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위와 차오루는 다릅니다

2016.07.18
KBS [해피투게더 3] ‘글로벌 예능꾼’ 편에서 외국인 걸 그룹 멤버들인 트와이스 사나, CLC 손, 우주소녀 성소는 각각 일본 학생들이 교복으로 자주 입는 세일러복, 태국의 전통예복 쑤타이, 중국 청나라 시대 의상 치파오를 입고 나왔다. 반면 이들처럼 외국인이거나 교포인 강남, 헨리, 존 박은 정장을 입었다. MC 유재석은 “우리 프로그램은 [러브 인 아시아]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해피투게더 3]가 이 외국인 여성들을 묘사하는 방식은 세계 각국의 이주여성이 전통의상을 입고 출연해 그들의 사연을 말하는 KBS [러브 인 아시아]와 비슷했다. 외국인 여성이 전통의상과 같은 특정 집단을 떠올리는 의상을 입고, 개개인의 개성보다 한국에서 생각하는 그 나라의 여성 이미지만을 반영한 것이다.

물론 이런 이미지 때문에 외국인 걸 그룹 멤버들은 시선을 끌기도 편하다. 사나가 트와이스의 ‘CHEER UP’에서 ‘shy shy shy’를 ‘샤샤샤’로 발음하면서 화제가 된 것은 발음이 좋지 않은 외국인이라는 이미지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해피투게더 3]에서 유연한 몸을 활용한 개인기로 화제가 된 성소는 무대 위에서 역동적인 퍼포먼스로 게임 [스트리터 파이터] 시리즈의 여성 캐릭터 ‘춘리’를 연상시킨다는 반응을 얻었고, JTBC [아는 형님]은 걸 그룹 I.O.I의 중국인 멤버 주결경이 “뿜빠이가 나쁜 말이야?”라고 묻자 자막으로 “순진”이라는 표현을 썼다. 예쁘고,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고, 그래서 순진한 여자. 그렇게 걸 그룹의 외국인 여자 멤버들은 미디어에서 한 개인이 아닌 외국인 멤버라는 부류로 묶이곤 한다.

미디어의 이런 무신경한 편견과 오해는 외국인 걸 그룹 멤버들이 한국에서 활동하는 것을 아슬아슬한 일로 만든다. 대만 출신인 트와이스의 쯔위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제작진이 준비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 큰 논란에 시달렸다. 하지만 얼마 전 쯔위가 중국의 묘족 출신인 걸 그룹 피에스타의 멤버 차오루와 출연한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는 그들과 중화요리에 대해 이야기하며 “고향음식”이라 명명했다. 쯔위는 결국 음식을 가리키며 “중국음식”이라 말했다. 최근 외교 문제로 인해 한국에서 아이돌그룹으로 활동한 중국인 멤버는 일본 입국 비자가 나오지 않는 일도 있었다. 또한 홍콩은 중국의 영토지만 특별 행정구로, 중국과 홍콩을 오갈 때는 여권이 필요하다. 홍콩 사람들 역시 스스로를 중국인이 아닌 홍콩인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홍콩 출신 아이돌의 경우 중국과 홍콩 공연에서 자신의 출신을 어디로 밝히느냐는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미디어에서 중국, 홍콩, 대만 아이돌은 모두 ‘중화권’으로 뭉뚱그려진다. 

외국인 멤버가 있는 걸 그룹 A의 회사 대표는 “해외 시장 규모가 큰 만큼 중국, 일본 등 외국인 멤버들을 늘 염두에 둔다”고 말했고, 또 다른 걸 그룹이 소속된 회사 B의 관계자 역시 “콘텐츠의 글로벌화를 추진하면서 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며 외국인 멤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트와이스, I.O.I, 우주소녀, CLC, 여기에 곧 데뷔할 블랙핑크의 태국 출신 멤버 리사까지, 요즘 걸 그룹에 아시아계 외국인 멤버들이 자주 보이는 이유다. 게다가 그들은 [해피투게더 3]에서처럼 다른 정체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대중에게 자신이 속한 그룹을 알리는 역할도 맡는다. 그러나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그들을 필요로 하는 것과 별개로, 그들은 한국의 미디어로부터 오해와 편견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휘말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전혀 보호받지 못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한국어를 잘 못 하기에 미디어 노출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A의 대표는 “처음에는 말을 잘 못하는 게 귀여워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아 이 때문에 한국어 교육이 필수라 말했다. 그러나 바쁜 스케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는 어렵다. 여러 걸 그룹이 소속된 회사 C의 관계자는 “한국 학교를 다니면서 한국의 문화적 맥락과 함께 언어를 배우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대부분 학교까지 다니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은 넓어졌고, 그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아이돌의 수는 점점 늘어난다. 그러나 그들이 한국에서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이 주어지지 않고, 미디어는 여전히 일본 출신 걸 그룹 멤버에게 교복을 입히는 정도의 인식에 머물러 있다. 이런 과정에서 벌어지는 온갖 아슬아슬한 문제를 신경 쓰고 해결하는 것은 당사자나 소속사뿐이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세계로 진출하려 한다. 그러나, 한국은 과연 국경 바깥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일까.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아이돌에 대한 태도는 그것을 확인하는 하나의 지표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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