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만의 와일드월드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가 되는 사회

2016.07.25
미합중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트럼프의 지지자들을 제외하면 모두가 이 말에 공포를 느낀다. 다행히 아직 현실이 된 일은 아니지만, 트럼프는 지난 화요일 공화당 전당 대회에서 공식적으로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되면서 미국인의 공포, 아니 세계인의 공포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경선 때만 하더라도 [파이브서티에잇]을 비롯해 많은 전문가들이 트럼프가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은 없다고 점쳤지만, 기어코 트럼프는 여기까지 왔다.

트럼프를 비판하는 글은 대단히 많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라는 점이 무색할 정도로 구글에서 검색되는 거의 모든 글이 트럼프를 비판하는 글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비판 기사가 올라온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토에 관한 [뉴욕타임스]의 질문에 “미국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만” 동맹국을 지켜주겠다는 취지의 말로 비판을 받고 있다. 나토 회원국이 공격받았을 때면 도움을 준다는 나토 조약 5항을 거스르는 발언(트럼프가 아는지 모르겠지만, 나토 조약 5항은 9/11로 미국이 공격받았을 때, 단 한 번 발동됐다. 트럼프의 국가주의적 성향과 외교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주는 단적인 일이다)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일이 새롭게 조명되는 경우도 있다. [뉴요커]는 트럼프가 쓴 [거래의 기술]이라는 책이 대필 작가, 토니 슈워츠에 의해 쓰였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토니 슈워츠는 뉴요커에 그 일을 크게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돼지에게 립스틱을 발라줬습니다. (중략) 트럼프가 대통령이 돼서 핵폭탄 암호를 알게 된다면, 그 일로 인해 문명이 종말할 가능성이 꽤나 높다고 진심으로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저는 트럼프가 성인이 되고 책 한 권을 제대로 완독한 적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말로 무식한 대통령을 경고하기도 했다. 만약 [거래의 기술]을 오늘날 새롭게 쓴다면, 제목은 “소시오패스”가 될 거라는 노골적인 말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트럼프를 배격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같은 공화당원조차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전통적인 주류 공화당원들이 그렇다. 대표적으로는 미국의 전임 대통령이었던 부시 부자가 있다. 조지 W. 부시와 조지 H.W. 부시 모두 트럼프의 대선 캠페인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와 경선에서 경쟁했던 테드 크루즈는 공화당 전당 대회 연설에서 끝끝내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선거일에 집에 있지 마세요. 일어서서 말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해야 합니다. 투표용지에서 우리의 자유를 지키고, 헌법에 충실할 후보에게 투표하십시오”라는 애매모호한 말을 했다. 청중이 “(트럼프의 이름을) 말하라”고 외쳤지만, 테드 크루즈는 끝끝내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았다.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의 전당 대회 연설이 2008년 미셸 오바마의 연설을 베꼈다는 얘기나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가 디즈니의 [뮬란]을 두고 리버럴 프로파간다라고 말한 것은 어쩌면 부차적인 문제일지도 모른다. 트럼프의 근본적인 문제는 그가 대통령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라는 데 있다. 그의 무지를 차치한다 하더라도, 트럼프는 혐오를 조장하고 미디어와 대중을 상대로 거짓말을 일삼는다. 인종차별적, 여성 혐오적인 발언은 대통령은커녕 시민으로서의 기본적인 소양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의심이 들 정도다. [슬레이트]가 모아놓은 그의 부적절한 발언 141개는 그가 얼마나 대통령에 적절하지 않은 인물인지 확인해준다.

[뉴욕타임즈]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을 26%로 봤다. 클린턴의 확률이 74%로 더 높으니 크게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의미한다. 권위주의의 부흥이나 기성 정치에서 소외된 이들의 불만 등 다양한 면을 짚어볼 수 있다. 직설적으로 간명하게 말하자면, ‘트럼프 같은 인물이 대통령 후보가 되는 사회’에 대한 논의라 할 수도 있다. 그런 사회는 반성이 필요한 사회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회가 아니다. 국제 정치적인 면을 제외하더라도, 트럼프를 둘러싼 모든 얘기들이 단순한 바다 건너 이야기가 아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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