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의 ‘일리네어 라이프’는 꿈일까 혹은 목표일까

2016.07.15
도끼의 책 [일리네어 라이프]를 구했다. 책 앞날개의 저자 소개란에는 ‘가난이라는 큰 장애를 극복하고’라고 쓰여 있다. 가난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책을 폈으니 끝까지 보기로 했다. 그가 선보이는 일리네어 라이프는 우선 많은 분량의 사진을 통해 한눈에 전달된다. 책에는 사진과 가사가 주로 담겨 있으며, 여기에 그의 생각과 평소 가지고 있던 가치관을 담은 짧은 글이 사진과 가사의 여백을 채우고 있다. 많지 않은 분량의 텍스트, 깔끔한 레이아웃과 가사 인용, 그가 꺼내는 몇 가지 이야기는 그의 성공이 비교적 담백하게 전달되는 데 큰 공헌을 한다. 또한 책에 수록된 가사는 ‘Good Vibes Only’, ‘Bad Vibes Lonely’, ‘111%’, ‘We Gotta Know’ 등 최근 곡들이 대부분이다. 앨범 [Multillionaire]에 수록된 곡들도 꽤 많다. 아무래도 성공한 뒤의 삶과 이야기를 중점으로 다루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했을 때의 인터뷰도 짧게 실려 있다.

그는 책을 통해 자신이 현재 어떠한 가치관과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지를 전달한다. 그 내용은 최근 도끼가 가사에서 한 이야기의 맥락과 일치한다. 자신을 사랑하고, 열심히 노력할 것이며, 그러다 보면 결과는 한 만큼 온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도끼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면 이 책은 뜻밖에, 아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힘을 줄 수도 있다. 꽤 많은 이들이 그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그처럼 되고 싶어 하고 그를 흉내 내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수성가의 꿈을 바라는 이들에게, 랩스타가 되어 성공하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이 책은 좋은 지침서다. 성공은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직접 보는 것이 아무래도 더 동경하기 좋기 때문이다.

래퍼가 쓴 자서전은 많다. 아무래도 자신의 이야기를 가사에 담기 때문인지 래퍼의 자서전은 꽤 많이 나와 있는 편인데, 단적인 예로 제이지의 책 [Decoded] 역시 사진과 가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오면서 작게는 어떤 사건이 있었고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성공했는지도 막연하게나마 알려준다. 피프티 센트의 책 [The 50th Law]의 경우 전문가와의 공저를 통해 좀 더 의미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가까이에서 구할 수 있는 스윙스의 [파워]에는 그의 가사와 함께 책을 쓴 당시의 생각이 많이 담겨 있으며, 그 나름대로 충실한 내용과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에세이’라는 장르에 충실하다.

하지만 도끼는 책 제목 그대로 ‘일리네어 라이프’를 이야기한다. 도끼의 책도 에세이기는 하지만, 그의 멋진 생각과 모습을 전시했다는 느낌에 가깝다. 올 블랙에 관한 이야기는 아주 조금 실려 있지만, 여기에는 썬더그라운드 뮤직도 맵 더 소울도 없다. 도끼에게는 긴 역사와 풍부한 서사가 존재하지만 이 책에는 그러한 이야기가 없다. 물론 그런 내용을 담는 것이 의무는 아니다. 더불어 래퍼 본인이 서사에 관심이 있어 보이지도 않고, 늘 현재와 좋음을 이야기하는 사람이기에 어쩌면 책의 내용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도끼에게 궁금한 것은, 그리고 좀 더 깊이 있게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지점은 그 시간 동안 어떻게, 어떤 변화를 겪으며 살아왔는지에 관한 부분이다. 결정적으로, 미국 래퍼의 자수성가가 가지는 의미와 도끼의 성공이 가지는 의미는 미묘하게 다르다. 가난한 어린 시절에서 지금의 부유한 모습까지 랩이라는 방법을 통해 왔다는 내용 자체는 유사해도 그 배경이 가지는 힘 때문에 맥락이 다르게 읽히는 것이다.

도끼가 이야기하는 성공은, 즉 이 책의 내용은 ‘꿈을 가지고 될 때까지 노력하라’는, 한국의 적잖은 스타 강사들이 하는 이야기에 가깝다. 가난한 시간을 딛고 부와 인지도를 지닌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된 지금, 그의 긍정적이고 신념 있는 태도는 본받기 좋다. 그래서 김난도에게 인생의 조언을 얻고 김미경에게서 희망을 얻어가는 이들에게 이 책은 좋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한국 힙합의 역사나 도끼의 역사가 궁금한 사람보다는 자기계발이 필요한 사람들이나 도끼의 팬, 그리고 도끼의 성공한 현재가 궁금한 이들에게 좋을 책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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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에디터, 기자, 기고하는 사람. [힙합엘이], 여성주의저널 [일다], [아이돌로지] 등 여러 매체의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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