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의 드럭 레스토랑, 표절의 ‘유죄’와 ‘무죄’ 사이

2016.08.04
정준영 밴드는 드럭 레스토랑으로 이름을 바꾸고, 지난 5월 새 앨범을 냈다.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을 중심으로 한 정준영의 개인적인 활동에 비하면 그의 밴드는 널리 인기를 얻는 편은 아니다. 물론 밴드라는 존재 자체가 미약한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런데 지난주 드럭 레스토랑의 ‘Mistake’가 잠시 화제가 됐다. 이 곡이 그룹 투 도어 시네마 클럽의 ‘What You Know’나 ‘Someday’와 유사하다는 ‘표절설’ 때문이다. 정확히는 투 도어 시네마가 트위터를 통하여 결코 좋지 않은 분위기로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었다니 기쁘다’며 ‘Mistake’ 동영상을 링크한 직후다. 그 이전부터 드럭 레스토랑의 소속사에 두 밴드의 유사성에 대한 입장을 문의했다는 언급들이 있는 것을 보면, 두 달 만에 갑자기 제기된 의혹은 아닌 듯하다.

‘표절설’에 대한 공식적인 해명은 이렇다. ‘Mistake’는 정준영과 기타리스트 조대민의 공동 작곡이며, 조대민이 전반적인 기획과 구성, 정준영이 멜로디를 맡았다. 투 도어 시네마와 같은 스타일을 지향하여 음악적 영감을 받은 것은 맞지만 주요 멜로디가 완전히 다르고 표절도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곡의 도입부는 스타일을 결정짓는 모든 것이다. 2000년대 초반의 개러지 혹은 포스트펑크, 좀 더 직접적으로는 댄스 펑크라고 불리는 밴드들이 있었다. 이들의 음악에서 대중적으로 부담스러운 공격성을 덜어내고, 전자음의 비중을 높여 ‘댄서블’한 분위기를 쉽게 만들고, 접근성 높은 멜로디까지 갖추면 투 도어 시네마를 포함하여 최근 유행하는 밴드 음악이 된다. 이 과정에서 날카롭지만 그루브 넘치는 기타 사운드를 유지하는 것은 이 스타일의 시작점이 가지고 있던 원초적 매력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투 도어 시네마는 이 모든 재료를 최초로 개발한 적이 없지만 그 조합으로 흥미로운 결과물을 만든다. 이들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새로운 음악을 설명하기 위하여 과거의 흐름이나 선배들의 이름을 호명하는 경우는 아주 많다. 그것은 설명을 쉽게 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고, 실제로 그들이 받은 영향이 음악의 배경을 이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Mistake’는 최종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공식만 가져온다. 딱히 더 평할 만한 부분이 없다. 그래서 도입부가 얼마나 비슷한지, 그것이 표절인지 영감인지, 혹은 보컬 멜로디는 다르니 표절이 아닌지 따지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곡 자체가 함량미달은 아니다. 공식은 충실하게 지켜졌고, 한국 대중음악은 어떤 장르이든 정답에 가깝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제작 역량이 있다. 아마도 ‘Mistake’에 관한 공식 해명은 상당히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다만 ‘표절’이 아니라고 한 것보다 ‘영감’이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특정한 스타일을 재현하는 과정은 자신만의 결과물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일어나는 일이다. 다만 그것을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하는 것은 좀 다른 문제다. 요컨대 내부적으로 고민을 거쳐야 할 습작이 오디션 출신의 유명세와 세련된 제작과정을 거쳐 그럴 듯한 외양을 걸치고 나와 버렸다.

‘표절설’은 이에 대한 대중적 반응일 것이다. 결과물의 유사함은 피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때때로 표절은 ‘했느냐, 안했느냐’로 문제를 양분한다. 명백한 윤리적 잘못이므로 쉽게 단죄할 수 있고 쟁점을 다루기도 쉽다. ‘범인 찾기’는 표절 혐의의 상당 부분이 도입부의 기타 리프에 집중되어, 정준영의 책임은 아니라는 흥미로운 해석을 낳기도 한다. 보컬 멜로디와 가사에는 참여하나, 밴드의 전체적인 음악적 스타일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이 그가 꾸준히 애정을 표한 밴드로서 적절한 창작의 과정인가라는 의문을 남긴 채. 물론 문제가 ‘혐의’에 기여했는지로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유죄’와 ‘무죄’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지만 누구도 확실히 답을 내지 못한다. 대신 단지 표절이 아닌 것과 좋은 음악 사이에는 아주 많은, 그리고 더 흥미롭고 중요한 층위들이 숨어 있다. 우리가 음악에 있어 좀 더 민감해야 하는 것은 어느 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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