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만의 와일드월드

힐러리 클린턴의 여름

2016.08.08
누구나 살면서 역사적인 순간을 한 번쯤은 보게 된다. 하지만 여성에게 투표권이 없을 때 태어나서, 102세가 된 해에 주요 정당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를 보게 되는 건 어떤 기분일까? 힐러리 클린턴이 공식 대통령 후보가 된 민주당 전당 대회에서 제리 에멧은 애리조나 주의 대의원으로 그 일을 경험했다. 이미 세계 곳곳에 여성 지도자들이 있는 시대에 호들갑 떨 일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클린턴 스스로가 말했듯,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가장 단단한 유리 천장”의 상징 같은 것이다. 역사적인 일이라고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순간을 빛내기 위해 민주당 전당 대회에 참석한 연사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C-SPAN]의 데이터에 따르면 민주당 전당 대회 기간에 연설을 한 사람의 수는 총 257명이다. 그중엔 우리가 잘 아는 데미 로바토나 사라 실버맨 같은 연예인도 있고, 마이클 블룸버그나 조 바이든같이 유명한 정치인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연사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이들이 있었다. 미셸 오바마,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가 그랬고, 힐러리 클린턴 본인이 그랬다.

미셸 오바마의 연설은 민주당 전당 대회 첫날의 백미였다. 같은 날 버니 샌더스의 클린턴 지지 연설이나 부통령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렸던 엘리자베스 워런의 연설이 있었음에도 그랬다. 미셸 오바마는 클린턴의 책에 쓰였던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선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문구를 연설에 넣어 아이들을 위해서 누가 더 적합한 대통령인지를 역설했다. 자신의 딸들에 관한 개인적인 얘기에서 시작해서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마땅한 일임을 강조하는 대단히 훌륭한 연설이었다. 게다가 “우리의 모토는 그들이 낮은 곳을 향할 때 오히려 높은 곳을 향하는 것”이라는 말로 도널드 트럼프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도 트럼프를 효과적으로 격하시켰다.

둘째 날, 빌 클린턴은 ‘영부인’의 순서에서 연설했다. [복스]는 그 순서에서 남자가 연설하는 일 또한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 후보가 된 것처럼 역사적인 일이라고 보도했다. 빌 클린턴의 연설 또한 ‘영부인’의 순서에 걸맞은 내용이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그의 연설이 “매력적이고, 재밌으며, 유쾌했다”고 평했다. 또한, 전직 대통령임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전적으로 아내에 관한 얘기만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텔레프롬프터 없이 힐러리 클린턴에 관한 이야기를 멋지게 해내는 건 빌 클린턴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셋째 날의 하이라이트는 버락 오바마의 연설이었다. [뉴욕 타임스]는 오바마가 “정치적인 분열이 남아 있음에도, 미국이 트럼프의 황량한 비전을 넘어 클린턴의 낙관주의를 안고 희망찬 국가로 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썼다. 오바마는 “그 어떤 남성도, 그 어떤 여성도, 힐러리 클린턴만큼 미국 대통령으로 봉사하기에 적합한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오바마의 연설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희망과 낙관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힐러리 클린턴의 후보 수락 연설이 있었다. 그녀가 명연설가로 유명한 것은 아니지만, 이날의 연설은 민주당 전당 대회를 멋지게 마무리 짓기에 충분했다. “천장을 거둬내면, 저 높은 하늘이 남을 뿐”이라는 그녀의 말은 연설의 역사적인 가치를 부각했다. [애틀랜틱]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고 선언한 도시 필라델피아에서 클린턴이 240년 만에 진정으로 모든 사람이 평등함을 증명해냈다고 썼다. 미국의 한 유권자가 얘기했듯, “이루어낸 역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이루어나갈 역사”다. 클린턴의 11월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목록

SPECIAL

image 아이유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