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가든]부터 [W]까지, 이종석의 판타지

2016.08.11
MBC [W]의 강철은 이종석의 강점을 영리하게 활용한 캐릭터다. 새하얀 피부와 분홍빛 입술, 기다란 키와 마른 편에 가까운 몸까지 이종석은 입체감이 돋보이는 대신 놀라울 정도로 2D에 가까운 이미지를 그려내는 배우였고, 때문에 지금까지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판타지적인 설정을 연기해왔다. 이종석이라는 이름을 처음 각인시켰던 SBS [시크릿 가든]의 썬부터 [W]의 강철까지, 그가 어떤 판타지를 그려왔는지 캐릭터와 코스튬, 러브라인 등을 통해 되짚어보았다. 헛웃음이 나오거나 두 주먹을 꼭 쥐게 될 만큼 오글거리는 설정도 많지만, 기억해야 할 사실은 하나다. 이 모든 걸 이종석은 설득시켰다는 것.

SBS [시크릿 가든]의 썬
캐릭터
: 나이 스물셋의 천재 뮤지션, 그리고 게이. 청담동 클럽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다 톱스타 오스카(윤상현)의 눈에 들었고, 시종일관 “바빠”와 “꺼져”를 시전하며 함께 작업하자고 조르는 그를 애태운다. 극 중에서 부르는 노래는 누가 봐도 민망할 정도로 노골적인 립싱크인 게 함정이지만, 까맣고 기다란 속눈썹을 내리깔고 뽀얀 얼굴로 피아노를 치는 모습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예쁜 남자’.
코스튬 혹은 아이템: 한쪽만 길게 늘어뜨린 앞머리와 붉은 빛이 도는 머리카락, 가죽재킷과 헤드폰 등 ‘중2력’을 극대화한 듯한 스타일링. 가슴 쪽이 훅 파진 헐렁한 티셔츠나 금속 목걸이 등의 액세서리를 착용함으로써 부피감 없는 몸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인터넷 소설과 만화, 팬픽에서나 볼 법한 남자의 실사판.
러브라인: 철없고 눈치도 없으며 바람둥이인 톱스타 오스카. 당신과는 절대 작업하지 않겠다며 튕기다가 자연스레 마음을 열고 오스카를 떠올리며 곡까지 만드는 썬은 물론, 그를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며 괜히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거나 떠나겠다고 해도 극구 붙잡으며 들쳐 업기까지 하는 오스카 모두 사랑이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
명대사: “공평한 대신 공통점이 있잖아. 우리 둘 다 오스카를 좋아한다는 거.” 오스카의 콘서트장에서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멋있게 떠나려던 자신을 붙잡는 윤슬(김사랑)에게.

KBS [학교 2013]의 고남순
캐릭터
: 학교는 열심히 다니지만 딱히 꿈도 의욕도 없고,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거나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밖에 하지 않는 고3 소년. 마음이 몸을 앞질러 자란 탓에 지나치게 속이 깊은 남자아이이기도 하다. 매사 귀찮아하는 것 같지만 시키는 일은 성실히 잘 하며,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다정하고 예의바른데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자신의 의견을 밝힐 줄 아는, 어쩐지 학창시절 교실 한 구석에 있었던 것 같아도 실제로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환상 속의 친구.
코스튬 혹은 아이템: 교복. 반짝이는 햇빛, 푸르러진 나무, 그것을 배경으로 한 학교와 교실 안에 단정하게 교복을 차려입은 고남순이 있는 것 자체로 싱그러운 풍경이었으며, 덕분에 [학교 2013]은 더없이 완벽한 청춘물이 되었다. 
러브라인: 절친이었으나 고남순 때문에 다리를 쓰지 못하고 좋아하던 축구까지 포기하게 된 박흥수(김우빈). 딱히 표정 변화가 없는 고남순은 오로지 흥수 앞에서만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고, 고운 얼굴에 멍이 들든 피가 흐르든 싸움에 뛰어들고, 열아홉 소년다운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비로소 보여준다. 다른 친구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듯 오로지 서로의 감정에만 집중하는 둘의 모습은 아무래도 ‘브로맨스’라기보다는 그냥 사랑이다.
명대사: “내가 지금 버린 거… 학교가 아니고 너다 새끼야.” 학교에 자퇴서를 내고 나오며, 당연히 흥수에게.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수하
캐릭터
: 눈을 보면 상대방의 마음을 들을 수 있는 소년. 잘생기고 공부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는데 따돌림당하는 같은 반 친구를 도와주고도 생색이라고는 내지 않을 정도로 고운 심성의 소유자이기까지 하다. 한마디로 ‘사기캐’. 어릴 적 살인마 민준국(정웅인)에게 아버지를 잃은 트라우마를 갖고 있지만 좀처럼 티를 내지 않는다.
코스튬 혹은 아이템: 이번에도 교복.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박수하는 교복 차림에 헤드폰을 목에 걸고 내리쬐는 햇살 사이로 성큼성큼 걸어오며 처음 등장한다. 여기에 더해 민소매 티셔츠를 즐겨 착용하며 약간의 근육이 붙은 팔뚝을 꾸준히 노출하는 등 이전 작품들과는 또 다른 소년미를 어필하기도 했다. 마지막 회의 경찰 제복은 보너스.
러브라인: 어릴 적 마음에 품은 후 10년 만에 재회한 연상의 변호사 장혜성(이보영). 겉모습은 앳된 소년이지만 마음을 읽는 능력 덕분에 굳이 말하지 않아도 혜성의 심정을 알아주고, 철은 들 만큼 들었지만 혜성을 위해 작은 곰인형에 메시지를 녹음했다가도 부끄러워 건네주지 못하는 등 연애와 사랑에는 아직 서툰 박수하의 캐릭터는 연하남 판타지를 완벽하게 충족시킨다. 장혜성을 ‘누나’가 아니라 ‘당신’이라고 부르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
명대사: “당신이 모르는 게 하나 더 있는데….” 고요한 수족관에서 장혜성에게 키스하며.

SBS [닥터 이방인]의 박훈
캐릭터
: 남한에서 나고 북한에서 자라 북한말과 한국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천재 흉부외과의. 특정 부위에 손을 대고 눈을 감는 것만으로도 어떤 병이 있는지 알아낼 수 있으니 천재가 아니라 초능력자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친해지기도 전에 동료의사 오수현(강소라)을 “어이, 돌팔이!”라고 놀릴 정도로 유치하고 깐족대는 성격이지만, 어린아이들과 쉽게 친해지고 어울려 놀 만큼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이기도. 
코스튬 혹은 아이템: 아주 잠깐 교복. 그리고 다소 촌스러운 옛날 스타일의 슈트와 의사 가운과 수술복, 똘망똘망해 보이는 안경. 뭘 입어도, 2 대 8 가르마를 타도, 심지어 빗질로도 구제할 수 없을 듯한 부스스한 폭탄머리 같은 펌을 하고 있어도 귀여운 박훈의 모습이야말로 이종석이 부린 진짜 마법일지도. 
러브라인: 북한에서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송재희(진세연). 운명적인 관계라는 믿음으로 반지까지 주며 청혼하지만 재희는 갑자기 사라져버리고, 박훈은 그를 반드시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나머지 인생을 살아간다. 이 밖에 오수현이 그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박훈의 아버지와 오수현의 아버지는 악연이었고, 그런 오수현 곁에는 그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한재준(박해진)이 있고… 아무튼 짝사랑과 비극으로 얼룩진 복잡한 삼각관계.
명대사: “심장 뛰는 거 느껴져. 심장 박동 그거 사람마다 다 다르대. 근데 너랑은 똑같지? 그러니까 운명이라는 거야. 너랑 나.” 청혼하기 전, 송재희에게.

SBS [피노키오]의 최달포
캐릭터
: 정의를 추구하는 기자, a.k.a 기하명. 일부러 어리숙한 척하며 택시기사로 살아가다 기자가 되고, 어릴 적 자극적인 보도로 실종된 아버지를 모욕하고 자신의 가정을 파탄 낸 MSC 보도국 기자 송차옥(진경)을 만나게 된다. 요약하자면 잘생겼고 똑똑하지만 기구한 사연을 가졌고, 그럼에도 정의롭기까지 한 기자.
코스튬 혹은 아이템: 몸에 꿰매놓기라도 한 듯 또다시 교복. 그리고 이상한 더벅머리. 특히 최달포가 학생 시절 [도전! 퀴즈 챔피언]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어색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 총을 쏘며 지켜봐달라고 말하는 모습은 충격적일 정도로 촌스럽다. 할아버지 최공필(변희봉)이 그를 미용실에 데려가 머리를 손질해주고 옷까지 사 입혀 멀쩡한 사람으로 체인지오버시키는 장면에서는 보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다 시원해진다. 진작 좀 하지.
러브라인: 최공필의 집에 입양되며 얻게 된 동갑내기 조카 최인하(박신혜). 심지어 인하의 엄마는 최달포에게 트라우마를 안긴 송차옥이다. 가족인 데다 어떤 의미에서는 원수라고도 할 수 있는 관계를 극복하고 예상했다시피 결국 두 사람은 해피엔딩. 
명대사: “난 기자로서 형의 복수를 막을 거고, 기자로서 송차옥 기자에게 복수할 거야.” 살인으로서 가족의 복수를 계속하겠다는 형 기재명(윤균상)에게, 어린애처럼 엉엉 울며. 

MBC [W]의 강철
캐릭터
: 만화가 오성무(김의성)가 그리는 웹툰 [W]의 주인공. 사격 권총 국가대표로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고, 일가족이 살해당하는 사건을 겪으면서 범인으로 몰렸지만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으며,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끝에 어찌저찌 자산규모 8,000억의 슈퍼 갑부가 되어 누가, 왜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아내기 위해 방송국까지 만든다. 특징은 책을 읽는 것처럼 “~죠”, “~ㅂ니다” 등으로 끝나는 조금은 느끼하고 딱딱한 말투. 자신이 만화 속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각성한 후 신티크를 뚫고 현실세계로 나왔다. 
코스튬 혹은 아이템: 선글라스와 슈트, 슈퍼카. 어마어마한 재벌이라는 설정상 늘 폼 나는 것들을 걸치거나 이용하고 있으며 펜트하우스에 거주한다. 교복은 더 이상 입지 않는다.
러브라인: 알 수 없는 차원의 세계에서 갑자기 자신을 도와주러 나타난 의사 오연주(한효주). 오연주가 미인이라고 말하는 주변 사람들의 평가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옷 얻어 입고 뺨 때리고, 기습적으로 키스하고, 갑자기 속옷 차림을 공개하는 등 맥락 없이 엉뚱한 행동을 거듭해도 이상할 만큼 오연주를 챙긴다. 현실세계로 진출한 후에는 먼저 나서서 오연주에게 키스를 하기도.
명대사: “내 존재의 이유를 밝혀줄 키가 그 여자 같아.” 물론 오연주를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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