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기안84, 어느 잉여 인생의 초상

2016.08.08
“이건 반사회적인 행동이에요. 자본주의에 대한 반항심.” MBC [라디오스타]에서 조현아는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기안84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라면으로 끼니를 연명하고 고기를 자르던 가위로 화장실에서 직접 머리를 다듬을 만큼 야생적이다. 그러나 전날 먹고 남은 치킨과 라면을 함께 끓였던 커피포트는 그가 은행 VIP 고객이기 때문에 받은 선물이었다. 그는 [패션왕]과 [복학왕]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억대 연봉을 버는 유명인이 됐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선풍기 없이 살며 집에는 관리비 독촉장이 온다.

기안84는 “[패션왕]의 우기명과 달리 나는 학교 다닐 때 어정쩡했다”([네이버캐스트])고 말하지만, [패션왕]과 [복학왕]의 주인공 우기명 역시 그리 잘나간다고 할 수 없는 위축된 10대였다. 쇼핑몰 모델이 된 후 늘어난 미니홈피 방문자 수에 기뻐하는 우기명의 모습은 “리플 받아먹을 때가 제일 재밌다”고 말하는 기안84의 경험과 관찰로부터 태어난 것이기도 하다. “[드래곤볼]처럼 주인공이 계속 이겨나가는 걸 현실에서 본 적이 없다”(네이버캐스트)고 말하는 심드렁한 인생관은 [패션왕]이 평범한 고등학생의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라 우기명이 “취업 못 할 것 같은” [복학왕]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푸른곰팡이가 냉장고까지 침투하던 반지하 방에 살던 작가가 자신의 삶의 방식을 투영한 이야기로 엄청난 성공을 했다. 그러나 그는 어머니의 집까지 마련해줄 수 있는 지금도 여전히 [패션왕]의 누군가처럼, 그 옛날의 기안84처럼 산다. 그리고 [패션왕]과 [복학왕]이 찌질함과 이상한 느긋함을 오가는 독특한 정서로 웃음을 일으켰듯, MBC [무한도전]과 [나 혼자 산다] 등을 통해 공개된 기안84의 삶 역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단지 성공했는데도 예전처럼 살기 때문이 아니다. [무한도전]에서 양세형이 “열 받게 하는 말투”라고도 했던 묘하게 헐렁한 말투는 그 자체로 독특한 캐릭터가 되고, 마감을 마치면 아무렇게나 옷을 입은 채 만화방에 가서 킬킬거리거나 코인 노래방에서 빅뱅의 ‘마지막 인사’를 엉망으로 부르는 모습은 만화에나 있을 것 같은 느긋한 태도의 백수 그 자체다. 어떤 작가들이 작품과 자신의 삶을 분리한다면, 기안84는 자신의 삶에서 작품이 나왔고, 다시 자신의 일상을 통해 웹툰 바깥의 영역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우기명이라는 캐릭터가 서른이 되고 장가갈 때까지 그리고 싶다.” 10대에서 20대, 그리고 어쩌면 30대가 될 때까지 그냥저냥 흘러가는 청춘을 작품으로 옮겨내던 작가는 바로 그 재능 때문에 엄청난 부와 명성을 얻었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그대로 살면서 그 삶을 웹툰 바깥에서도 본의 아니게 엔터테인먼트로 만들고 있다. 이렇게 만사 느긋하고 심드렁한 캐릭터라니,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이상한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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