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고]│② 한국도 [포켓몬 고] 같은 ‘대박’을 낼 수 있을까

2016.07.26
[포켓몬 고]의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보며 많은 이들이 예상했다. 곧 한국형 [포켓몬 고] 타령이 시작될 것이라고. 닌텐도 DS가 나왔을 때 그랬고, 알파고가 등장했을 때 그러했다. 그리고 역시나 국내에서 [뽀롱뽀롱 뽀로로]를 바탕으로 한 [뽀로로 고](가제) 개발 소식이 들려오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증강현실 콘텐츠 지원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어떤 성공 사례가 있을 때 그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고 습득하려는 건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뽀로로 고]를 비롯한 일련의 움직임에 사람들이 냉소하는 건 굉장히 많은 경우 성공 자체를 동경할 뿐, 그 성공의 기반에 무엇이 깔려 있는지 근본적으로 배우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포켓몬 고] 열풍은 어떨까. 우리는 이 현상을 제대로 해석하고 있을까. 그로부터 무언가를 배워 발전할 수 있을까. 정말 [포켓몬 고]의 열풍을 우리도 재현하고 싶다면 근본에서부터 하나하나 짚어가야 할 것이다.

1. [포켓몬 고]가 성공한 이유는 무엇인가
[포켓몬 고]의 성공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있다.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과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재산권)다. 포켓몬이라는 브랜드가 IP라면, AR은 스마트폰에 비춰지는 현실 세계의 모습에 게임 화면을 중첩시키는 기술이다. 이 둘이 더해지면서 [포켓몬 고] 유저는 과거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속 주인공 같은 포켓몬 트레이너가 된 기분을 실제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흥미로운 건, 두 가지 모두 새로운 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AR 기술은 2009~2010년 사이,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과 함께 주목받았지만 그다지 유용한 콘텐츠로 연결되지 못했고, [포켓몬 고]를 만든 나이앤틱 랩스의 전작이자 이미 AR과 위치기반 서비스를 접목했던 게임 [인그레스] 역시 성공하진 못했다. 슈퍼마리오와 함께 닌텐도의 주요 IP인 포켓몬 역시 20년 정도의 역사를 지닌 콘텐츠다. 하지만 익숙한 두 가지의 결합은 [포켓몬 고]라는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냈다. 물론 닌텐도도 나이앤틱 랩스도 이 정도의 ‘대박’까진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2. AR 기술이 새로운 게 아니라면 우리도 [포켓몬 고] 같은 걸 만들 수 있지 않나
한국에선 이미 [포켓몬 고]와 유사하게 AR 기술로 몬스터를 잡는 [올레 캐치캐치]라는 게임을 만든 바 있다. 성공하진 못했다. 기술적으로 비슷하다 해도 이미 게임과 애니메이션으로 친숙한 꼬부기와 파이리를 잡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게임개발사 네오플의 황재호 개발팀장 역시 [민중의 소리]에 기고한 글에서 “이것이 듣도 보도 못한 몬스터가 나오는 KT의 [올레 캐치캐치]와의 결정적인 차이”라고 설명한다. [포켓몬 고] 열풍 초반, AR에 다시금 관심이 집중되었지만 최근엔 전문가 다수가 AR보단 IP의 문제라고 보는 건 그래서다. 하지만 정작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가상현실 콘텐츠 프론티어 프로젝트’ 보도자료를 보면 정부 생각은 조금 다른 듯하다. 2년에 걸쳐 가상현실 콘텐츠 외에도 AR, MR(Mixed Reality, 혼합현실) 등을 지원하는 해당 프로젝트에서 1단계 지원이 기술개발 지원이고, 2단계가 스토리, 유통 지원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담당자는 “최근의 AR 게임인 [포켓몬 고]는 기술과 스토리, 캐릭터가 하나로 이어지면서 성공적인 콘텐츠가 탄생된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우리 콘텐츠 기업의 우수한 기획력이 성공 콘텐츠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반부터 차근차근 지원해갈 예정”이라고 했다. 옳은 진단이지만, 해당 프로젝트는 AR을 비롯한 어떤 기술 및 플랫폼과도 융화 가능한 IP보다 AR 자체를 중심에 놓고 출발한다는 점에서 옳은 해답인지는 모르겠다.

3. IP가 중요하다면 뽀로로를 이용한 [뽀로로 고](가제)는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어렵다. 무엇보다 확장성에서 차이가 크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 포켓몬이 존재하고 그런 포켓몬을 잡아 트레이닝시키고 대전할 수 있다는 [포켓몬스터]의 세계관이 이미 존재하고 익숙하기에 [포켓몬 고] 게임 화면과 내용이 아무 이질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과거 마블 엔터테인먼트 사장이었던 에릭 롤만은 “[포켓몬스터]처럼 스토리가 있고 TV가 꺼진 뒤에도 포켓몬 카드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그 부분에선 미국보다 일본이 뛰어난 면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세계관 차이를 무시하고 비슷한 게임을 만드는 건 너무 일차원적인 접근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영기 책임연구원은 “뽀로로가 드물게 성공한 IP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포켓몬 고]의 짝퉁처럼 보이는 게임을 만들기에는 아깝다. 중국 같은 경우 이미 자기네 캐릭터로 [포켓몬 고] 모사품을 만들고 있는데 인기가 없다. 그나마 수집과 대전이라는 면에서 AR 기술에 어울리는 건 [터닝메카드] 정도 아닐까 싶다”고 말한다. 뽀로로가 다양한 굿즈 상품으로 확장된 우리의 소중한 IP인 건 사실이지만, 포켓몬과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

4. 그동안 우리는 포켓몬 같은 IP 안 만들고 뭐했나
우선 사회적 분위기 문제. 한국은 과거 어린이날에 만화책을 모아 불사르는 행사를 하던 나라다. 그런 분위기에서 둘리 같은 캐릭터가 살아남은 건 차라리 기적 같은 일이다. 과거의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다. 여당 대표가 게임을 4대 중독 중 하나로 공표한 게 2013년 말이다. 한국에서 만화와 게임은 언제나 가장 만만한 대상이었다. 그다음은 업계의 장기적 플랜 문제. 사실 한국에서 IP의 중요성을 게임업계만큼 중요하게 생각한 곳은 별로 없을 것이다. [크레이지레이싱 카트라이더](이하 [카트라이더])와 [마비노기] 등 인기 IP를 보유한 넥슨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한 기업이 IP 왕국 닌텐도와 디즈니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넥슨조차 [카트라이더] 후속인 [에어라이더]가 크게 실패하자 주요 캐릭터인 배찌와 다오를 후속 프로젝트에서 배제했다. 포켓몬이 20년 차라지만, 배찌와 다오도 벌써 15년 차 캐릭터다. 결과론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 해당 캐릭터들과 친구들의 세계를 꾸준히 확장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기는 건 사실이다. 디즈니도 미키마우스를 앞세운 대작 [판타지아]가 제대로 망한 바 있지만 해당 캐릭터와 세계관을 지금까지 지켜냈다.

5. 우리도 미래에 [포켓몬 고] 같은 걸 만들 수 있을까
부정적인 부분과 긍정적인 부분 모두를 짚어보자. 우선 부정적인 부분은 새로운 인기 IP가 나온 지 오래라는 것이다. 조영기 책임연구원은 “뽀로로가 벌써 몇 살인가. 또 어느 시절 [리니지]인가”라고 반문한다. 물론 신작은 나온다. 하지만 어떤 게임이나 만화가 IP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세계관,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네오플 황재호 팀장은 “모바일 게임의 경우 인기의 사이클이 짧아지다 보니 더더욱 단기간에 수익을 버는 치고 빠지는 플랜이 많아지고 있다. 때문에 순위가 높은 모바일 롤플레잉 게임의 경우에도 굉장히 많은 수익을 올리지만 몰입할 만한 스토리를 만들지는 않는다. PC 게임에서도 가장 먼저 경비가 삭감되는 게 시나리오 파트”라고 말한다. 캐릭터의 멋진 외형과는 별개로 국내 게임 캐릭터 피규어가 잘 팔리지 않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그에 반해 최근 돌풍을 일으키는 [오버워치]의 경우 스토리텔링이 크게 중요해 보이지 않는 FPS(First-Person Shooter) 장르임에도 시네마틱 트레일러와 각 캐릭터 간 대사 등을 통해 하나의 완결된 세계관과 스토리를 만들어냈고, 그에 맞춰 새로운 캐릭터 역시 추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형 IP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언급되는 건 글로벌 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네이버 웹툰이다. 조영기 책임연구원은 “웹툰으로 세계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다,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동안 꾸준히 서비스해오면서 그에 맞는 문법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경쟁력은 있다”고 본다. 황재호 팀장 역시 “지금 네이버가 라인 웹툰이라는 브랜드로 해외 시장에 주력하는데, 당장의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투자하는 게 긍정적”이라고 본다. 네이버 웹툰 웹소설의 김준구 대표는 “외부 퍼블리셔나 개발사 등 게임 시장에서 네이버 웹툰 IP에 대한 관심이 높아 웹툰 IP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장르라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실제로 [신의 탑]이나 [갓 오브 하이스쿨]처럼 세계관이 크고 캐릭터가 다양한 액션 만화들은 게임으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판타지 요소를 갖춘 모험물은 게임화로, 10대 공감 만화는 기타 미디어믹스에 유리”(김준구 대표)하다는 판단 아래 웹툰 시장 확대를 위한 영상, 게임, 출판, 상품화 등 수익모델 다각화 역시 주요 고려 내용이다. 물론 이것은 여전히 가능성의 영역일 뿐이다. 중요한 건 이 영역에서 무엇을 어떻게 세워나가느냐다. [포켓몬 고]와 다르게, 우리의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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