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③ [W]는 진짜 웹툰의 세계를 아는가

2016.08.16
MBC [W]는 웹툰에 대한 판타지다. 당연하지 않은가. 인기 웹툰 [W]에 작가의 딸이 빨려 들어가고 만화 속 주인공인 강철(이종석)과 대화하고 호감을 느끼는 건 명백한 판타지다. 하지만 또한 동시에 [W]는 웹툰이라는 현실 속 매체와 웹툰 작가라는 직종에 대한 판타지이기도 하다. 전 국가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며 누적 부수 천만 부를 기록했다지만, 과연 이 만화의 무엇이 그런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작가가 어떻게 그것을 그려낼 수 있었는지에 대해 드라마는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다. 여기서 웹툰 [W]와 작가 오성무(김의성)은 오직 모두가 다 사랑하는 엄청나게 인기 있는 픽션과 그 픽션의 조물주라는 관념적인 형태로서만 존재한다. 정말로 [W] 같은 웹툰은, 그리고 오성무 같은 작가는 존재할 수 있을까. MBC [무한도전] ‘릴레이툰 특집’ 이후 다시금 관심을 받는 웹툰이라는 매체에 대한 오해 없는 이해를 위해 [W] 속에서 그려지는 웹툰과 현실의 그것을 비교해보도록 하겠다.


1. [W]처럼 10년 동안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며 웹툰을 연재하는 것이 가능할까.
물론 가능하다. 한국 웹툰 플랫폼의 양대 산맥인 다음과 네이버는 각각 2000년대 초반과 중반부터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 중 후발 주자인 네이버의 경우 초기 연재작 중 지금까지 연재 중인 작품이 적지 않다. 장기 연재의 아이콘인 [마음의 소리]가 있고, 시즌 1에선 개그적인 요소를 강조하고 시즌 2부터 스케일 큰 판타지를 선보이고 있는 [히어로 메이커], 현대 배경의 판타지 액션물 [노블레스], 가상의 대륙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마술사]도 지금까지 꾸준히 연재되고 있다. 다만 이 중 대중적 인기를 언제나 최고 수준으로 유지한 건 [마음의 소리]와 [노블레스] 정도다. [마음의 소리]의 조석 작가는 장기 연재에서의 체력 및 멘탈 관리에 대해 “참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노블레스]의 경우 그림을 담당하는 이광수 작가의 건강 문제로 4개월 정도 휴재를 해야 했으며, 복귀 후 진행된 대규모 액션 파트에서 비슷한 패턴을 반복한다며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낮은 별점을 잠시 받기도 했다. 장기 연재를 하며 작품의 클래스와 인기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진 않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다.

2. MBC [무한도전]에 나온 웹툰 작가들은 젊던데 오성무는 왜 이렇게 늙었나.
MBC [무한도전]에 출연한 이말년, 주호민, 가스파드 작가를 비롯해 앞서 말한 [마음의 소리]의 조석 작가나 [노블레스]의 이광수 작가 등, 현재 웹툰 시장에서 상당히 명성을 쌓은 작가들 다수는 삼십 대 중반이다. [무한도전] 출연 작가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윤태호 작가도 47세이며, 웹툰계의 삼엽충이라 불리는 강풀 작가도 42세라는 것을 떠올리면, 62세 오성무는 확실히 위화감이 드는 존재다. 웹툰으로 좁히지 않더라도 당장 만화계 원로인 이현세 작가가 60세다. 물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 자산 8,000억의 갑부 주인공이 나온다는 점에서 최근의 웹툰보단 90년대 극화체 만화에 가까운 [W]의 스타일을 봤을 때, 이미 출판 시장에서 오랜 시간 비슷한 장르를 그리던 원로 오성무가 바로 웹툰으로 옮겨 탔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W]가 시작됐을 2006년만 해도 웹툰 시장에는 최근 같은 다양한 수익모델이 없어 고료가 적었고, 여전히 출판 만화에 비해 격이 떨어지는 매체라는 편견까지 더해져 출판 시장의 중견 이상 작가들은 학습 만화를 그릴지언정 웹툰에 진출하진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부터 네이버에서 [몽홀]을 연재하는 63세 장태산 작가처럼, 웹툰 시장이 커진 최근 1, 2년 사이에서나 출판 시절의 원로들이 합류하고 있다.

3. 실제로 [W]처럼 천만 부 팔린 웹툰이 있을까.
우선 웹툰의 경우 이미 웹을 통해 공개됐던 작품이기 때문에 여간해선 출판 단행본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애니북스 측은 “출간된 웹툰의 6할은 초판을 소화하지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인기 웹툰이자 출판에서도 가장 성공한 케이스인 [마음의 소리] 역시 조석 작가에 따르면 몇십만 권 수준으로 팔린 정도다. 그나마 비교 가능한 건 만화의 성공 이후 드라마까지 성공하며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됐던 [미생] 정도다. 이미 연재 당시 누적 조회수 1억을 기록했던 인기 만화 [미생]은 시즌 1 완결 이후 나온 드라마 tvN [미생]의 성공까지 더해져 단행본으로도 200만 부 정도 판매됐다. 즉 웹툰 연재 당시에도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고, 그 자체 구매력이 있는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며, 2차 저작물이 역시 그 못지않은 사회적 현상이 되면서 원작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을 때 그나마 200만 부가 팔릴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웹툰이 아닌 만화 시장 전체로 눈을 돌리면 천만 부 팔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닌데, 학습만화인 [마법 천자문]은 2008년, 총 16권이 발매된 상태에서 누적 부수 천만을 기록한 바 있다. 과거 이문열의 [삼국지]도 대입 논술에 도움이 된다는 소문과 함께 천만 부를 돌파한 것처럼, 교육 시장과의 연결은 학부모의 지갑을 열게 한다. 과연 [W]도 학부모들의 마음을 자극한 것일까. 우리 아이 강철처럼 키우기?

4. [W] 같은 인기 웹툰의 엔딩을 비밀리에 그릴 수 있나.
창작물은 창작자의 뜻대로 그려야 한다. 이 원칙은 편집자도 독자도 간섭할 수 없다. 아무리 모두에게 사랑받는 주인공이라 해도 죽일 수 있고, 때론 쉽게 납득되지 않는 결말을 낼 수도 있다. 8회짜리 에피소드를 그리기로 하고 마지막 회에 웹툰 역사에 길이 남을 허무한 결말을 남긴 다음의 [마신슈트] 같은 작품도 존재한다. 다만 십 년 동안 최고의 인기를 누려오던 작품을 오늘 끝내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그 결말에 대해 편집자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면 둘 중 하나다. 게으르거나, 자신도 독자로서 마지막 회의 전율을 느끼고 싶거나. [닥터 프로스트]의 이종범 작가는 “보통은 담당자들이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완결 시점을 알고 있다. 갑자기 작가가 훅 하고 자기 마음대로 끝내는 게 가능은 하겠지만 아직 그런 작가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역대 웹툰을 통틀어도 가장 암울한 것으로 손꼽힐 [아스란 영웅전]의 엔딩은 내용을 들은 편집자가 만류했음에도 작가의 뜻을 꺾지 못한 케이스다. 이것은 반대로 드라마에서처럼 엔딩을 공언했다가 갑자기 주인공을 살리고 이야기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선회한 경우에도 해당된다. 엔딩과는 전혀 거리가 먼 방향으로 이야기가 바뀌었는데 전화로 한가하게 “러브신도 나오고 재밌긴 한데, 선생님 스타일이 약간 달라진 것 같다”고 말하는 담당자라니, 이것도 둘 중 하나다. 게으르거나 정말 게으르거나.

5. 연재가 지겨워지면 캐릭터를 죽이고 싶을까.
이것은 정말 창작자 개인의 마음이기에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10년 동안 [마음의 소리]를 연재 중인 조석 작가는 캐릭터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지겹기보단 애착이 더 많이 간다. 현실의 인물을 만화로 가져와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더 잘 그려서 재밌게 만들어줘야 하는데 미안하다는 마음이 든다.” 과거 인터뷰에서 [노블레스]의 손제호 작가 역시 주인공 라이에 대해 학교에서의 평범하고 즐거운 시간을 많이 그려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야기한 바 있다. 오성무와 강철의 관계를 인간 대 인간의 관계로 치환할 수는 없지만, 범인에 대한 어떤 단서나 방향도 없이 주인공 가족을 죽이고, 엔딩에서도 그냥 유야무야 사건을 덮으려 한 오성무의 행동은 창작자로서 또한 한 세계의 창조자로서 무책임한 게 맞다. 현실로 나온 강철의 분노는, 그래서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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