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 퀸’ 마고 로비의 다섯 가지 순간

2016.08.09
등장부터 슈퍼스타의 조짐이 느껴지는 배우들이 있다. 단지 강한 존재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이 그런 존재감을 지니고 있음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즐기는 듯 보이는데,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도널 글리슨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던 마고 로비가 그랬다. 짧은 등장에도 스크린을 꽉 채웠던 그가 조연에 머물러 있지 않으리라는 예감은 너무나 분명했다. 그래서일까. 개봉도 전에 오스카 소식부터 돌았던 기대작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를 보고 나온 관객들은 누구냐는 말 대신 ‘마고 로비’ 네 글자를 곧장 외우기 시작했다. 그런 그가 예고편이 공개되자마자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은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할리 퀸이라니, 마치 운명처럼 느껴진다. 먼저 치고 나간 마블에 비해 다소 늦은 DC의 타이밍마저 마고 로비라는 배우를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 두려움을 모르는 할리 퀸처럼 배짱 하나로 할리우드라는 정글에 뛰어들어 신나게 활약 중인 마고 로비의 다섯 가지 순간을 꼽아보았다.



마고 로비와 마법사의 안경
90년생인 마고 로비가 어린 시절 한 번쯤 해리 포터를 좋아했으리라는 사실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13살 생일에도 차 한 잔과 해리 포터 책을 들고 침대에 앉아 너무나 흡족하게 웃고 있을 정도로 열렬한 팬이었을 줄이야. 해리 포터 영화를 여러 편 감독한 적 있는 데이빗 예이츠와 [레전드 오브 타잔]으로 만나게 되어 기뻤다는 마고 로비는 어린 시절 양쪽 눈 2.0의 완벽한 시력을 갖고도 해리처럼 안경이 끼고 싶어 시력 검사에서 거짓말을 했던 열광적인 ‘포터 헤드’였다고. 전 세계 해리 포터 팬들을 들었다 놓았다 했던 ‘포터모어’ 사이트에서 어느 기숙사에 배정받았는지까지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모험을 좋아하고 친구들을 사랑하는 대담한 성격인 만큼 분명 그리핀도르가 아니었을까.


마고 오브 월 스트리트
서브 프라임 사태를 소재로 한 [빅쇼트]에서 마고 로비는 자기 자신으로 등장해 화려한 금발 미녀라는 이미지를 재치 있게 뒤집는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를 의식한 캐스팅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며 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마고 로비는 감독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전작에서 남자들로 득실대는 돈의 세계에서 일종의 트로피로만 기능했던 자신의 역할을 풍자하는 듯 보인다. 관객의 주의를 사로잡을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동시에 어려운 경제 용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영리한 배우를 원했던 감독 아담 맥케이의 눈은 옳았다. [빅쇼트]에서 마고 로비는 빼어난 미모뿐 아니라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배우로서의 전달 능력을 십분 발휘해 일종의 공익 서비스를 제공한다. 짧은 카메오 출연이지만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팬들이 있다면 절대 놓치지 말 것.


Aussie and Proud
니콜 키드먼, 휴 잭맨 그리고 헴스워스 형제들까지 호주 배우들은 서로에 대한 의리와 고향에 대한 애정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퀸즐랜드 출신 마고 로비 역시 그중 한 명. 어머니에게 아이가 생기면 고향으로 돌아와 기르겠다고 약속할 정도로 모국을 사랑하는 그에게 얼마 전 호주인들의 의리를 직접 확인해 볼 기회가 생겼다. [베니티 페어]의 한 기자가 마고 로비를 성차별적인 방식으로 깎아내리고 호주인들을 비하하자 수많은 호주인이 격렬하게 반발한 것. 그 후 고향집에서 이루어진 호주 언론과의 긴 인터뷰에서 왜 곧장 대응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훨씬 더 모욕적인 말들에 노출되어 오다 보니 무감각해졌다는 뼈있는 답을 하면서도 호주인들이 본때를 보여준 듯해 으쓱했다는 감사를 덧붙였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서 보여준 감쪽같은 브루클린 억양에 속아 아직도 마고 로비가 미국인인 줄 알았던 사람이 있다면 그가 가르쳐주는 호주 슬랭을 배우면서 확실하게 외워두자. 마고 로비는 자랑스러운 호주 인이다.


오스트레일리안 사이코
크리스찬 베일 없이는 상상할 수 없었던 미국 영화 속 가장 나르시스틱한 3분을 명랑한 호주 미녀가 훌륭하게 재현해내자 모두가 놀랐다. 아마도 본인만 빼고. [레전드 오브 타잔], [수어사이드 스쿼드] 등과 같은 대형 블록버스터들에 줄줄이 출연하면서도 그는 늘 다른 방향을 모색하고 있었다. 위기에 빠진 미녀 역이나 남성과의 관계로만 정의되는 역에는 관심이 없음을 또렷하게 밝힌 마고 로비는 이미 친구들과 함께 제작사를 설립했으며, 그들의 첫 작품인 인디 SF [터미널]은 헝가리에서 촬영을 시작한 상태. 또한 그는 곧 제작에 들어갈 [아이, 토냐]에서 라이벌 선수의 공격을 사주했던 악명 높은 피겨 스케이팅 선수 토냐 하딩 역을 맡을 예정이기도 하다. 자신이 제작하고 주연한 [위스키, 탱고, 폭스트롯]에 마고 로비를 직접 캐스팅했던 티나 페이의 말처럼 TV 쇼로 시작한 상업 배우다운 담백한 실용성을 갖춘 덕분일까. 그는 유명세나 이미지에 얽매이지 않은 채 자유롭게 뻗어 나가고 있다.


진짜 히어로를 찾아서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적극적인 홍보 전략 덕에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마고 로비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친구가 선물해 준 문신 총에 푹 빠진 그가 [수어사이드 스쿼드] 동료 배우들에게 문신을 해줬다던가, 파티를 하던 중 영국의 해리 왕자와 함께 사진을 찍었지만 그를 가수 에드 시런과 착각했다던가 하는 일화들은 토크쇼와 인터넷에서 끝없이 되풀이되면서 마고 로비를 차세대 ‘잇 걸’로 만들고 있다. 하지만 바쁜 와중에도 그는 히어로 역을 맡게 된 배우들의 특권이자 본분을 잊지 않았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촬영지였던 토론토에서 마지막 촬영을 마친 후 마고 로비는 동료 배우 자이 코트니와 함께 희귀병에 걸린 오빠를 위해 레모네이드를 팔아 성금을 모금 중이던 어린 소녀를 찾아가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자신도 어릴 적에 이렇게 용돈을 벌었지만 사탕에 다 써버렸다며 오빠를 생각하는 여동생의 마음을 칭찬하는 마고 로비의 미소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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