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양세형, 제리의 승진

2016.07.25
초고속 승진. 지난 5월, 개그맨 양세형은 MBC [무한도전] ‘무한상사’ 편에서 사장의 총애를 받는 엘리트 양 과장으로 등장했다. 하버드대학교 방문판매학과를 나와 초고속으로 승진해 무한상사 멤버들을 쥐락펴락하는 그의 모습은 지금 양세형의 모습을 닮았다. 지난 2월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출연해 필터링 없는 입담으로 동생 양세찬에 대한 박나래의 마음을 까발리며 대세론에 시동을 건 그는 [무한도전] ‘퍼펙트센스’ 특집에 게스트로 출연해 ‘양세바리’ 댄스로 단숨에 멤버들의 호감을 얻고 몇 개의 특집을 지나 현재 거의 반 고정 식스맨으로 안착했다. 특히 [무한도전] 멤버들과 웹툰 작가들이 짝을 이룬 ‘릴레이툰’ 특집에선 이말년 작가의 짝이 되며 게스트 롤이 아닌 정식 멤버 역할을 했다. 조금이라도 흐름을 탄다 싶으면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젓는 게 예능의 정석이지만, 양세형은 노를 저어 산에 오른 수준이다.

물론 tvN [코미디빅리그]에서 ‘게임폐인’ 코너로 시즌 우승을 하고, ‘내겐 너무 벅찬 그녀’에서 김꽃두레(안영미)의 기행을 받아줄 때부터 그는 이미 공개 코미디의 실질적인 에이스였다. 그 시간을 무시할 수 없음에도 그의 최근이 눈에 띄는 건, 합이 짜인 무대에만 익숙한 개그맨이 버라이어티에 진출했을 때 필연적으로 겪는 버퍼링 타임이 그에게는 없어서다. 채널 A [부르면 갑니다, 머슴아들]에서 자기 실수 때문에 멤버들이 헛수고를 해도 “헛수고는 아니죠, 우리가 도전을 한 거니까”라고 눙치고,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에선 남을 웃기고 싶어 하는 일반인 출연자에게 “애정결핍” 때문이라고 말했다가 김구라의 비난을 받자 “이것도 애정결핍 때문”이라며 역으로 공격했다. 자신이 적응하는 대신 남들이 자신에게 적응하길 바라는 자신만만함 혹은 뻔뻔함. 빠른 순발력과 절대 주눅 들지 않는 태도로 잠시도 쉬지 않고 애드리브를 던지는 모습은 과거 [라디오스타]에서 김구라를 찜 쪄 먹던 시절의 신정환을 연상케 한다.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다. [무한도전] ‘릴레이툰’ 특집에서 유재석은 기안84 작가의 마감 지연 이유에 대해 “네, 핑계네요”라고 바로 치고 들어가는 양세형에게 “이러다가(깐족대다가) 한 번 맞으면 크게 맞아”라고 조언했다. 정말이다. SBS 모바일 콘텐츠인 [모비딕] ‘양세형의 숏터뷰’에서 국회의원 표창원 앞에서도 오두방정과 깐족거림을 멈추지 않는 그를 보면 웃기면서도 불안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나는 귀여우니까 좀 봐줘, 라는 듯한 애교로 승부하는 그에게 버럭 하기란 쉽지 않다. 얄밉다는 건 미워할 기회를 잘 안 준다는 것의 다른 표현이다. 그는 말하자면 [톰과 제리]의 제리에 얄미움만 업그레이드한 버전에 가깝다. 수많은 톰들로 둘러싸인 예능 정글에 떨어졌지만 쫄지 않고 톰을 실컷 약 올리다가 위험할 때 구멍으로 쏙 들어가는 생쥐 제리. [무한도전] 멤버들을 비롯한 예능 고수들마저 그 앞에선 열심히 달리다 벽에 부딪히는 톰이 되고야 만다. 그러니 그 능력이 온전히 다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지금 양세형의 초고속 예능 승진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처럼 보인다. 하버드 학력은 의심스러울지언정 다보스 포럼에서 옥장판을 팔고 올 것 같은 무한상사 양 과장이 그러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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