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힛 더 스테이지], 누가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었나

2016.08.10
아이돌들이 댄서와 팀을 구성해 판정단의 투표로 우승자를 가린다. 룰만 보면 Mnet [힛 더 스테이지]는 지금까지 방영된 여러 춤 경연 프로그램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힛 더 스테이지]는 출연자들에게 하나의 공통된 테마를 주고, 그 테마를 소화하는 것은 앨범을 낼 때마다 새로운 콘셉트를 잡고 안무를 직접 짜거나 협업할 안무가를 고르고, 춤을 익히는 것을 반복하는 한국의 아이돌들이다. 그래서 ‘Devils’를 테마로 한 안무를 요구한 [힛 더 스테이지]의 1, 2회는 지금 한국의 아이돌이 춤에 있어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춤이 무엇인지에 대한 각자 다른 답을 제시한다. 무대 위의 스타이자 댄서이며 연기자, 더 나아가서는 안무가이자 기획자일 수도 있는 그들의 무대에 대해 평가했다. (평가는 공개된 무대 순)

텐X프리픽스
[힛 더 스테이지]가 무엇을 하는 프로그램인가에 대해서는 제작진, 출연자, 시청자의 입장이 모두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텐X프리픽스가 ‘아이돌이 일정한 주제 아래에 창작 안무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에서 보여줘야 할 모든 것을 담았다는 사실에는 동의할 듯하다. 영화 [검은사제들]에서 콘셉트를 착안, 악령에 지배당한 사제라는 설정으로 ‘Devils’라는 테마를 어떤 부연 설명 없이 구현했고, 엑소시즘 영화의 전설인 [엑소시스트]의 유명한 ‘스파이더 워크’를 안무의 하이라이트가 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테마에 대한 고민과 소재가 된 영화에 대한 이해, 그것을 하나의 안무로 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모두 따라야 가능한 일. 그리고 무대 초반 표정 연기로 사제가 악령에 깃드는 순간을 표현하고, 힙합적인 비트 안에 현대무용의 느낌마저 섞으며, ‘스파이더 워크’를 춤의 한 동작으로 소화한 것은 바로 텐 자신이다. 테크닉적인 완성도를 보장해야 하는 댄서이자 콘셉트를 소화하며 무대를 이끌어가야 하는 아이돌로서의 요구를 모두 멋지게 해낸 무대. 춤에 있어 슈퍼루키의 등장이다. 

보라X허니J ‘Do you?’
보라는 [힛 더 스테이지]에서 댄서로서 자신의 역량을 증명하고 싶어 했고, 댄서 허니J와 단 둘이 마녀를 콘셉트로 한 안무는 관객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킨다는 점에서 적절하면서도 모험적인 선택이었다. 그 결과 큰 표정변화 없이도 마녀의 위험한 느낌을 전달하는 보라의 표정 연기는 강한 인상을 남긴 반면, 몸을 뒤로 돌린 채 다리를 찢을 때 허니J에 비해 동작이 정확하게 나눠지지 않는 아쉬운 모습이 보다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같은 의상을 입고 번갈아 앞으로 나오는 동선은 허니J의 춤이 보라를 보완, 보라의 표정연기와 허니J의 동작이 합쳐져 하나의 무대로 완성됐다. 동작을 소화해야 하는 댄서로서는 아쉽지만 협업을 통해 단점은 최대한 가리고 장점은 부각시키는 기획자로서, 콘셉트를 소화해 관객에게 전달하는 아이돌로서 씨스타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았다. 

모모XJYP
시작과 함께 눈을 뜬 모모의 표정이 무대 전체의 이미지를 장악했다. 어떤 사악한 존재들이 손길을 뻗으려는 존재인 동시에, 그 자신도 손짓으로 누군가를 조종하는 마성의 존재를 눈빛 연기와 그리 크지 않은 손동작만으로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무대 뒤편에서 걸어 나와 다른 댄서를 손짓으로 조종하는 장면에서 이미 무대의 이미지는 결정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힙합 스타일의 비트와 함께 스트리트댄스를 보여줄 때도 사악한 존재들에게 눕혀진 채 끌려 나오는 구성을 넣어 춤 동작과 테마를 연결시켰다. 다만 댄서로서의 테크닉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한 쪽 다리를 올리거나 손을 짚고 덤블링을 하는 정도라는 것은 아쉽다. 표정과 손짓만으로도 강렬한 분위기를 뿜어내던 무대 위 모모의 캐릭터와도 잘 어울리지 않았고, 악마적인 분위기를 가진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무대를 덤블링으로 끝낸 것은 다소 맥이 빠진다. 하지만 무대가 끝난 뒤 모모가 표정부터 기억될 만큼 콘셉트를 잘 소화한 것은 분명하다. 아이돌의 퍼포먼스에서 콘셉트 소화 능력, 특히 표정연기가 왜 중요한지 쉽게 이해시킨 무대. 

유권X비비트리핀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 속 조커를 연상시키는 분장을 한 채 미친 듯한 웃음을 짓는 도입부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마지막에 그가 폭파 스위치를 누르는 연기를 하자 마치 하나의 건물처럼 모여 있던 댄서들이 그대로 무너지는 등 댄서들을 활용한 스케일 역시 대단했다. 무대만을 놓고 보면 분명히 인상적이다. 그러나 감옥에서 수갑을 찬 채 앉아있는 조커나 그가 스위치를 여러 번 눌러 큰 건물을 폭파시키는 모습 등은 모두 영화 [다크 나이트]의 장면들을 가져온 것이다. 물론 영화의 이미지를 무대에서 창조적으로 표현한다면 그것 역시 뛰어난 능력이다. 그러나 댄서들이 가면을 벗고 춤을 추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추는 안무의 동작과 전체적인 구성은 유권의 표정과 흐느적거리는 동작을 제외하면 딱히 조커나 그와 관련된 작품들의 특징을 살린 부분을 찾기 어렵다. 또한 잠깐 춤을 추는 부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구성이 댄서들이 다양한 동작과 포메이션이 주가 되고, 유권은 그것을 헤집어 놓는 정도다. 쉽지 않은 캐릭터를 소화한 연기자로서의 능력은 좋았지만 춤을 추는 댄서로서, 창조적인 무대를 만들어내는 기획자로서 뛰어난 역량을 보여줬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효연XJenny
뮤지컬이자 영화 [시카고]의 ‘Cell Block Tango’에서 여성 죄수들이 각자 독무를 추며 캐릭터와 사연을 보여주던 것을 남녀가 함께 추는 춤으로 바꾸었다. 그만큼 원작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을 보여줄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남녀가 스포츠 댄스를 춘다는 것 외에 ‘Devils’라는 테마를 새롭게 표현했다고 할 만한 부분은 없다. 몸 선이 그대로 드러난 의상이나 바닥에 드러눕는 모습은 이 무대 앞에 나온 영상에서 나온 대로 “(소녀시대로서의 효연을) 내려놓은” 것일 수도 있겠다. 본인이 잘할 수 있는 장르 대신 생소한 스타일을 시도, 무리 없는 완성도를 보여준 것은 댄서로서의 실력을 보여줬다 할 수 있고, 무대 중심에서 시선을 확 끄는 몸의 선은 평소 어느 정도의 연습과 관리를 하는지 짐작케 한다. 그러나 원작은 도발적인 여성 캐릭터를 보여주는 데 있어 전설적인 영역에 도달해 있고, [힛 더 스테이지]의 다른 경쟁자들은 ‘스파이더 워크’ 같은 영화 속 동작을 춤에 녹여내는 창작성을 보여줬다. 좀 더 과감한 시도들을 했다면 어땠을까.  

셔누XDQ
무대가 진행되는 동안 카메라가 얼굴 클로즈업을 잡은 영상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만큼 표정 연기가 좋지 않았다는 의미. 무대 초반에 실수를 한 탓인지 춤을 추는 동안 표정이 굳어 있다. 또한 평소 문자 그대로 건장하면서도 매끈한 몸에 유연함을 겸비한 춤으로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도 잘 살리지 못했다. 아예 어떤 결과가 나오든 본인의 독무를 강조하는 구성으로 승부를 걸었다면 어땠을까. 그러나 도입부에서 악몽에 시달리는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 셔누가 무대 앞으로 나서며 춤이 시작되면서 악몽이 더욱 심해지고, 마지막에 다시 침대로 돌아가는 구성은 ‘Devils’라는 주제를 충실히 반영했다. 자신이 속한 보이 그룹 몬스타엑스가 퍼포먼스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셔누의 역량을 생각하면 아쉽다. 

호야X어벤져스 크루
조커 분장과 도입부에서 쓰고 나온 가면, 돈을 퍼담는 이미지 등을 [다크 나이트]에서 가져왔다. 그러나 가면을 쓰고 어기적 걷는 모습은 [다크 나이트] 초반에 조커가 가면을 썼을 때 하던 동작의 전체적인 느낌을 녹여낸 것이고,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는 조커의 시그니처인 사악한 입매를 안무의 일부로 형상화했다. [다크 나이트]의 설정을 그냥 가져온 것이 아니라 그 조커를 해석해 춤으로 리메이크했다고 할 수 있다. 느슨한 도입부로 시작해 재킷을 벗고 큰동작들을 선보이며 보다 격해지는 중반, 남은 옷을 모두 벗고 더 크고 격한 동작을 보여주는 후반의 구성은 [다크 나이트]의 장면과는 겹치지 않으면서도 ‘미친 광대’ 조커가 만들어내는 특유의 긴장과 폭발을 압축적으로 담아낸다. 이런 구성이 조커가 가진 악마성을 표현하면서 ‘Devils’라는 경연 주제를 표현하는 것은 물론이다.

심지어 이 무대의 대부분은 호야의 독무가 중심이고, 그는 부연설명 없이 춤만으로 조커의 캐릭터를 표현한다. 초반과 중반에는 완급을 조절하는 크럼프의 크고 힘찬 동작들로 언제 폭발할지 모를 조커의 공격성을 표현하는 동시에 군데군데 흐트러진 동작들로 미친 광대라는 조커의 캐릭터를 짚어낸다. 반면 후반부에는 보다 아크로바틱한 동작까지 가미하며 조커의 광기가 극단으로 치닫는 순간의 무시무시한 에너지를 표현한다. 그리고 나머지 댄서들은 대략의 스토리라인의 배경이 되거나 할리퀸 캐릭터를 연기하는 댄서처럼 도입부와 중반에 한 번씩 무대 중앙에 와서 임팩트를 주는 역할을 부여한다. 무대 전체를 주관하는 기획자로서, 콘셉트를 소화하는 아이돌 또는 연기자로서, 춤을 추는 댄서로서의 역량을 모두 최고 수준으로 보여줬다. 그리고, 조커라는 역사적인 악마에 대한 끝내주는 리스펙트다. 그리고 이 무대는 호야가 자신이 구상한 무대에 어울릴 댄서들을 장르별로 한 명씩 모은 것이다. 그래서 ‘어벤져스’ 크루다. 재능과 의지를 갖춘 인물이 자본과 시간을 투입하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그리고 K-POP의 아이돌이 아직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더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멋진 사례. 

태민X스가와라 코하루
[힛 더 스테이지]의 판정단 중 한 명이었던 안무가 배윤경은 태민X스가와라 코하루의 무대에 대해 “오늘 춘 장르의 춤 쪽으로는 아마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잘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K-POP의 아이돌이 추는 다양한 스타일의 춤을 바탕으로 일반인들은 눈으로도 다 쫓기 힘들만큼 다채로운 테크닉을 보여주는 동시에, Mnet [댄싱9]에 출연한 현대무용가들이 보여줄 법한 우아한 분위기를 불어넣는 그의 능력치는 K-POP, 또는 방송 댄스로 명명되는 어떤 유형의 춤에 있어 아이돌 중 최고 수준이다. 물론 이 무대가 태민이 일본에서 발표한 곡 ‘Goodbye’에 안무를 붙여 만든 것이라는 점은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태민X스가와라 코하루의 퍼포먼스는 내면에 숨어있는 악마를 대면하는 검객이라는 창작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미리 만들어둔 것이 아니라면, 이것이 특정 영화의 스토리나 퍼포먼스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몇몇 출연자들의 안무와 비교해 쉬운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고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또한 태민은 [힛 더 스테이지] 이후 KBS [뮤직뱅크]에서는 혼자 ‘Goodbye’ 무대를 선보였는데, 태민이 두 무대에서 같은 동작을 하지만 분위기는 미묘하게 다르다. 두 사람이 서로 쳐다보고 원을 그리는 등 두 댄서의 대비를 강조한 [힛 더 스테이지]와 달리 태민이 혼자 추는 [뮤직뱅크]의 무대는 그런 내면을 가진 검객이 현실에서 보여주는 검술, 또는 독무에 가깝다. [힛 더 스테이지]의 퍼포먼스에서 태민이 스가와라 코하루를 섭외한 이유가 짐작되는 부분. 다만 두 사람이 같은 옷을 입고 동일한 동작을 취하면서 스가와라 코하루가 내면의 악마라기보다는 자신의 그림자나 거울 속의 또 다른 자아에 가까워 보인다는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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