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전쟁│② 티셔츠 구매부터 ‘메갈리아’ 비판까지, 주요 쟁점 5

2016.08.02
한 성우가 페미니즘 문구가 들어간 티셔츠를 구매했다. 그리고 폭풍이 몰아쳤다. 게임 [클로저스]에 참여한 김자연 성우가 ‘메갈리아4’에서 판매한 티셔츠를 구매하고 SNS에 인증하자, 그에 대한 게임 유저들의 클레임 때문에 게임 회사 넥슨은 김자연 성우의 녹음 분량을 삭제했고, 이에 대해 비판한 일련의 웹툰 작가들에 대해 독자 일부는 보이콧 운동을 벌였다. 진보정당인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는 넥슨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가 일부 당원들이 반발하자 성명을 철회하기도 했다. 마치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부르는 나비효과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은 사태의 우연한 증폭이라기보다는 오랜 시간 누적된 여성혐오 문제의 필연적인 폭발에 가깝다. 이번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요 쟁점들을 나비의 날갯짓부터 시간순으로 쫓아 확인하는 동시에 그것들이 과거의 문제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페미니즘 전쟁의 가장 논쟁적인 전선에 대한 비판적인 검증이다.

1. ‘메갈리아4’는 ‘메갈리아’와 같다
페이스북의 ‘메갈리아4’ 페이지는 ‘메갈리아’ 사이트가 생기기 전 디시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졌다. 디시인사이드 측에서 여성혐오 게시물은 자르지 않으면서 여성혐오에 대한 미러링 게시물은 자르는 상황에서 자료 아카이빙의 필요성을 느끼고 페이스북으로 지평을 넓히기 위해 메르스 갤러리 유저들의 합의 아래 ‘메갈리아1’이 만들어졌다. 다만 신상 노출의 위협을 염려한 운영자는 이를 본인 신상과 다른 가계정으로 만들었는데, 이후 ‘메갈리아1’에 쏟아진 댓글 공격과 신고 때문에 실명인증이 필요해졌고, 가계정이라 인증을 하지 못해 ‘메갈리아1’ 페이지는 닫히게 됐다. 이에 대해서는 운영자 역시 “가계정은 페이스북 정책상 금지이기에 우리가 페이스북 소송을 진행할 때에 1에 대한 문제제기는 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다. 하지만 이후 실명 계정으로 운영한 ‘메갈리아2, 3’는 페미니즘 관련 카드뉴스를 만들거나 페미니즘적인 시선으로 기사 논평을 하는 수준이었음에도 신고 누적으로 삭제되었고, ‘메갈리아4’에 이르게 되었다. 최근 문제가 된 티셔츠 판매 건은 이러한 페이스북의 조치에 대한 소송을 위한 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처럼 ‘메갈리아4’는 ‘메갈리아’ 사이트와 같거나 혹은 ‘메갈리아’로부터 갈라져 나온 지류 같은 것이 아닌, 그 자체의 방향성을 가진 페미니즘 채널이다. 물론 연결고리는 있을 수 있다. ‘메갈리아4’ 운영자는 여성 인권 달성을 위해서는 ‘메갈리아’나 ‘워마드’뿐 아니라 누구와도 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운동의 연대에 있어서는 그 연대의 접점이 무엇인지 살펴야지, 연결됐으니 다 한통속에 똑같은 것들이라고 말하는 건 굉장히 안일한 인식이다. 한국의 페미니즘은 ‘메갈리아’보다 훨씬 크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있고, 한국여성의전화가 있으며, ‘메갈리아4’가 있고, ‘메갈리아’도 있고 ‘워마드’도 있다. 그 각각의 방향성과 각론을 무시하고 자기 눈에 띄는 페미니즘에 대해 무조건 ‘메갈리아’라고 칭하는 건 스스로 얼마나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과 현상에 관심이 없었는지 드러낼 뿐이다.

2. ‘메갈리아4’는 티셔츠를 판 돈으로 ‘메갈리아’의 범죄에 대한 소송 지원까지 해주고 있다
앞서 말했듯 ‘메갈리아4’는 페이스북 코리아를 상대로 한 민사 소송을 준비하며 이에 대비한 비용을 마련하고자 티셔츠를 판매하게 됐다.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많은 기금이 모이자 패소 비용 외에 남는 금액이 생기면 이를 1. 성폭력, 가정폭력, 직장 내 성차별 등 각종 여성 폭력 문제로 법적 절차를 밟을 강력한 의사가 있는 여성 2. ‘메갈리아’ 활동 중 법적 분쟁에 휘말린 여성의 법률 상담 및 지원에 쓰겠다고 밝혔다. 김자연 성우를 비판하는 이들이 타격하는 고리는 두 번째다. 만화가 마인드C나 서나래 작가에 대한 인신공격 문제에 대한 소송을 돕는 것은 그들의 범법 행위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정말일까. 당장 이 문제에서 범법이라는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 가령 모 남성 중심 커뮤니티에선 ‘메갈리아’에서 마인드C에게 했던 공격들을 캡처한 뒤, 정작 네이트에서의 악플러가 쓴 반성문을 대조하며 마치 ‘메갈리아’ 유저가 패소하고 눈물의 호소를 하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고, 또 그 호도가 마치 팩트처럼 유통되고 있다. 물론 ‘메갈리아’에서 마인드C의 사생활에 대한 ‘카더라’ 통신을 유포한 건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우선 ‘메갈리아4’ 운영자는 “여성혐오 발언을 한 인물에 대해 비판하였다가 모욕죄 혹은 명예훼손 등으로 소송당한 분들 역시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아닌 허위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의 경우 지원 대상자가 아니며, 모욕죄 또한 비판의 정도를 넘어 개인의 인격을 훼손할 수준의 경우 대상자로 선정될 수 없다”고 밝혔다. ‘메갈리아4’와 김자연 성우를 비판하던 이들이 주장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돕는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3. 김자연 성우의 녹음 작업 삭제는 여성혐오의 문제가 아니다
르포르타주 작가인 이선옥은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메갈리안 해고 논란? 이건 여성혐오의 문제가 아닙니다’라는 글에서 “게임 유저들은 ‘메갈리아’로 대표되는 넷페미니스트들의 행동을 그대로 재현했다. 문제라고 생각한 성우의 행위에 대해 입장을 묻고, 해당 성우가 이의 정당함을 주장하자 업체인 넥슨에 교체를 요구했다. 넥슨은 소비자의 요구를 받아들여 해당 성우를 교체했다”며 김자연 성우에 대한 클레임과 그에 대한 넥슨의 행동이, 올해 초 페미니즘 진영에서 벌인 여러 불매 운동과 차이가 없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앞의 1, 2에서 이야기했듯 ‘메갈리아4’ 티셔츠를 구매하는 것과 ‘메갈리아’의 아직 판결도 나지 않은 범법 행위에 동조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일이다. 김자연 성우는 ‘패드립’을 하지도 않았고 부당한 인신공격을 하지도 않았다. 단지 부당하게 삭제되거나 고소 때문에 입막음되는 여성주의자들과 연대하는 의미로 티셔츠를 구매했다. 이것은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가 지적한 대로 헌법에서 말한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에 부합하는 행위다. 넷페미니스트들은 여성에 대한 비하 발언에 합류한 유상무 출연 광고에 대해 불매운동을 했다. 정치적 소신을 말하는 것과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혐오 발언을 하는 것을 등치시킨 뒤 이 둘에 대한 클레임 역시 같은 것으로 등치시키는 건 잘못된 유비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페미니즘적인 소신 발언에 대해 실질적인 불이익으로 벌줄 수 있다는 것이, 여성혐오다.

4. 웹툰 작가들에 대한 독자들의 분노는 여성혐오 문제가 아니다
김자연 성우의 [클로저스] 녹음 분량이 삭제되는 것에 대해 가장 먼저 분노한 건 또 다른 서브컬처 산업인 웹툰 종사자들이었다. 네이버웹툰 [아메리카노 엑소더스]의 박지은 작가, [용이 산다]의 초 작가를 비롯한 여성 작가들이 초반에 문제를 제기했고, 여러 작가들이 이 움직임에 동참했다. 해당 움직임에 동참한 작가들의 웹툰은 예외 없이 별점 테러를 당했고 악플 천지가 됐다. 작가의 SNS에 앞으로 보지 않겠다, 독자를 얕보지 말라는 으름장도 놓았다. 이에 대해 몇몇 작가는 ‘그래서 안 볼 거야?’라고 받아치거나, 평소 그 머리로 자기 만화를 어떻게 이해했느냐며 독자의 지능을 비웃기도 했고, 한 라이트노벨 작가는 독자에게 ‘노예들 주제에’라고 했다. 이 중 경솔한 발언이 없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을 단순히 독자에 대한 창작자의 오만함이라고 단정하는 건 그 앞의 과정을 모두 생략할 때만 가능하다. 누군가의 정치적 소신에 동의하거나, 혹은 정치적 소신을 밝혀서 커리어에 불이익을 당한 건 잘못이라고 지적한 작가들을 소위 살생부에 올리고 별점 테러를 가하고 최종적으로 공권력의 검열을 부활시켜야 한다고까지 하는 건 해당 직종의 권리 자체를 부정한다는 면에서 명백한 소비자의 ‘갑질’이다. 심지어 어떤 작가도 독자는 개, 돼지라고 명명한 적 없음에도, SNS에서 무례하게 구는 독자에 대한 과격한 언사 몇 개를 끌어와 독자 전반을 개, 돼지로 보는 오만한 작가상을 그리고 비난하고 검열에 찬성하는 건 허수아비를 화형하려다 논 전체를 태우는 수준이다. 그리고 이 허수아비의 오류에서 여전히 김자연 성우의 행동이 갖는 페미니즘적 당위성과 그에 대한 옹호는 부차적인 것으로 미뤄진다. 왜 한 노동자가 소비자들의 우려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뜻을 굽히지 않았는지, 그 뜻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에 왜 연대하려는지는 싹 뒤로 미룬 채 웹툰 작가들의 입을 막으려 하는 것, 이것은 넓은 의미의 검열인 동시에 여성혐오다.

5. ‘메갈리아4’도 김자연 성우도 애초에 ‘메갈리아’를 옹호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면 됐다
앞의 논의에서 1, 2는 ‘메갈리아4’ 활동과 ‘메갈리아’에서 벌어진 몇몇 과격한 남성혐오를 구분하고, 3, 4는 그에 대한 옹호를 억압하는 것이 왜 여성혐오인지 증명하는 과정이었다. 말하자면 이 사태와 사태의 당사자들을 ‘메갈리아’에서의 가장 극단적인 ‘패드립’으로부터 분리해내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이 사태는 ‘메갈리아’와, 좀 더 정확히는 ‘메갈리아’의 과격한 페미니즘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연결되어야 한다. 이 모든 건 사실, 김자연 성우가 티셔츠를 구매하기 전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메갈리아’가 지금까지(이제 해당 사이트는 거의 빈집이 된 지 오래임에도) 이토록 상징성을 갖는 것은 그 현상이 매우 짧았음에도 많은 것을 이뤄냈기 때문이었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소라넷은 폐쇄됐고, 여성 대상 범죄를 연상시키는 커버의 남성 잡지사는 물량을 회수해야 했으며, 소셜 커머스 회사는 초소형 몰래 카메라 판매를 중단했다. 이것은 또한 ‘메갈리아’ 이전까진 그들이 강간 모의의 두려움, 몰래 카메라의 두려움, 그리고 이에 대한 하소연을 못 들은 척하는 세상을 감내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5월 벌어진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해 경찰마저 여성혐오 살인이라는 맥락을 지우는 데 애쓴 것을 떠올려보라. ‘메갈리아’의 미러링이 만능인 것도, 모든 남성혐오 표현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러한 과격함 없이 바뀌지 않던 세상의 구태의연함을 말하지 않고 과격함만을 문제 삼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공고히 할 뿐이다. ‘메갈리아’의 혐오 표현은 ‘일베’나 다름없다는 식의 주장은 그래서 선후가 뒤바뀐 말이다. 좋은 의도로 시작됐던 미러링이 ‘일베’ 같은 혐오 표현으로 변질된 것이 아니라, 전체 맥락을 지우고 페미니즘 운동의 과격성을 ‘일베’나 다름없는 것으로 낙인찍을 준비가 된 사회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메갈리아’의 혐오 표현이 나오는 것이다. 이처럼 오랫동안 공고히 유지된 권력의 비대칭 위에서 ‘메갈리아4’는 ‘김치녀’ 페이지가 살아남는 동안에 몇 번이고 폐쇄되었어야 했고, 이에 연대를 밝힌 한 여성 성우는 발언의 앞뒤 맥락 다 잘린 채 범법 행위의 동조자로 낙인찍히고 커리어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대한 작가들의 지적에 대해 일부 독자들은 검열을 부활시켜서까지 입을 틀어막으려 한다. 이것을 무시하고 ‘메갈리아’는 진정한 페미니즘이 아닌 ‘페미나치’라며 악마화하고, 그에 대한 연대 모두를 끊어내려 한다면, 그 역시 여성혐오 아닐까. 물론 여전히 우려는 남는다. 앞서 인용한 이선옥 작가 기고문의 부제는 ‘극단주의자들이 우리의 신념을 대표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이다. ‘메갈리아’가 실제로 극단주의자만 남은 집단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자체로는 맞는 말이다. 그게 그렇게 우려되고 한국 페미니즘의 미래가 걱정되는 이들은 1번으로 돌아가 다시 읽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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