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사기동대], 홀리는 드라마의 여섯 가지 성공 요소

2016.07.25
캐릭터들은 매력적이고, 주인공의 동기는 설득력 있고, 주제의식은 뚜렷하며,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소심하고 성실한 시청 세무공무원 백성일(마동석)과 천재적인 사기꾼 양정도(서인국), 그들의 사기전문가 동료들이 드림팀을 이루어 고액체납자들의 재산을 터는 OCN [38 사기동대]가 역대 OCN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며 마지막 ‘한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해 여름 ‘사기꾼이 세금을 걷기 위해 사기 치는 이야기를 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이 작품의 발판을 놓았던 박호식 CP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38 사기동대]의 성공 요소들을 분석했다.
 

현실과의 접점 
‘38’은 백성일이 기도처럼 외우고 다니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38조에서 따온 숫자다. 서울시청에는 재무국 산하에 실제 38세금징수과가 있고, 사무실에는 “끝까지 추적하여 반드시 징수한다”는 과훈이 걸려 있는데, 드라마에서 이 캐치프레이즈는 “끝까지 사기 쳐서 반드시 징수한다”로 활용된다. [38 사기동대] 작가들은 3개월에 걸쳐 38세금징수과를 찾아 직원들을 인터뷰하고 실제 출동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체납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하며 리얼리티를 구축했다. 극 중 매일 사무실로 찾아와 세금을 깎아달라고 조르는 박상호(윤만달)의 캐릭터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제작진의 경험 
[38 사기동대]에 등장하는 각종 사기는 한국에서 실제 벌어졌던 사건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것이다. 일반인들이 흔히 당하는 보이스 피싱이나 3자 사기의 경우 포털 사이트에 간단히 검색만 해봐도 방대한 사례들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아주 가까운 곳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몇 년 전 추석을 앞두고 운전 중이던 박호식 CP는 갑자기 길을 묻는 냉동 탑차 운전사와 마주쳤다. 다급하게 여기저기 전화를 걸던 그는 자신이 굴비 한 세트를 배송할 시간이 없게 되었으니 싸게 가져가지 않겠냐며 제안했고, 지금은 상당히 널리 알려진 이 사기수법을 당시엔 알지 못했던 박호식 CP는 집에 도착해서야 자신이 임연수어 스무 마리를 비싸게 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사기꾼들은 상대가 의심스럽게 여길 것 같은 순간마다 끊임없이 ‘밥도 못 먹고 돌아다녔더니 배가 고프다. 집에서 애가 기다린다’ 등 새로운 정보나 감정을 건드리는 말을 해서 집중력을 분산시킨다”는 그의 경험담과 “뭔가를 쉽게 얻으려 하면 사기를 당하기 쉽다”는 깨달음이 한정훈 작가에게 전해지며 “사기의 근간은 인간의 욕심”이라는 주제에도 반영되었으니, 뒤늦게나마 굴비 값은 보상받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마동석의 존재감 
“돈은 그냥 개인을 위해서 쓰는 거고, 세금은 국민을 위해 쓰는 거야.” 백성일은 종종 ‘공무원 윤리규범’처럼 모범적인 대사를 늘어놓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말이 지루하거나 느끼하게 들리지 않는 것은, 힘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거구의 남자가 자신이 믿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감정을 억누르고 조직 안팎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의 묘한 언밸런스 덕분이다. 이름부터 ‘백성(국민)의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 백성일 역으로 제작진이 ‘평범한 서민 가장’ 같은 인상의 배우를 떠올리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박웅철([나쁜 녀석들]에서 마동석이 연기한 폭력조직 행동대장)이 백성일이라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호응을 얻었고, 마동석 역시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며 캐스팅 제안을 선뜻 수락했다. 백성일의 툭툭 뱉는 듯한 말투, 시민들에게 서비스하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자신보다 훨씬 어린 여성에게도 먼저 공손히 인사하는 습관 등은 한동화 감독과 마동석이 함께 논의하며 만든 것이다. 

서인국의 번뜩임 
tvN [응답하라 1997]과 [고교처세왕]에서의 뛰어난 일상연기로 일찌감치 제작진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서인국은 마동석과 대비되는 날렵하고 귀여운 느낌으로 ‘톰과 제리’ 같은 콤비를 완성시킨다. 대본이 비교적 일찍 준비된 덕분에 한동화 감독은 배우들과 몇 차례 만나 캐릭터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었는데, 극 초반 출소한 양정도가 교도소에 있는 아버지를 만나러 갔을 때 차분하게 말을 시작했다가 아무 말이 없는 아버지를 향해 결국 울컥하는 감정을 드러내는 식의 흐름은 감독과 서인국의 생각을 조율해 만든 것이라고. 특히 서인국의 리드미컬한 연기는 천재 사기꾼 양정도의 능청스런 자신감과 기민함을 구현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으며, “연기가 아니라 논다”는 생각으로 이 역할을 소화하고 있는 서인국에 대해 현장에서는 “어떤 때 보면 미친 것 같다”고 할 정도. 특히 8회에서의 중국 시장 관련 투자설명회에서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청중을 장악하는 서인국의 에너지는 이 모든 상황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걸 알면서도 혹하게 될 만큼 강력하다. 

귀신같은 캐스팅 
징글징글하게 뻔뻔한 고액체납자 마진석 역을 맡아 극 초반 백성일의 각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 오대환은 tvN [신분을 숨겨라]에서 인신매매 조직 보스를 연기하며 ‘저런 연기에 최적화된 배우’라는 평가를 받아 캐스팅됐다. 장르물에서는 매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가해자와 피해자를 섭외해야 하는데, 유명 연기자의 경우 시청자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비교적 덜 알려진 배우를 끊임없이 발굴할 수밖에 없다. 허재호, 고규필, 임현성 등은 그동안 OCN과 tvN 드라마에서 은근히 활약해온 배우들이고, 천연덕스럽게 체납자들에게 접근해 뒤통수를 치는 조미주 역 이선빈은 JTBC [마담 앙트완]에서의 연기와 매니저의 ‘진짜 잘한다’는 영혼을 담은 추천이 맞물려 발탁됐다. 백성일을 못 잡아먹어 안달인 세금징수국 ‘안 국장’ 역 조우진은 [내부자들]의 섬뜩한 해결사 연기를 본 제작진이 만장일치로 ‘뭐라도 시켜야 한다’며 섭외한 케이스다. 원래 극 중 안태욱은 백성일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였는데 조우진이 캐스팅되며 고속 승진한 후배로 설정까지 바꿨다. 카메오 중에서는 [신세계] OST와 함께 카리스마 있게 등장했다가 금세 기가 죽는 조직폭력단 두목 역 박성웅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박호식 CP는 “[신세계]에서의 캐릭터 자체가 배우의 자산인데 그 이미지를 뒤집어 활용한다는 게 조금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박성웅 씨가 흔쾌히 수락하며 ‘출연할 테니 술을 사라’고 했고, 현장에서는 난투극 후 갑자기 코피를 흘리는 아이디어를 직접 내놓았을 만큼 즐겁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OCN의 사람들
[뱀파이어 검사], [나쁜 녀석들], [38 사기동대]까지 매 작품마다 역대 OCN 장르 드라마의 시청률을 갱신하고 있는 한정훈 작가는 원래 영화사에 소속된 시나리오 작가였다가 [뱀파이어 검사] 첫 시즌의 보조 작가로 일하던 중 메인 작가가 그만두게 되면서 작품을 마무리하고 시즌 2까지 집필했다. 좋은 의견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수용해 자신의 스타일로 대본에 녹여내는 재능이 있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나도 이 작품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기쁨을 느끼게 만드는 창작자로 알려져 있다. 그와 호흡을 맞춘 한동화 감독은 [메디컬기방영화관], [야차], [나쁜 녀석들] 등 다수의 OCN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촬영감독을 맡아왔고, [38 사기동대]는 그의 첫 연출작이다. 이처럼 직군을 바꾸어 일하는 경우는 흔치 않고, 잘 풀리지 않으면 다시 돌아오기도 어렵다 보니 상당히 위험부담이 있는 도전이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04년부터 OCN에서 드라마 제작을 맡아오며 노하우를 축적하고 팀워크를 구축해온 박호식 CP는 “한국의 HBO를 꿈꾼다. 드라마는 대중을 위한 예술이지만, 모든 대중의 취향을 충족시키려 하기보다는 일부 시청자라도 열광시키는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일부’를 넘어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은 [38 사기동대]는 한류스타가 출연하지 않는 장르 드라마로는 드물게 최근 중국, 일본, 홍콩을 포함한 해외 10개국에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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