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만의 와일드월드

래리, 영국 총리관저의 수석수렵보좌관 고양이

2016.08.01
2011년 1월의 일이다. 영국 총리 관저를 촬영하는 텔레비전 카메라 앞으로 쥐가 지나갔다. 고양이 래리가 총리 관저가 있는 다우닝 10번가에 “총리관저 수석수렵보좌관”으로 취임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몇 주 후의 일이다. 처음 총리 관저에선 쥐를 퇴치하기 위해 고양이를 들여야 한다는 의견을 거부했지만, 총리 관저 내의 친고양이파(당시 총리였던 데이비드 캐머런의 6살 딸과 4살배기 아들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고양이를 들이는 것이 “재밌는 아이디어”라고 주장했고, 결국 래리는 동물보호센터에서 총리 관저로 이사를 하게 됐다.

영국인들은 새롭게 다우닝 10번가에 입주한 래리를 환영했지만, 총리 관저에서 래리의 생활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래리는 수석보좌관으로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ITV의 TV 리포터를 할퀴면서 자신이 언론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고, 언론은 이에 화답하듯 래리가 직무를 게을리하고 있다는 비판 기사를 연이어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총리 관저 내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래리가 10일 전, 배터시 캣츠 앤 독스에서 온 이후로 잠을 자는 것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는 기사를 올렸다. 게다가 “심지어 총리의 정장에 털을 묻히기까지 한다”는 혐의까지 씌웠다. 총리 관저의 대변인은 “아직 그가 맡은 일을 잘하고 있는지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래리를 옹호했지만 래리의 직무 태만과 능력 부족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끊이지 않았다. 수석보좌관으로 취임한 지 1년 반이 지난 2012년 8월, 처음으로 쥐를 잡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있었지만, 잘못 끼워진 첫 단추는 계속해서 래리를 괴롭혔고, 결국 언론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총리 관저는 재무장관 조지 오스본이 데려온 프레이야를 공동수석수렵보좌관으로 임명했다. 그 이후로 언론은 프레이야와 래리의 정치적 라이벌 관계를 조명했는데, 하필 래리가 프레이야와의 싸움에서 패배하는 장면이 [가디언]에 보도되면서 래리는 체면을 구겼다.

이런 비판 일색의 보도 속에서 수석보좌관 래리와 총리인 데이비드 캐머런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루머가 흘러나온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에서 반려견 독살 스캔들이 있었을 때 래리의 경호를 더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지만, “래리는 잘 일어나지도 않고, 밖에도 잘 안 나갑니다. 아마 복도의 의자에 앉아 세상 돌아가는 걸 구경하며 안전하게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래리의 직무 태만 보도에 힘을 실어줬다. 래리 또한 다우닝 10번가를 방문한 오바마에게 유난히 친한 척을 하며 캐머론과의 관계에 긴장감을 더했다. 결국, 캐머런이 총리 관저를 떠나는 날까지 이 루머는 멈추지 않았고, 결국 [텔레그래프]는 “데이비드 캐머론 최악의 거짓말이 래리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단지 따뜻하고 호감 가는 이미지를 위해 래리를 데려왔을 뿐이라고 보도했다. 캐머론은 고양이파가 아니라 개파라는 얘기도 함께였다. 캐머론은 이 보도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의회에서의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에 캐머런은 “제가 래리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루머가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며 래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증거”로 공개했다.

신임 총리인 테레사 메이는 래리가 계속해서 총리 관저의 수석수렵보좌관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BBC의 노만 스미스가 신임 총리에게 고양이 알러지가 있을지 모른다고 하는 바람에 잠시 래리의 미래가 불투명해졌을 때도 있었으나, 다행히 래리는 내각 교체의 역경 속에서도 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NPR의 런던 통신원은 “지난 수십 년간 영국 정치가 이렇게 어지러웠던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래리는 안정성의 상징입니다: 이 고양이는 다우닝 10번가를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평했다. 장고 끝에 내렸을 테레사 메이의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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