말하자면 스포츠맨십을 가장 잘 드러내는 사람일 것이다.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스포츠에서 당연한 명제이며, 김연경의 승부욕과 자신감은 기본적으로 경기를 이기기 위한 그의 노력과 태도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자신의 성별이든 신장이든 어떤 편견으로 자신을 대하는 사람에게도 상관하지 않고, 스포츠에서 자신이 가지는 이런 태도를 유지한다. 그러니 자신에게 여자 팬이 훨씬 많다는 김연경의 말은, 사실은 결코 놀랍지 않다. 여전히 ‘요정’과 ‘태극 낭자’의 수식으로 여성 선수들을 대하는 한국에서 오직 스포츠로 자신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에 성공한 드문 여성 스포츠 스타에게는, 열광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목록

SPECIAL

image SNS와 여성 연예인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