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와이프]│② 전도연‧김서형‧나나, [굿와이프]의 여성들

2016.07.19
tvN [굿와이프]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김혜경과 서명희, 김단 등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는 여성들이다. 전도연‧김서형‧나나라는 세 명의 매력적인 배우는 각자 맡은 캐릭터들과 어떤 식으로 완벽한 케미스트리를 보여주고 있을까.

전도연, 연륜으로 쌓아올린 인생의 위엄
[굿와이프]의 첫 시퀀스는 남편 이태준(유지태)의 기자회견에 원치 않게 끌려 나간 김혜경의 얼굴을 중점적으로 비춘다. 불안과 초조, 분노가 뒤섞인 그의 표정은 누군가 자신을 주목하기라도 하면 금세 무너질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태준과 단둘이 남았을 때, 김혜경은 그에게 다시는 이런 자리에 자신을 부르지 말라고 단호히 말한다. 유약해 보이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는 중년 여성. 어려 보이는 동글동글한 얼굴과 반짝이는 피부결, 자그마한 몸집에 얇은 눈꺼풀과 입가의 자연스러운 주름을 동시에 지닌 전도연은 김혜경의 캐릭터를 직관적으로 설득한다. 세월의 흔적과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함께 보여주는 그의 외모는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통해 삶에 지쳤지만 어린아이처럼 어딘가 천진하기도, 도발적이기도 한 여성의 캐릭터로 소비돼왔다. [굿와이프] 또한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되, 대신 전문적인 지식과 인생의 노하우를 두루 갖춘 여성의 위엄을 더욱 강조한다. 김혜경은 15년 만에 일을 시작하고 허둥대다가도 빠르게 유능한 변호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감정에 호소하는 남편이나 자신을 회유하려는 차장검사 최상일(김태우)에게 경멸하는 눈빛으로 할 말을 다 쏟아낸다. 그야말로 여성에게 있어 나이가 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 수 있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좋은 예고, 전도연 또한 그런 배우다. 10년, 20년 후에도 어떻게 나이 들어가는지 계속 보고 싶을 만큼.

김서형, 쉽게 웃지 않는 여자
김서형이 연기했던 캐릭터들은 대부분 잘 웃지 않는다. 형식적인 웃음은 짓겠지만 무장해제 된 표정으로 웃거나, 이유 없이 웃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마 이것은 누군가에겐 좀 뻣뻣하게 보일 수 있는 김서형의 실제 이미지 때문일 테고, 그래서인지 그는 SBS [아내의 유혹] 속 신애리처럼 표독스러운 면을 가진 관습적인 악역으로 종종 활용돼 왔다. [굿와이프]의 서명희와 가장 가깝게 닿아 있다고 할 수 있을 KBS [어셈블리] 속 홍찬미조차 국회의원으로서의 프로페셔널함보다 욕망에 눈이 멀어 악행을 저지르는 데 좀 더 방점이 찍혀 있는 인물이었다. 김서형은 [굿와이프]의 제작발표회에서 “전문직 여성 캐릭터를 하기 시작하니까 비슷한 역만 계속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역할을 피하고 싶었다”고 고백했지만, 사실 서명희는 냉철한 전문직의 외피만 둘러썼을 뿐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낡은 공식을 되풀이하는 악역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로펌의 대표로서 프로의 자세로 김혜경을 대하며, 동생 서중원(윤계상)과의 관계에 대해 캐묻거나 이유 없이 트집을 잡는 대신 변호사로서 갖춰야 할 자세와 능력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그러니 바라건대, 서명희의 비중이 더욱 늘어나기를. 지금 한국의 드라마에서 능력과 권위를 모두 갖고 상식적으로 품위 있게 행동하는 여성 캐릭터를 찾아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나나, 위협적인 매력
신인 시절,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나나는 애교를 보여 달라는 요청에 나름대로 귀엽게 눈을 깜빡이며 카메라를 바라봤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윤종신과 김구라 등 MC들의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면박뿐이었다. 누구에게든 애교를 보여달라는 것은 무례한 요구이지만, 커다란 키와 의도치 않아도 사람을 뚫어보는 듯 부리부리한 눈매를 지닌 나나에게 애교는 애초부터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렌지캬라멜 활동에 대해서도 그는 귀여운 표정을 짓는 게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다고 몇 번이나 고백한 바 있다. [굿와이프]에서 김혜경과 함께 일하는 조사원 김단은 그런 나나가 무해한 여성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얼마나 더 매력적일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캐릭터다. 깔끔한 셔츠와 바지에 가죽재킷을 걸쳐 입은 채 그 어떤 사람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김단의 모습은 나나에게서 배어나는 묘하게 껄렁한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진다. 게다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그와 눈이 마주치면 얼굴이 빨개질 것 같은 압도적인 비주얼은 바이섹슈얼이라는 극 중 설정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김혜경과의 투샷에서 성적 긴장감을 조성해내기도 한다. 자신의 장점을 온전히 드러낸 캐릭터로 사랑받을 수 있는 나나 본인은 물론,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도 [굿와이프]는 즐거운 경험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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