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사랑할 수밖에

2016.07.22
동그란 귀, 강아지 혹은 곰처럼 동글동글한 코와 입, 짤막하고 동그란 개나리색 몸. 지난 1월 카카오프렌즈에 새롭게 합류한 캐릭터 라이언은 동그랗고 부드러운 선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점 두 개와 굵은 선으로만 이루어진 눈매, 정확히는 표정의 변화 없이 언제나 그대로를 유지하는 눈매는 라이언을 특별하게 만든다. 점과 선만으로도 눈썹을 씰룩인다거나 눈동자의 표현을 통해 얼굴 표정을 만들 수 있지만, 라이언은 심지어 ‘눈 뜨고 자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정도로 눈을 감는 일도 없이 그대로의 표정을 고수한다. 단어 그대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주목적인 이모티콘으로 탄생한 캐릭터가, 얼굴에 어떤 표정도 띄우지 않는 것이다.

카카오 브랜드팀 크리에이티브 파트에서 “라이언은 다른 캐릭터들이 갖지 않은 무뚝뚝함을 표현하는 등 기존 캐릭터로는 채울 수 없었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한 것처럼, 라이언의 눈매에서는 마치 모든 일에 초연해 보일 만큼 감정을 읽을 수 없다. 대신 라이언은 신나는 기분을 표현하기 위해 짧은 팔이나마 열광적으로 야광봉을 흔들고, 머리를 부여잡고 원을 그리면서 뛰어다니며 온몸으로 당황을 표현한다. 카카오 측은 “다른 캐릭터들은 과장된 표정과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지만, 그럴 수 없는 라이언은 기뻐할 때도 온몸으로 기뻐하고 슬플 때도 온몸으로 울어야 한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라이언의 무표정은 역설적으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누구보다 애쓰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카카오프렌즈의 세계관에서 라이언에게 부여된 스토리는 라이언의 이런 특징에 구체적인 성격을 덧입힌다. 언뜻 보면 곰 인형처럼 보이는 라이언은 사실 갈기가 없는 것이 콤플렉스인 수사자고, 둥둥섬을 탈출한 왕자로 꼬리가 길면 밟히기 때문에 꼬리가 짧다. 후드를 입은 라이언의 사진으로 꾸민 후드라이언 팬페이지의 운영자는 라이언을 좋아하게 된 이유에 대해 “갈기 없는 수사자처럼 수줍음이 느껴지는 성격의 설정이 한몫했다. 꼬리가 밟힐까 봐 꼬리가 짧다는 것도 귀여운 포인트”라고 이야기했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존재의 이유지만 표정이 없고, 사자지만 갈기가 없고, 왕자지만 고향을 탈출한 캐릭터. 라이언을 구성하는 모든 부분에서 어딘가 하나씩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은 라이언의 몫이며, 그렇기 때문에 라이언은 어딘지 모르게 짠함과 귀여움이 뒤섞인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물론 상을 엎어버리거나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돌릴 때, 라이언의 무표정은 한결 더 무상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똑같은 무표정으로 열광적으로 야광봉을 흔들거나 고개를 끄덕이고, 그럴 때의 라이언은 기쁨이나 즐거움 같은 감정에 더해 마치 어려운 과제를 해내려 하는 어린아이를 볼 때와 같은 느낌을 준다. 세상사 근심이 없을 것 같은 존재가 무언가를 표현하려 애쓰는 순간을 목격할 때,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런 순간을 스마트폰 속에서 재현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라이언이 건드리는 부분은 보편적인 어떤 감정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활발한 표정으로 귀여운 얼굴을 보여주는 대신 무표정하게 행동으로 감정을 보여주는 라이언은, 그냥 귀여운 캐릭터라기보다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애쓰면서 귀여워진 존재다.

그래서 라이언이 지금 다른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들에 비해서도 압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지난 2일 강남에 새롭게 오픈한 카카오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의 유리벽 전면은 하늘색 후드를 입은 라이언 인형으로 장식되었고, 사람들은 저마다 바구니에 라이언 부채나 인형 하나씩은 담은 채 매장을 구경했다. 매장의 스태프 역시 라이언의 판매량이 독보적으로 1위라고 이야기했다. 콤플렉스를 가진 캐릭터, 그래도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없는 캐릭터가 뭔가를 열심히 채워가자 사람들이 그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존재의 모든 부분에서 애쓰는 순간들을 상상할 수 있는 캐릭터라니, 사랑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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