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작가는 주인공을 죽일 권리가 있는가

2016.08.04
“내가 그렸다. 내 작품이야!” MBC [W]의 오성무(김의성)는 10년간 장기 연재된 웹툰 [W]의 창작자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웹툰 [W]의 주인공 강철(이종석)은 오성무의 뜻과 상관없는 자기 의지로 움직이고, 그것이 스토리에 반영된다. 오성무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위스키를 마시지 않고서는 만화를 그릴 수 없을 정도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오성무의 딸 오연주(한효주)가 웹툰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W]의 전개는 더욱 변화무쌍하다. 오연주는 강철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목숨을 구하고, 어느새 액션히어로물에서 로맨틱 드라마로 장르를 바꿔버렸으며, 자신이 여자주인공이 된다. 오성무는 [W]의 창작자이지만, [W]는 더 이상 오성무의 것이 아니다.

오성무의 의도대로였다면 강철은 [W] 단행본 5권이 출간된 2009년에 한강대교에서 죽었어야 했다. 그러나 강철은 자유의지를 갖기 시작하며 살아났고, 이때부터 그는 개인자산 8,000억 원의 갑부이자 전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셀러브리티가 된다. 이것은 오성무가 원하던 전개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성무는 자신의 의도와 맞지 않은 전개 덕분에 “믿을 수 없는 정도”의 부와 명성을 맛보았다. 작가가 자신이 창조한 작품을 자신의 뜻대로 끌고 가지 못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작품은 더욱 인기를 얻는다. “이건 꼭 스토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강철이 튕겨내는 것과 같다.” 오성무의 말은 그래서 흥미롭다. 강철과 오연주가 웹툰과 현실의 벽을 넘나든다는 설정을 빼면, 이것은 한 창작품의 주인이 되는 것이 누구인가 하는 문제 제기이기도 하다.

오성무는 자신이 [W]를 창조한 신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작가의 의도는 종종 다른 이들에 의해 좌절되거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곤 한다. 제작자나 스타 배우에 의해 흐름이 바뀐 경우도 많을뿐더러, 인터넷이 활성화된 2000년대 이후에는 시청자의 뜻을 따르지 않은 작가에 대해서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한다. 모든 것이 가상의 이야기였다는 SBS [파리의 연인]이나 마지막 회에 주인공이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로 죽는 MBC [지붕 뚫고 하이킥]은 엄청난 논란의 대상이 됐다. tvN [치즈 인 더 트랩]은 캐스팅 단계부터 결말까지 시청자가 끊임없이 강하게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W]를 집필하는 송재정 작가가 참여했던 MBC [거침없이 하이킥] 역시 엔딩을 두고 많은 논란이 됐다. 주인공을 창조한 것은 작가지만, 그 주인공은 시청자의 지지를 받으며 자체적인 생명력을 갖기 시작한다. 이때 작가는 대중성을 위해 자신이 구상한 내용을 포기하기도 하고, 그것이 상업적 성공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W]에서는 오성무가 주인공 강철을 죽이려는 시도를 반복할수록 이야기가 강철의 말처럼 “맥락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그 맥락을 찾아내는 것은 오히려 주인공 강철이고, 현실에서도 작품의 비어 있는 부분을 팬들이 어떻게든 설명해내는 경우도 많다. 정말, 작가는 주인공을 죽일 권리가 있는 것일까. 있다면,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그래서 [W]의 배경이 웹툰인 것은 의미심장하다. 웹툰은 애초에 독자가 댓글로 의견을 달 수 있도록 돼 있고, 현재 독자가 작가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와 별개로 작가가 싫다는 이유만으로 이른바 ‘별점 테러’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웹툰을 비롯한 만화는 작가가 마음먹으면 작품의 모든 것을 혼자 창조할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작가의 영향력이 가장 클 수 있지만, 동시에 어느 장르보다 독자의 의견이 강한 장르. 이 사이에서 스스로를 작품의 신이라 생각하는 작가와 작가가 벌이는 “맥락 없는” 일들을 조사하며 작품의 인기를 견인한 주인공, 또는 그 주인공을 지지하는 독자가 정면으로 부딪힌다. 대중이 작품에 대해 적극적인, 때로는 작품에 개입하는 수준의 의견을 내는 것이 당연해진 시대에, [W]는 창작자들의 고민과 그들의 세계를 드라마 속 인물들의 말처럼 “액션”과 “로맨스”를 모두 섞은 오락으로 풀어내고 있다. 창작자 개인이 가장 잘 알고 있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으면서도 보는 사람들에게 그다음을 궁금하게 만들고 있다. 웹툰 [W]와 달리, 드라마 [W]의 중심은 단연 작가에게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다. 앞으로 이어질 시청자의 반응에 송재정 작가는 어떻게 주도권을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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