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이 가진 편견

2016.08.12
“요즘 아이돌은 체형 관리를 받는데, 저분은 약간 거북목 증상이 살짝 있다.”
“제 또래의 근육 뭉침이 있어요.”
“승모근이 많이 올라왔어요.”
“아이돌은 목 라인 쪽 빠져요. 90도로 각이 졌는데, 8시 40분 느낌이 있어요.”

MBC [일밤] ‘복면가왕’에서 정체를 감춘 출연자들을 맞추는 연예인 판정단이 ‘꼬마유령’의 정체를 밝히겠다며 했던 발언의 일부다. 그들에 따르면 아이돌은 목 라인에 근육 없이 가녀린 선이 나와야 하는데, ‘꼬마유령’은 승모근에 거북목이 있다며 30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꼬마유령’은 걸 그룹 트와이스의 지효였고, 연예인 판정단은 그제야 지효에게 “실력이 너무 좋아서 나이를 계속 올렸다”고 둘러댔다.

‘복면가왕’에서 가면 속의 인물을 추리하는 과정은 이 쇼의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소다. 목소리 톤으로 도전자의 나이나 직업 등을 유추하고, 개인기를 시켜본 뒤 동작 등을 통해서도 정체를 추리한다. 때로는 큰절을 한 다음에 손을 짚고 일어나지 않으면 20대로, 많이 흔들릴수록 나이가 많다는 식의 분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단지 연령대를 추측하는 것과 나이가 젊을수록 좋다는 식의 평가는 다르다. 이를테면 여성 도전자에게 신체 나이를 측정하는 테스트를 한 뒤 “그 누구보다도 기뻐하는 걸 보니 40대”라고 말하고, 어린 목소리를 가지고 조신한 태도를 보이면 아이돌이다. 지효에 대해서는 “풋풋하지 않다”며 목소리가 아이돌이 아니라고 하고, ‘아기도깨비’에게는 “성인의 문턱을 막 넘었지만 아직 소년의 때가 남아 있는 청명한 목소리”라며 나이 든 목소리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의 발언을 한다. ‘복면가왕’은 편견을 버리고 노래로만 실력을 평가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어느 순간부터 몸과 나이에 대한 편견으로 출연자를 평가한다.

특히 여성 출연자는 몸 전체가 품평의 대상이 된다. “집에 아이가 있을 것 같다”는 표현을 하는가 하면, 트렌치코트를 입은 여성 도전자에 대해서는 “발만 보여줬다. 나이가 많을 것”이라고 말하며 나이 많은 여성은 몸을 가려야 한다는 듯이 말한다. 계속된 비판 끝에 요즘에는 방송에서 사라지다시피 한 ‘동안선발대회’류의 프로그램에서 보이던 모습이 ‘복면가왕’에서 웃음을 위한 양념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복면가왕’에서는 남성과 여성 모두 노화가 놀림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남성 출연자의 노화는 유연성이나 몸짓 정도로 뭉뚱그려 평가되는 반면, 여성 참가자들은 어깨의 모양에서도 젊은지 나이 들었는지 찾아내려 한다. 세월에 따라 당연하게 올 수밖에 없는 노화가, 여성에게는 놀림의 이유가 된다.

‘복면가왕’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의 노화는 마치 감춰야 할 부끄러운 것처럼 여겨진다. 드물게 중년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tvN [굿와이프]의 제작발표회에서 주인공 전도연의 사진에는 ‘주름살 보여도 괜찮아 전도연, 호탕한 웃음’ 같은 제목이 달렸다. 또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그의 주름에 대해 긍정적, 부정적 반응이 동시에 올라오기도 한다. 전도연은 “주름 같은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 것은 중요하지도 않다”([문화일보])고 말했지만, 여전히 40대 여성의 주름은 누군가 꼬집어 지적하는 대상이다. 그리고 ‘복면가왕’처럼 편견을 버리고 실력만을 평가하자는 프로그램도 노화, 특히 여성의 노화에 대해서는 당연하다는 듯 편견을 반영한다.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누구나 겪는다. 하지만 TV 안에서 사람은 노화한 몸과 그렇지 않은 몸으로 나뉘어 평가받는 듯하다. 심지어 가면으로 얼굴을 가려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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