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료는 왜 [언프리티 랩스타]에 나갔을까

2016.08.10
Mnet [언프리티 랩스타 3]에 출연하는 미료는 2000년에 데뷔했다. [언프리티 랩스타]에서는 ‘힙합 1세대’라고도 했다. 10년 차 걸 그룹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멤버이고, Mnet [쇼 미 더 머니]의 멘토이기도 했다. [언프리티 랩스타]에 나온다면 심사위원이 어울리는 경력이다. 미료의 [언프리티 랩스타] 출연 소식이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고, 그가 제작발표회에서 말한 것처럼 “잘해봤자 본전”인 상황이다. 그러나 그는 [언프리티 랩스타] 출연을 결정했다. “자신감 있게 내 음악을 보여주고 이겨내고 싶다”는 말과 함께.

미료는 [쇼 미 더 머니] 출연 당시 무대에서 가사를 잊어버리는 실수를 했고, 이 때문에 ‘거품’이라는 비난에 상처를 받았다. [언프리티 랩스타] 출연은 그의 실력을 증명하는 기회인 것이다. 물론 “어린 참가자들과 띠동갑이 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미션을 수행하는 데 부담이 상당히 있는 건 알고 있다. 그래서 미료가 출연 제의를 받은 후 1달 넘게 고민했을 만큼 쉽지 않았던 결정”이라는 미스틱 엔터테인먼트(이하 미스틱) 홍보 담당자의 말처럼, 미료에게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걸 그룹 AOA의 지민처럼 [언프리티 랩스타]에 출연해 점차 나아지는 실력을 보여주면서 일종의 성장서사를 완성, 주목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17년 경력의 래퍼에게 이런 성장서사는 불가능하다. 실수를 했을 때의 부담감은 다른 출연자보다 훨씬 크고, 얻어 갈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은 것이다.

“인디나 오버나 여성 래퍼가 이름을 알리기 쉽지 않고, 1세대 래퍼일 뿐만 아니라 아직도 보여줄 게 있는 현역 래퍼로 실력을 인정받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미스틱 홍보 담당자의 이 말은 미료가 심적으로 힘든 결정을 한 이유를 보여준다. [언프리티 랩스타]의 시청률은 1~2%(닐슨 코리아 기준) 사이를 오가는 정도지만, 지민이 이 프로그램에서 발표한 ‘Puss’는 음원차트에서 1위를 했고, 공연 영상은 페이스북에서 8,300개의 ‘좋아요’와 190만 뷰를 기록했다. [언프리티 랩스타 3]의 1회에서 육지담이 “이렇게 만들면 음원 안 될 것 같은데”라고 말하는 영상이 담긴 기사 역시 1천 개 이상의 ‘좋아요’가 눌렸다. 또한 [쇼 미 더 머니]가 수많은 래퍼들이 참가하는 데 반해 [언프리티 랩스타]는 제작진이 캐스팅한 소수의 참가자들만이 출연한다. 그만큼 출연자들은 주목받을 기회가 많다.


무엇보다 여성 래퍼, 그중에서도 걸 그룹의 래퍼는 자기 개인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적다. 이른바 ‘센터’라 불리는 외모가 뛰어난 멤버는 데뷔 당시부터 주목을 받는 데다 연기에 도전하기도 한다. 메인 보컬은 그 팀의 실력을 결정하는 이미지를 가졌고, 그것이 자신의 이미지로도 연결된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에서도 가인은 솔로로도 활동하며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데 큰 역할을 하고, 나르샤는 멤버들 중 예능 프로그램에 가장 많이 출연했다. 제아는 보컬리스트라는 캐릭터를 통해 Mnet [프로듀스 101]에서 보컬 선생님으로 등장하거나, MBC [일밤] ‘복면가왕’ 등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다. 반면 미료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분량이 적었고, 랩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도 거의 없었다. 그룹에서 보여줄 수 있는 랩 역시 곡의 분위기에 맞는 짧은 몇 마디 정도였다. “내 음악”을 보여주고 싶은 미료에게 [언프리티 랩스타]는 자신의 랩으로만 채워진 곡을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물론 [언프리티 랩스타] 출연은 여성 래퍼들에게 단지 기회만을 주는 곳은 아니다. [언프리티 랩스타 2]에서 원더걸스 유빈은 씨스타 효린에게 패한 것에 대해 “사람들이 보컬보다 못한 래퍼라고 말할 것”이라 말할 만큼 상처를 입기도 했고, 전지윤은 “내가 내가 해”라는 랩으로 놀림감이 됐다. 또한 시작부터 서로에 대한 디스를 부추기고 갈등을 유도하는 [언프리티 랩스타]의 진행방식은 거의 모든 출연자를 악플의 도마 위에 오르게 한다. 미료를 비롯한 모든 출연자들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그들은 여성이 랩을 할 수 있는 TV 프로그램이 극히 드물고, 그들의 랩이 화제가 되는 프로그램은 더욱더 적다는 것도 알고 있다. 게다가 어쨌든 웃기지 않고 실력으로만 붙어도 된다. 무대에 서는 순간 디스를 당하고, 악플의 대상이 되고, 편집을 통해 물어뜯길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견디면 랩을 할 수 있다. 이 아이러니한 프로그램이 허니패밀리였고 브라운 아이드 걸스인 17년 차 래퍼를 무대에 서게 했다.




목록

SPECIAL

image 여성, 감독, 전진!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